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성장을 위한 자금조달 효율화, 사업 전문성 강화 등 거창한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결과적으로 주주들이 체감한 것은 성장 스토리 분할과 지분가치 하락이다.
시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와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규제 카드를 꺼냈다. 그 결과,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자성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SK그룹에 대한 잡음은 오히려 점점 커지고 있어 눈에 띈다.
이 사슬의 거의 모든 단계가 ‘상장 법인’으로 이뤄져 있다. 심지어 SK하이닉스는 미국에서 ADR(주식예탁증서)를 발행했다. 솔리다임까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 소위 ‘5단 중복상장’ 구조가 된다.
일각에서는 솔리다임 실적 비중이 SK하이닉스 대비 극히 낮아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시장 우려는 단순 솔리다임 상장 이슈로부터만 출발한 것이 아니다.
SK그룹은 최근 수년간 분할보다 합병과 매각 등을 통해 그룹 전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지난 2024년 SK그룹 계열사는 200여개가 넘었지만 현재는 약 150개사로 줄었다.
그 이전까지 SK그룹의 성장 방정식은 핵심 사업을 떼어내고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경영전략이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합병 등을 통해 분할된 기업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거나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위험은 결국 일반 주주들 몫이었다.
SK그룹에 여전히 ‘쪼개기 상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로 이러한 과거사를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SK그룹 계열사들 역시 모든 투자 유치는 ‘확장의 시대’에 이뤄졌다. 특정 산업에 대해 과도하게 낙관적이었던 만큼 역풍도 상당했다.
특히 SK온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 사업 분할과 자금조달 및 대규모 투자는 막대한 적자로 이어졌다. 그 심각성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신용도를 흔들 정도였다.
SK이노베이션에서 지난 2019년 분리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다시 흡수합병된다. 상장 당시 기업공개를 통해 9000억원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개선했지만 결국 실적 부진을 극복하지 못해 자립이 어려워진 탓이다.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출범한 SK스퀘어 역시 11번가, 웨이브 등을 다양한 자회사를 통해 외부 투자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은 빛을 보지 못했다.
만약 인공지능(AI) 시대가 조금이라도 늦게 도래했다면 SK그룹은 더 큰 위기에 처했을 수 있다.
따라서 최초 분할이 정말 사업 논리에서 출발한 것인지, 자금조달과 지배구조 설계에 가까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합병이 사업 시너지 때문인지, 부진한 사업 손실을 흡수하기 위해서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다. 결과론적이지만 일련의 모든 의사결정이 어떤 기준에서 합리적이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시대에 따라 상황과 환경이 달라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SK그룹은 유독 이런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 문제다.
무슨 일이든 의도하지 않아도 발생 확률이 높으면 그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도체 하나로 SK그룹 전체 분위기가 바뀌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룹 전략에 대해 일종의 ‘실패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사이클이며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만큼 과거 잣대로 SK그룹을 평가하고 자금조달이 막혀 성장을 하지 못하면 먼 훗날 투자자들은 극심한 후회를 할 수도 있다.
솔리다임은 쪼개기 상장도 아니고 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SK그룹 전략에 대한 신뢰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솔리다임 성장에 따른 과실을 SK하이닉스 주주들이 누릴 수 있는지를 넘어 과연 현재 자금을 조달해 확장하는 것이 옳은 결정인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이어진다.
단순하게 시장이 ‘중복상장 디스카운트’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설령 중복상장 이후 모회사에 큰 폭의 할인율이 적용돼도 이는 막대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자사주 매입·소각, 고배당 등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 확장과 투자 적기는 별개 문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SK그룹 전략에 대한 유효성과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사안을 말한다. 만약 SK그룹이 솔리다임 상장을 추진한다면 단순 주주환원 약속을 넘어 최종 의사결정까지 그 과정을 주주들에게 더 상세히 알려야 한다.
자금조달에 이은 투자확대까지 촉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주주설득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낭비’는 일반 주주들이 제공하지 않았다. SK그룹이 주주들에게 남긴 빚이며 언젠간 갚아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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