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라는 기조 아래 2017년 첫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를 천명하며 보험의 보장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올해 4월 본격적으로 선을 보인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역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으로 약을 복용하는 만성질환자도 가입 가능한 실손보험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병력으로 인해 보험가입이 거절되는 사람들을 위해 사각지대를 줄인 상품으로, 좋은 취지에서만큼은 대중들은 물론 보험업계 역시 큰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손해율이다. 기존에 판매되고 있던 일반보험의 평균 손해율만 해도 2015년 122.1%, 2016년 131.3%, 2017년 133.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손해율이 100%가 넘으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품을 팔더라도 손해를 입게 된다.
보험업계 역시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가 있는데 판매를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해서 손해율 등의 통계가 정확히 반영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하며, “현재로서는 판매량이 많아 좋은 신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추후에 손해율로 돌아와 부메랑처럼 보험사들을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는 2021년 도입될 IFRS17에 맞춰 보험사들이 보장성을 강화한 상품에 주력하기 시작한데다, 4월 들어 실손보험의 ‘끼워팔기’가 금지된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실제 영업 현장의 설계사들은 유병자 실손보험의 높은 자기부담금을 이유로 정액담보 상품을 함께 권하는 등의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일반 실손보험에 비해 보험료와 자기부담금이 높고, 매년 보험료가 갱신되므로 보험사들에게 과중한 부담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아무리 자기부담 비율이 높아도 보험사에 가해지는 압박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은 통계와 리스크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인데, 현재로서는 일반 실손보험을 토대로 하는 ‘예측’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반 실손보험의 예를 살펴볼 때 유병자 실손보험이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높은 손해율로 인한 보험사의 출혈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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