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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찾는 현대차, 핸들 대신 게임 패드 쥔 이유

기사입력 : 2026-09-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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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독일 게임스컴 이어 올해 국내 게임쇼 지스타 참가
올해 지스타 현장서 e스포츠 결선, 심레이싱 체험 등 진행
미래 소비자 확보, 게임 통한 주행 데이터 확보 등 SDV 대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현대차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모터쇼가 아닌 게임쇼 현장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독일 '게임스컴'에 이어 올해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까지 대규모 부스를 꾸려 연속 출격한다.

최근 완성차 업계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기술력과 젊은 감성을 강조한 브랜드 선호 현상이 짙어지는 가운데, 잠재 고객인 디지털 네이티브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동시에 게임을 통한 심레이싱 주행 데이터 확보,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In-Car Entertainment) 등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지스타서 심레이싱으로 게이머 잡는다

30일 지스타 조직위원회(조직위)에 따르면 현대차가 오는 11월 19일 개최하는 지스타에 약 100부스 규모로 참가한다.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한 지스타는 국내외 게임사들이 참가하는 한국 최대 게임 박람회다. 올해도 크래프톤, 웹젠 등 국내 게임사뿐만 아니라 호요버스, 빌리빌리, 세가 등 글로벌 게임사들이 참가를 확정지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가 부스를 꾸린 2관은 넷이즈게임즈, 세가 등 글로벌 게임사들이 들어섰다. 현대차는 유일한 완성차 기업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참가 규모나 프로그램도 예사롭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참가했던 게임스컴에서는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수출명 인스터) 기반의 레트로 게임 '인스터로이드(Insteroid)' 시연과 오락실 콘셉트의 부스로 가볍고 친근한 접점을 다졌다.

반면 올해 지스타에서는 브랜드의 압도적인 기술력과 스포티한 감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무게를 뒀다.

현대차는 올해 지스타 현장에서 고성능 브랜드 ‘현대 N’을 전면에 배치하고 대대적인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장 부스에서는 아이오닉 5 N 등 고성능 실차 전시와 함께, 관람객들이 가상 공간에서 실감 나는 주행을 즐길 수 있는 심레이싱(Sim-Racing) 시뮬레이터 체험존이 마련된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심레이싱 e스포츠 챔피언십인 ‘2026 현대 N 버츄얼컵’의 최종 현장 결선이 지스타 현장에서 개최돼 관람객들에게 몰입감 넘치는 가상 모터스포츠의 매력을 전달할 예정이다.
현대차 지스타 2026 참가 확정. / 사진=한국금융신문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 지스타 2026 참가 확정. / 사진=한국금융신문

변화하는 차량 구매 트렌드, 젊은 ‘테크·감성’ 필수

현대차가 잠재 고객이 모이는 게임쇼에 공을 들이는 데는 국내 신차 시장의 지형 변화가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등 신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2030세대가 선택한 수입 신차 중 테슬라 비중은 38.2%에 달했다. 전통의 강자인 BMW(23.8%)와 메르세데스-벤츠(12.6%)를 크게 앞지른 수치다.

이는 젊은 소비자일수록 기존 완성차 브랜드의 역사나 명성보다는 ▲혁신적인 테크(Tech) 이미지 ▲자율주행 및 SDV 기술력 ▲브랜드가 주는 세련된 감성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젊은 세대가 대거 집결하는 게임 공간을 선점하지 않고서는 미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가 올해 지스타에 고성능 브랜드 현대 N을 함께 전시하는 것도 궤를 같이한다. 고성능 차량은 브랜드의 최신 기술력과 젊은 감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라인업이다. 이를 게임과 융합해 현대차 기술력과 젊은 감성을 미래 세대에게 확실히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게임 산업과 접점을 확대하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포르쉐는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와 협업해 가상 콘셉트카를 선보이고 주요 게임쇼에 전용 부스를 꾸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파트너사로 활동하며 게이머 접점을 늘리고 있다. BMW 역시 글로벌 e스포츠 구단 파트너십을 통해 차세대 디지털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
현대차 심레이싱 e스포츠 대회 현대 N 버츄얼컵 현장. /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 심레이싱 e스포츠 대회 현대 N 버츄얼컵 현장. / 사진=현대차

‘심레이싱 데이터’가 R&D 자산으로

현대차의 게임쇼 참가는 단순 마케팅을 넘어 실질적인 기술적 실익으로도 이어진다. 완성차 업계가 심레이싱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품질 주행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실제 차량의 세부 데이터(서스펜션, 무게중심, 타이어 마찰력 등)를 이식해 구축한 정밀 심레이싱 환경에서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 차량을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이 과정에서 급제동 타이밍, 조향 각도, 코너링 이탈 패턴 등 가혹 조건에서의 주행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축적된다.

실차 기반의 한계 주행 테스트는 물리적 위험과 비용이 크지만, 가상 세계에서 얻은 주행 데이터는 ▲차량 거동 제어 로직 최적화 ▲자율주행 및 AI 드라이빙 알고리즘 고도화 ▲가상 차량 개발(Virtual Development) 등 R&D 분야로 곧바로 환류(Feedback)된다. 게임 공간이 신기술을 검증하는 ‘가상 연구소’ 역할까지 겸하는 셈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R&D 산실인 남양연구소에서도 그동안 확보한 도로와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한 가상 주행 시뮬레이터가 존재한다. 지스타가 매년 수십만 명이 방문하는 행사인 만큼 연구원 1명이 테스트하는 데이터를 하루 만에 몇배 이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자율주행과 SDV 기술이 발전할수록 차 안은 운전하는 공간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현대차 역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바탕으로 차량 내 게임 및 미디어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지스타 참가는 단순한 이벤트성 홍보가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이끌어갈 소프트웨어 및 기술 중심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지는 과정”이라며 “가상 주행 데이터 활용부터 차량용 콘텐츠 확보까지 완성차와 게임 산업의 경계는 더욱 빠른 속도로 허물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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