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문무일 사외이사 ‘법률자문 거래’ 독립성 시험대
18일 열린 삼성SDS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내·외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등의 안건이 모두 의결됐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재선임이다.
문무일 후보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삼성SDS에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약 9000만원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공시되면서, 이해상충 논란이 불거졌다. 같은 기간 삼성SDS가 세종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은 대가는 약 2만원에 그쳤지만, 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법인 소속 인사라는 점이 쟁점이 됐다.
이미지 확대보기반면 삼성SDS 측은 “개인이 거래한 내역이 아니라 법인 간 거래에 따른 내역”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회사 측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문무일 후보가 제42대 검찰총장 출신으로 현재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인 법률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경영 활동 관련 법률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적임자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사외이사 독립성 기준을 엄격히 보는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사외이사 선임 결과는 대기업의 전관 출신 활용 관행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길 전망이다. 국내 사외이사 독립성 기준이 점점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삼성SDS 사례는 향후 대기업 이사회 구성 기준을 재설정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CB 22배 확대·현금 6조대…“성장 재원 vs 지분 희석”
이미지 확대보기특히 삼성SDS의 지난해 4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이 6조3802억원에 달하고, 같은 시점 시가총액이 12조4424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상당한 수준의 현금 쿠션을 쌓아둔 상황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사회는 올해 초 배당금을 전년 대비 10% 올려 주당 3190원으로 결정했지만, 주주연대는 “대규모 현금성 자산에 비해 주주환원 정책이 미흡하다”며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중장기 환원 로드맵 제시를 요구했다.
주주연대는 지난해 개정된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을 근거로 삼아 “이사회가 과도한 현금 보유와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있는 CB 한도 확대를 병행하는 것이 총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안건은 통과됐지만, 6조원대 현금을 굳이 CB 발행으로 재원을 확보하려는 이유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대안이 충분히 제시됐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향후 국내 기업의 배당·자사주 정책 분쟁에서 이 조항이 핵심 기준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집중투표제 무력화’ 공방…글로벌 행동주의 시험 무대
이미지 확대보기집중투표제는 이사 2인 이상을 동시에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내 상장사 상당수가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SDS는 제도 도입과 동시에 이사 선임 시점 분산 장치를 병행해 소액주주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낮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주연대는 “이사 선임 시점을 쪼개 소액주주의 감시권을 약화시키려 한다”며 정관 변경안 철회를 촉구했지만, 주총에서는 반대로 정관 변경이 승인됐다.
이번 주총은 정부·금융당국이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하는 흐름과 맞물려, 국내 상장사를 둘러싼 ‘주주·행동주의 투자자’ 간 대응 공식을 재편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주총장에서의 질의·답변과 이사들의 태도를 분석해 ‘삼성SDS 이사 직무수행 평판 리포트’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영어로 작성해 인스티튜셔널셰어홀더서비스(ISS)·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와 해외 기관투자가에 공유될 예정이다. 국내 상장사의 이사회 활동을 국제 행동주의 투자자의 잣대로 평가하겠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재원 확보와 주주 보호 사이에서 이사회가 내린 정답은 주총장에서 표로는 확인됐지만, 6조원 현금 운용 방식, 전관 출신 사외이사 활용, 소액주주 견제력 약화에 대한 의문은 그대로 남아있다”며 “이번 주총이 삼성SDS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 거버넌스 관행에 대한 장기 검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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