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민연금은 오는 20일 예정된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 KB노동조합이 제안한 대표이사(회장)의 인사권 배제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제안에 따라 대표이사 인사권을 제한할 경우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KB금융의 최대주주(9.79%)다.
본래 국민연금 지침 상 주주총회 이후 14일 내 의결권 행사 내용 공시를 하도록 돼 있다. 의결권 전문위가 공표 시점을 주총 전으로 잡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연금이 반대 손을 든 제4호 정관변경 안건은 이번 주총에 상정된 안건 중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KB금융 이사회 내 6개 소위원회에 관한 조항(정관 제48조)에 '대표이사를 6개 소위원회 위원이 될 수 없다'는 내용과 '6개 소위원회 중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지배구조위원회의 위원장은 이사회 의장인 사외이사가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제4항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이 3개 위원회에서 대표이사가 제외된다면 대표이사의 인사권은 극도로 축소된다. 본래 KB금융은 감추위는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고 있었으나, 지배위와 사추위는 대표이사를 위원으로 포함하고 있었다. 지배위에서 대표이사가 배제되면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계열사 대표 인사에 공식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KB노조는 윤종규 회장을 지배위, 사추위에서 배제킴으로서 '셀프연임'이 가능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 9월21일 계열사 직원의 우리사주 등 KB금융지주 주식 92만 2586주(지분율 0.22%)를 위임받아 정관변경과 사외이사 추천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제안서는 이사회 승인을 거쳐 주총안건으로 정식 상정됐다.
국민연금 의결권 외부자문기관인 IS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KB금융 노조가 제안한 2개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대 의사결정은 불 보듯 뻔하다는 판단이다.
국내 자문기관으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이 국민연금에 반대의견을 권고했다. 자문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 인사권 침해라는 지배구조 훼손은 기업가치를 하락시킬 것이며, 제2의 KB사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근거를 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KB노조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추천 안건에 대해서는 주총 이후 의결권 행사 내용을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올 9월까지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정관변경 안건 21.12%, 사외이사 선임 안건 24.8%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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