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도입될 IFRS17 리스크로 저축성보험이 아닌 보장성보험 상품의 강화 필요성이 커진데다가,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인 ‘문재인케어’를 내놓으면서 기존에 보험사들이 미끼상품으로 내놓았던 실손보험 상품의 동력이 줄어들면서, 보험사들은 대안으로 치아보험에 눈을 돌렸다.
이처럼 대형 보험사들이 치아보험 시장에 합류함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주장과 함께, 보험사들의 자존심 대결로 치아보험 과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삼성생명·화재 등 대형사 공세…기존 강자 라이나생명 고군분투
손해보험 상위 4개사가 치아보험 상품 출시 이후 2개월 간 판매한 전체 치아보험 규모는 약 250억 원 규모에 달한다. 보험업계는 치아보험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올해 연간 2조 원대까지 시장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삼성생명은 지난 12일부터 보험업계 최초로 진단을 통한 보험료 할인을 적용하는 ‘삼성생명 치아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90일간의 면책기간 없이 가입 즉시 보장이 개시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삼성생명은 이 같은 특약 내용을 앞세워 치아보험 신상품에 대한 생명보험협회 측에 배타적 사용권 허가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타적사용권이 승인받게 되면 타 보험사들은 삼성생명 치아보험과 유사한 상품을 해당 기간 동안 개발,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이 상품은 출시 첫날에만 2만5000개가 팔려 시장에 거대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다른 대형사들의 치아보험이 500~600%에 달하는 높은 시책으로 주목을 끌었던 것과는 달리, 삼성생명 치아보험 시책은 300% 수준으로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삼성의 브랜드파워가 그만큼 강하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삼성화재 역시 치아보험을 내놓은 지 2달 만에 기존 상품을 개정 출시하는 강수를 뒀다.
기존 담보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신규 담보를 생성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개정된 삼성화재의 ‘치아보험 덴탈파트너‘는 보존치수치료를 기존 질병에서 상해까지 확대 적용하는 한편, 치주질환 치료비를 신설해 보장성을 강화했다.
여기에 텔레마케팅 채널에 한해 5년 만기 조항을 추가하고, 단체할인을 신설하는 등 개선이 이뤄졌다.
이처럼 대형사들이 작정하고 치아보험 시장을 뚫고 들어오면서, 기존 치아보험 시장을 주름잡았던 라이나생명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이에 라이나생명은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5일 20~30대의 젊은 고객층을 노린 온라인 전용 상품인 ‘(무)9900ONE 치아보험’을 새로 선보였다.
이 상품은 가입금액, 나이, 성별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가입가능한 모든 연령의 보험료가 월 9900원에 맞춰진 것이 특징이다.
동일한 보험료를 기준으로 나이와 성별에 따라 가입금액 및 보장금액을 계산해 1원 단위까지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 라이나생명의 주력 판매 창구였던 홈쇼핑 및 텔레마케팅 채널의 상승세가 한 풀 꺾이면서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에 새롭게 나서는 모습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시장을 선점했던 효과도 있으니 라이나생명이 그리 쉽게 시장을 뺏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틈새시장은 남아있는 상태라 중소형사에게도 아직 활로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 우후죽순 상품 경쟁…보험사기 위험성부터 불완전판매까지 우려 산적
이처럼 많은 보험사들이 너도나도 치아보험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경쟁 과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장 내에 치아보험 손해율에 대한 통계가 거의 없기 때문에 관련 상품들이 보험사들 입장에서 엄청난 손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당장은 현재의 경쟁적 상품 출시가 선택폭을 넓혀줘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율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치아보험은 ‘보험사기’ 위험에도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아보험은 타 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를 자랑한다.
이에 치아보험 상품 여러 개에 중복 가입을 한 뒤, 피해를 가장해 수 천 만 원의 보험금을 편취하는 보험사기 역시 일어나기 발생하기 쉽다.
특히 삼성생명과 같이 ‘진단형’에 한해 면책기간을 완화한 상품의 경우 더욱 높은 보험사기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아직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ING생명 등 치아보험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후발주자들이 추가로 뛰어들 경우, 시장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치아보험은 이미 기존에도 분쟁 소지가 많았던 상품인 만큼 보험사들의 신중한 대응은 필수”라며 과도한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지금의 출혈 경쟁 구도는 향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평가하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무분별한 판매 확대에 나서기보다는 상품 손해율을 어떻게 개선시킬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품 판매를 놓고 보험사들의 시책 경쟁이 과도해졌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시책이란 보험설계사가 신규 계약을 체결했을 때 설계사에게 주어지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말한다.
복수의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중순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치아보험 시책이 건당 500~600% 선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5만 원짜리 치아보험 상품을 판매했을 경우 30만 원 가량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이 권고하고 있는 보험사의 시책 적정선은 200~300%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 시책은 충분히 파격적인 수준이다.
이처럼 시책이 높아지게 될 경우, 설계사들이 인맥을 이용해 지인 판매를 진행한 뒤 곧바로 해약하더라도 설계사가 물게 되는 위약금이 시책보다 저렴해질 수 있다.
이는 곧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불완전판매 증가’로 이어진다.
다행히 보험업계의 자정작용으로 이 달 들어서는 치아보험의 평균 시책이 300~400% 선까지 떨어진 상태지만,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익명을 희망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단순히 상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만큼 보험업계는 물론 협회도 함께 나서서 상품 개선과 손해율 관리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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