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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전문가’ 김철기, 삼성 가전 살릴까

기사입력 : 2026-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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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경쟁력, 기술력→마케팅 변경
올해도 5천억 적자 전망에 ‘승부수’
저부가제품 외주·中시장 철수 검토

▲ 김철기 삼성전자 부사장이미지 확대보기
▲ 김철기 삼성전자 부사장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삼성전자를 살까? LG전자를 살까?”

주식이라면 정답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전 제품을 구매하려는 국내 소비자들에겐 고민 거리다.

흥미로운 점은 제품별 실적을 뜯어보면 양사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것. LG전자는 TV 적자를 생활가전(냉장고·세탁기 등)이 만회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이 TV에 묻혀 가는 모습이다.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가전은 LG”라는 말이 아직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 삼성전자 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김철기 부사장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삼성전자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VD(영상디스플레이)·DA(생활가전) 사업부는 영업이익 2000억 원(영업이익률 2.1%)을 기록했다. 지난 2025년 3분기부터 이어진 적자를 3개 분기 만에 벗어났다.

회사는 VD·DA 사업부 손익을 나눠서 공개하지 않는다. VD 별도 실적은 증권사 추정치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 DA 영업이익을 860억 원(영업이익률 0.3%)으로 추정했다.

반면 VD 관련 매출이나 수익 비중을 달리 산정하면 TV 사업이 1조6930억 원 규모(영업이익률 약 5.5%)로 분석되기도 한다. 생활가전 부진이 TV 실적으로 가려지는 모양새다.

연간 추정치로 보면 지난해 DA는 영업손실 5230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 박순철 부사장은 “가전 사업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관세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수익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사업 전반 선택과 집중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박 부사장이 언급한 ‘선택과 집중’은 프리미엄 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등 고부가가치 구조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을 약 2조4000억 원에 인수했다.

방향대로라면 삼성전자는 수익성 낮은 사업을 과감히 구조조정 대상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DA사업부장 김철기 부사장은 실적 발표 2주 전 직원들을 모아 경영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회사는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 저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외주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사장은 “올해가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외신을 통해 삼성전자가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을 생산하던 말레이시아 공장 일부를 폐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TV 및 일부 판매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뜻을 현지 직원들과 거래처에 전달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검토 사실을 인정했다.

김철기 부사장은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지난해 4월부터 DA사업부를 맡아 이끌고 있다. 이는 이례적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대 생활가전 수장들이 주로 개발자 출신이었는데, 김 부사장은 마케팅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자동차(현 르노코리아)에 입사해 부품기술을 담당했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모바일·TV 등 마케팅 부문을 이끌며 글로벌 영업을 전담했다. DA사업부장을 맡기 직전 직책은 MX(모바일)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이었다.

이전까지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은 제품 전문 개발자가 이끌었다. 서병삼 전 부사장과 이재승 전 부사장은 가전 제품 개발자 출신으로 수장에 오른 대표적 사례다. 겸직 체제였던 김현석 전 사장과 한 전 부회장도 TV 개발자 출신이다.

마케팅 전문가인 김 부사장을 생활가전 수장에 앉힌 배경은 더 이상 독보적 가전 기술만으로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경영 환경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경쟁사들은 저렴한 가격과 상향 평준화된 기술을 무기로 국내 기업을 맹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놓는 가전 신제품 홍보 자료를 봐도 가전과 공간이 어우러진 디자인이나 자사 제품 간 연결을 통한 브랜드 생태계를 더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DA사업부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빠르면 2분기부터 다시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연간 4000억~5000억 원가량 영업손실이 점쳐진다.

그간 DX 부문을 지탱해주던 MX와 VD도 동반 부진이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가격 급등 영향을 크게 받는 MX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약 10%에서 올해 4%대까지 급감할 전망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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