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분할합병 계획을 전면 취소된 가운데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단기적인 충격을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다만 증시전문가들은 분할합병안에 대한 부결 예상은 이미 선반영된 상태로 일시적인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29일 분할합병과 관련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분할합병안 발표 이후 미국계 헤지펀드 앨리엇 등 일부 주주들은 분할합병 비율 등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이어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3대 의결권 자문기관도 잇따라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 “분할합병안 부결 예상,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현재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모두 분할합병안 의결 전으로 회귀된 상태”라며 “분할합병에 따른 현대글로비스의 편익 예상에 대한 주가 상승분은 전부 소멸된 상태로 의결 전 주가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고 이사는 “현대모비스도 손해 예상으로 절반 가까이 주가가 폭락했으나 이 또한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라고 진단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이미 분할합병안 부결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모비스의 경우 분할합병이 주주에게 유리한지의 여부가 치열한 논쟁거리였던 만큼 분할합병안건이 무산된다고 해서 주가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연구원은 “이미 현대글로비스의 21일 종가 기준 주가는 15만500원으로 KB증권이 제시했던 부결 시의 목표주가 15만2792원 이하로 낮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기존 개편안 보완 vs 원점부터 시작
이번 분할합병안 철회 후 지배구조 개편안 방향에 대해서는 현대차그룹이 2가지 방안을 놓고 재추진을 고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순환출자 해소, 일감 몰아주기 논란 탈피 등과 더불어 경영권 승계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강성진 연구원은 “향후 현대차그룹의 영업상황이 호전되고 주요 업체 주가가 반등하기 전에 지배구조변화를 마무리하는 것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향후 나올 대안은 기존의 방안을 큰 틀에서 유지하면서 현대모비스 분할합병부문과 현대글로비스 간의 주식 교환 비율, 또는 주주환원 정책 보강하는 내용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지주회사체제로의 전면적인 계획 수정은 금융계열사 문제, 증손회사 지분율 문제 등을 생각해볼 때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제시했던 미래 비전의 주요 내용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어떤 시나리오라 할지라도 경영권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 탈피에 모두 연관되어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은 중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고태봉 이사는 공정위의 공감대를 얻고 주주들은 반대의견을 내놓은 현 상황에서 기존 개편안을 일정 부분 조정 후 재추진하는 방법과 원점 상태에서 새롭게 개편안을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분할합병 비율을 재산정하는 방안과 아예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을 쪼개서 시장에 맡기고 공정가치를 형성하게 하는 방법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점부터 다시 시작할 만큼 공정위와의 교감이 이루어진 상태면 지주사 전환 등의 가능성이 있으나 위험부담이 높다”며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존안을 활용한 재검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일 연구원은 “기존의 방안을 보완해서 추진할 것인지,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두 가지 방향이 예상된다”며 “이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나 다만 주주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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