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화 1.0 시대 어떻길래
이는 국내 시장의 포화, 저성장, 고령화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되며, 일본의 금융회사 역시 성장가능성이 있는 아시아 금융시장 등에서 재도약의 기회를 찾고 있다. 김동환 선임연구원은 일본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유형을 시대별로 ‘글로벌화 1.0’(1970년대), ‘글로벌화 2.0’(1980년대), 그리고 현재 추구하고 있는 ‘글로벌화 3.0’으로 구분했다. 글로벌화 1.0 시대에 일본 금융회사들은 주로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과 관련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주로 아시아) 이전이 급증함에 따라 무역금융·외환 서비스를 확대했고, 그 후 국내 기업의 현지생산·현지판매가 확대되자 해외지점으로 진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현지에서의 파이낸스 및 무역금융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거래대상 고객은 일본 기업이었으며, 거래 주체 또한 은행 본점의 담당 영업본부에 한정됐었다.
글로벌화 2.0 시대에는 국내 및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상업은행 서비스 및 국제 신디케이트론을 제공하고 미국·유럽 등 선진국 자본시장에서 일본계 기업의 주식·채권 발행을 유도했다. 은행들은 해외에서의 자금조달 업무를 확대했으며, 국내 기업은 물론 일부 유럽권 기업 및 금융회사·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신디케이트론 분야에서 일시적으로 세계 1위를 점하기도 했다.
증권회사들은 런던 및 스위스를 중심으로 미국·유럽의 기관투자자들을 두루 모집했으며 보험회사들도 현지에서의 일본계 기업을 대상으로 보험판매를 확대하는 것에 더해 외국 증권 및 부동산 투자를 확대해 나갔다. 또한 이 시기에는 일본 금융회사들의 골드만삭스, 리먼브라더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미국·유럽 금융회사 매수 및 자본출자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런 가운데 김 선임연구원은 “새롭게 맞이하게 될 글로벌화 3.0 시대는 일본의 경험과 강점을 살리면서 해외시장에서 현지화를 확대하고 비(非)일본계 고객을 대상으로 MARS 등 주요 네 가지 비지니스에 초점을 맞추는 시대”라고 소개했다. 글로벌화 3.0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세계 각 거점에서 사업리스크를 담당하는 M(Merchant banking)과 현지의 개인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R(Retail banking)로 현지화를 심화하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A(Asset management)와 S(System banking)를 통해 각 지역의 거점을 연결하는 것이다.
◇ “글로벌화 2.0, 3.0 시대 도래가능성 점검 필요”
그러면서 그는 “현재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은 대체로 일본의 글로벌화 1.0 단계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진출을 꾀하는 국내 금유회사의 SWOT과 국내 기업의 요구를 철저히 분석해 글로벌화 2.0 또는 3.0 시대의 도래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반드시 글로벌화 2.0 시대를 거쳐야 글로벌화 3.0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 주의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내 금융회사의 SWOT나 국내 기업의 요구는 대체로 일본과 유사하다”며 “글로벌화 2.0이나 3.0 시대의 도래가능성이 의심스러울 경우에는 글로벌화 1.0 수준의 전략을 보다 충실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차선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심스럽게 건넸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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