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중동 위기 대응, 10조 프로그램 중심 ‘긴급 수혈’
수은의 역할은 중동 사태 대응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재정경제부와 함께 점검한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은 기존 7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되며 정책금융의 총량 대응이 본격화됐다.특히 공급망 안정화 프로그램에서는 원유·가스, 광물·식량 등 핵심 자원에 대한 금리우대를 최대 0.7%포인트까지 확대하며 기업 비용 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는 단순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수익성 방어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급망·에너지 안보, ‘글로벌 조달–현장 지원’ 이중축 구축
수은은 위기 대응을 ‘재원 확보’와 ‘현장 투입’의 이중 구조로 고도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급망안정화기금의 첫 글로벌본드 발행이다.5억 달러 규모, 5년 만기, 미 국채 5년물 금리에 0.27%포인트를 가산한 조건으로 발행된 이번 채권은 정부 보증 기반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자 수요를 확보했다.
확보된 자금은 중동 피해대응 특별지원 프로그램에 최우선 투입되며, 고의존 경제안보 품목의 수급 안정과 대체 수입선 확보에 활용된다. 공급망안정화기금이 이미 10조원 규모 사업을 지원해온 점을 고려하면, 수은은 명실상부한 ‘경제안보 금융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대응이 이어졌다. 산업은행, 석유공사와의 긴급 간담회를 통해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실제로 총 30억 달러 규모 지원이 신속히 집행됐다. 수은은 이 가운데 15억 달러를 맡아 원유 수입결제자금 지원에 집중하며 역할을 분담했다.
전략산업·수출 경쟁력 강화, ‘초격차 금융’ 본격화
위기 대응과 병행해 수은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그룹과의 협약을 통해 2028년까지 5조원 규모 금융 지원을 추진하며 반도체 소재, SMR, 로보틱스 등 국가전략산업에 집중 투자한다.여기에 AX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1.2%포인트 금리 우대를 적용, 단순 자금 공급이 아닌 ‘조건 기반 경쟁력 강화’ 모델을 도입했다.
방산 분야에서도 KAI, 현대로템 등 5개 기업과 협약을 체결해 협력사에 최대 1.2%포인트 금리 우대와 20% 대출한도 확대를 제공한다. 동시에 향후 5년간 100조원 규모 전략산업 지원 계획과 3조5000억원 상생금융 공급을 병행하며 산업 생태계 전반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는 대기업 중심 수출에서 중소·중견 협력사까지 확장된 ‘생산적 금융의 확산 구조’로,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산업·해외 진출, ‘K-마셜플랜’ 금융 전초기지
수은은 중동 재건과 글로벌 산업 전환을 기회로 삼아 신산업 금융 전략도 제시했다. 투자개발형 인프라, 데이터센터, 지속가능항공유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특히 투자개발형 사업의 경우 초기 지분 투자 부담 완화를 위해 재무적 투자자와 공동 투자 시 지원 요건을 완화하고, 사업 초기부터 직접 투자 참여를 허용하는 등 제도 개선을 병행했다.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AI·클라우드 수요 확대에 대응해 프로젝트파이낸스 중심 금융 패키지를 강화하고, 지속가능항공유에서는 전 주기 금융지원 체계를 구축하며 친환경·에너지 전환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역·중소기업 지원, ‘현장 밀착형 생산적 금융’ 강화
수은의 생산적 금융은 지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BNK금융과 협약을 통해 동남권 수출기업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해외온렌딩대출과 맞춤형 컨설팅을 결합한 ‘원스톱 금융지원’을 제공한다.비수도권 중소·중견기업에는 최대 2.2%포인트 금리 우대, 컨설팅 비용 최대 80% 지원 등 실질적 혜택이 제공된다. 이는 정책금융의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기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적극적인 금융 공급과 동시에 리스크 관리 체계도 강화되고 있다. 수은은 AI 기반 여신감리 조기경보모형 도입에 착수하며 신용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수은 여신의 88.6%가 신용 기반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필수적인 조치다. 실제로 여신잔액은 2021년 107조7000억원에서 2025년 140조7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72%에서 0.90%로 개선되며 자산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건전성 관리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기 대응 넘어 ‘성장 플랫폼’으로 진화
황기연 행장 체제의 수은은 단순한 정책금융 기관을 넘어 위기 대응, 산업 육성, 공급망 안정, 지역 균형발전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중동 사태라는 외부 충격 속에서도 정책금융의 신속한 집행, 글로벌 자금 조달, 전략산업 투자,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며 ‘위기 대응형 금융’을 ‘성장 견인형 금융’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결국 수은의 생산적 금융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회복력과 미래 경쟁력을 동시에 떠받치는 ‘지지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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