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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금)

마음의 기준을 세우세요

기사입력 : 2014-11-05 22:30

(최종수정 2014-11-0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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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아주 불친절한 의사가 있었습니다. 별로 크지 않은 개인 병원인데 그래도 의술은 좋았는지 환자가 붐볐습니다. 진료를 받으러 가면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아내는 그 병원에 다녀오면 늘 투덜거렸습니다. 의술보다도 퉁명스런 태도가 영 못마땅했던 것이죠.

그러던 얼마 전, 이번에는 제가 그 병원의 신세를 져야할 처지가 됐습니다. 처음 본 그의 인상은 그렇게 쌀쌀맞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그런대로 친절하게 대했습니다. ‘어? 아내는 불친절하다고 불만이 컸는데, 의사가 바뀌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저의 ‘감상’을 말해줬습니다. 친절했다고. 아내는 당연히 저의 말을 믿으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며칠 후, 또 다시 그 의사를 만났을 때 저는 그의 ‘변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냈습니다. 환자용 의장에 앉아 진료를 받던 저는 그의 책상위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 때 놀라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며칠 전, 우리나라에 왔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린아이를 안고 환하게 웃는 모습의 사진이 모니터 한편에 붙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설명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저는 미루어 확신합니다.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어떤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저렇게 사는 분도 있는데 나는 뭔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진이 그곳에 붙어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쨌거나 그가 변신한 까닭에 대한 해답은 분명히 그 사진에 있다고 봅니다.

◇ 그들이 변신한 까닭

그때 떠오른 또 한사람의 의사가 있습니다. 어떤 젊은 여성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녀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고객만족경영(CS)을 대대적으로 실시할 때의 일이랍니다. 친절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문제는 의사들이었습니다. 속으로 ‘웬 CS?’라며 시큰둥했을지도 모릅니다. CS의 중심축이 돼야할 의사들이 잘 움직여주지 않으니 분위기가 나쁠 수밖에요. 그렇다고 모든 의사가 불친절 했던 것은 아닙니다. 어디나 그렇듯이 한두 사람이 문제인 것이죠.

그 병원의 CS추진을 담당하고 있는 그 젊은 여성은 어떻게 의사들의 마음을 돌려놓을지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의사들에게 “친절하라”고 했다가는 어떤 낭패를 맛볼지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용기를 내어 아직 결함이 있다고 생각되는 여의사를 찾아갔답니다. 진정으로 그 의사를 위해 조용히 진언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 여의사는 치료를 잘 하기로 소문난 의사인데 실력이나 성실함과는 다르게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게 흠이었습니다. 환자가 많이 몰려서 그런 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조심스런 어조로 의사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선생님, 환자들이 선생님을 ‘명의’라며 좋아합니다. 그런데 잘 안 웃으시니까 접근하기가 겁난다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사실 젊은 CS 담당자가 의사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칫하다가는 “건방지게 어따 대고?”라며 거부당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그 여의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들어주었습니다. 그녀는 의사의 방을 나서면서 괜한 이야기를 했는지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후, 그녀는 다른 볼일로 그 여의사를 만나기 위해 진료실에 들어섰습니다. 여의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까닭에 방에서 서성이며 기다리던 그녀는 여의사의 컴퓨터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컴퓨터 화면 언저리에 붙어있는 노란색의 포스트잇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웃는 얼굴로 상냥하게!’

◇ 그들이 당신의 기준은 어떻습니까?

다음은 저의 아내가 ‘발굴한’ 사례입니다. 어느 날, 아내가 스마트폰에 찍힌 사진을 저에게 보여줬습니다. 제가 강의할 때 좋은 자료가 될 듯싶어서 찍은 것이랍니다. 스마트폰의 화면에는 손수레·리어카가 찍혀있었습니다. 웬 손수레?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뒷면에 이런 글귀가 붙어있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대박! 그 사진을 봤을 때 떠오른 생각입니다. 그날 아내가 집근처를 거닐다가 청소하는 아저씨의 손수레를 봤는데 그것에 그런 글귀가 있더랍니다. 그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손수레를 끌고 일터로 향하는 한 중년의 남자가 상상됐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는 한 때 힘겨운 삶에 지쳐서 자살을 생각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내린 결론이 바로 그 글귀일 것입니다. 그 속담 하나로 그는 지친 삶을 버텨낼 힘과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자, 이제 당신의 차례입니다. 당신은 마음속에 어떤 기준을 갖고 있습니까? 가슴속에 새긴 삶의 지표와 덕목은 무엇입니까? 정신없고 혼탁한 이 세상을 바르게 살 기준 말입니다.

때로는 사진 한 장, 글귀 하나가 수백 권의 인문학 책이나 고전보다 가치 있을 수 있습니다. 한 인간의 생애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을 보내면서, 당신의 마음을 꽉 잡아줄 기준 하나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당신의 인생을 훨씬 더 가치 있고 보람 있게 해줄 것입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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