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사회 개편 발표…‘신뢰 회복 의지’ 강조했지만
KT 이사회는 최근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 및 지배구조 쇄신 방향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신규 사외이사 후보 3인 확정 ▲사외이사 평가제 도입 ▲전문성과 다양성 강화를 통한 이사회 운영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확정된 사외이사 후보 3인은 분야별로 ESG분야에 윤종수(현 KT ESG위원회 위원장,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 고문), 미래기술 분야에 김영한(현 숭실대학교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경영 분야에 권명숙(전 인텔코리아 대표이사) 등이다. 회계분야는 공석으로 두고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정할 계획이다.
KT는 이를 통해 지난해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 사고와 대표이사 선임 절차 혼선으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사외이사 후보 선임 방식을 기존의 4명씩 교체하는 집중형 구조에서 보다 안정적인 분산형 교체 구조로 전환해 나가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이사회의 감시·견제 기능이 기업 신뢰의 핵심”이라며 “ESG위원회를 중심으로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후보군에는 여성 경영인과 기술 분야 전문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발표 직후 내부와 외부의 반응은 엇갈렸다. KT 새노조는 ‘KT 사외이사 선임 및 쇄신안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껍데기뿐인 쇄신, 인적 적폐는 여전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새노조는 윤종수 현 ESG위원장 겸 사외이사의 재선임 추진을 문제 삼으며, “대규모 해킹 사태 당시 사실상 은폐 의혹으로 사회적 신뢰를 실추시킨 책임이 있는 인물을 다시 후보로 올리는 것은 주주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또 이번 이사회 개편이 다양성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교수·관료 중심의 ‘거수기 이사회’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소비자나 시민사회,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변할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내부 견제와 투명 경영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에 앞서 제1노조인 KT 노조도 성명을 내고 “이사회가 KT의 경영집행에 관여하는 의사결정 기구의 역할보다 사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부적절한 모습을 보였다”며 “KT 이사회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하고 현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사공이 많아 배가 멈췄다…1분기 경영 리듬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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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기사 모아보기 대표와 박윤영 내정자 체제가 병존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지난해 말 박윤영 내정자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됐지만, 공식 취임은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로 예정돼 있다. 이 사이 김영섭 대표가 인사권을 유지하며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는 경쟁사 SK텔레콤·LG유플러스보다 약 1~2개월가량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김영섭 대표가 임기 종료 전까지 인사권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는 이상, 박윤영 내정자 체제의 준비 작업은 사실상 멈춰 있다”며 “조직·인사 공백이 장기화되면 신사업 추진 속도와 내부 의사결정력 모두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1월 중 박윤영 내정자의 구상을 담은 인사가 추진될 것으로 거론됐지만, 조율이 지연되면서 부서 책임자 인선이 계속 밀리고 1분기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쟁사들이 AI·디지털 플랫폼·클라우드 등 성장 동력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KT는 리더십 불투명 속에 핵심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내부에서 나온다.
1분기 경영 리듬 자체가 끊기면서 재무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해킹 사태 후 위약금 면제 조치로 30만명 넘는 고객 이탈이 이어진 상황에서 신뢰 회복을 위해 마케팅·전략 결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리더십 공백으로 핵심 움직임마저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T 이사회가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이번 이사회 개편 발표 역시 경영 쇄신보다는 단기 리스크 완화에 초점을 맞춘 제스처에 그쳤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질 구조 개편 없는 쇄신론…실행 여부가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경영 리더십 공백은 이미 경쟁사와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컴퍼니 전환 로드맵을 구체화했고, LG유플러스는 구독·콘텐츠 생태계 확장과 스타트업 협력으로 ‘탈통신’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KT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 청사진을 내세웠던 김영섭 대표 체제가 사실상 멈춰서 있으며, 차기 박윤영 내정자 체제로의 전략 이행도 불투명한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T는 민영화 이후 정권 교체기마다 CEO 연임·교체 논란이 반복돼 왔다”며 “지배구조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주가 밸류에이션 해소의 핵심 과제”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사회-경영진-조직 간 권한 재정립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 인적 쇄신을 넘어 실질적 역할 분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KT가 지배구조 리스크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거버넌스 혼선을 해소하지 못하면 인사·조직 문제뿐 아니라 대외 신용도, 파트너십, 투자유치 등 모든 전선에서 부정적 신호가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정부 공공망 사업, 클라우드 사업 계약 등 민감한 현안에서 신뢰도가 실질적 경쟁력이 된다”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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