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원은 전날 의결권전문위원회에서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 상정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보고서를 통해 “분할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되나 해외 사업부문을 제외한 분할방법은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신설모비스 입장에서 글로비스와의 합병 시너지가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ISS는 거래조건이 한국법을 완전히 준수하고는 있으나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가치평가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현대모비스 분할, 합병 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고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절차상 문제를 반대 권고 이유로 들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28일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에서 모듈∙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한다. 이 과정을 거쳐 순환출자와 내부거래 제약 등을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엘리엇은 합병 조건이 주주에게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측 개편안이 타당한 사업 논리와 경영구조 개선 방안, 저평가에 대한 종합 대책 등을 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자본 관리와 주주환원 정책, 최고 수준의 이사회 구성을 포함한 지속 가능한 기업구조 채택 등을 요구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반대 입장을 밝히고 다른 주주들에게도 반대를 촉구했다.
엘리엇에 이어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줄줄이 반대의견을 권고하고 나오면서 시장의 이목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총 30.2%, 국민연금 지분율은 9.8%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48.6%, 소액주주와 나머지 국내 기관투자자 지분율은 11.4%다.
국민연금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 찬반 결정을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지금 상정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이 부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시장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 분할합병안이 사실상 부결된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며 “분할합병안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더라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경은 다른 방법으로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분위기를 보아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도 찬성 결정을 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국내외 자문기관들이 반대를 권고한 상황에 주주들을 설득하려면 이후 나올 새로운 개편안에는 구체적인 주주환원 방침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이 이번에 부결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머지않아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오너 입장에선 주가가 상당수준 저평가돼 있는 만큼 올해가 지배구조 개편의 적기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개편안에는 주주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가 엘리엇 요구대로 지주회사안을 채택할 가능성은 작다. 금산분리법상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 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건 기존 계획보다 몇배로 큰 일이다.
최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며 “캐피탈 같은 경우 합병해서 사업부로 가져가도 되는 것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도 “지주사 체제로 변경하는 과정은 복잡하다”며 “경영권 승계에 있어 현대글로비스의 활용가치가 크고 글로비스의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라는 정부 요구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안에서도 현대글로비스가 핵심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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