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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2(월)

‘속도' 중요한 정비사업 성패 구청서 갈려…왜?

기사입력 : 2026-0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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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마포·동작 등 적극 행정 눈길
서울시 인허가권 자치구로 위임 필요

▲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박강수 마포구청장(오른쪽)이 만나 지역 현안사업과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제공 = 마포구이미지 확대보기
▲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박강수 마포구청장(오른쪽)이 만나 지역 현안사업과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제공 = 마포구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 30여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을 봉합했다. 공사를 멈추지 않고 설계 변경, 물가 변동 등 증액 사유를 검토해 사업 지연을 막았다.

서울시는 지난 2년간 총 37개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갈등을 조정해 사업을 정상화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공사원가 급등, 금리 인상 등의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일이 늘면서,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시가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작년 ‘공사비 갈등’을 상시 관리가 필요한 정책 과제로 전환하고, 행정 개입에 나섰다.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다. 공사비 쟁점이 클 경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외부 전문기관 검증을 통해 증액 사유를 검토했다.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땐 코디네이터(담당관)를 파견해 총회 의결과 변경 계약 체결을 지원하기도 했다.

중재 과정에서 사업이 멈추지 않도록 관리한 것이 핵심이다. 공사가 지연되면 조합원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주택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성패는 더 이상 제도 차이에서만 갈리지 않는다. 같은 법과 같은 서울시 기준을 적용받으면서도, 실제 사업 속도는 자치구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구·정비업계에 따르면, 조합원들 사이에서 ‘정비사업이 빠르게 추진된다’고 평가받는 곳들은 공통적으로 구청이 사업 초기부터 행정의 주도권을 쥐고, 책임 있게 정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내 가장 잘되고 있다고 평가되는 자치구는 강남구다. 조성명 구청장이 이끌고 있는 강남구는 재건축 사업 전담 인력을 비교적 장기간 고정 배치해 사업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랫동안 정체돼 있던 재건축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조합설립 인가나 변경 인가 과정에서 보완 요구를 여러 차례 나눠 전달하지 않고, 내부 검토를 거쳐 한 번에 통보하는 방식이 정착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도 사업성이 낮거나 법적 쟁점이 큰 구역은 초기에 정리함으로써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시간을 줄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포구도 최근 들어 체감 속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마포구는 초기 단계 개입을 확대하고, 주민 설명회와 동의 절차를 행정이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비사업 정체 구간을 줄이고 있다.

이 가운데 박강수 마포구청장의 소통행정이 눈길을 끈다. 박 구청장은 최근 오세훈닫기오세훈기사 모아보기 서울시장을 만나 지역 현안사업과 더불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서초구는 갈등 관리에 행정력을 집중한다.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조합 내부 분쟁·주민 반발·시공사 선정 갈등을 ‘조합의 문제’로 방치하지 않는다. 구청 차원에서 설명회와 중재 자리를 마련하고, 총회 절차나 입찰 과정의 법적 하자 여부를 사전에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인가 단계 이전에 수정하도록 유도해, 시공사 선정 무효나 소송으로 인한 장기 지연을 최소화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송파구의 강점은 예측 가능성이다. 대규모 단지 재건축과 더불어 사업성이 검증된 곳이 많은 최상급 입지중 하나다. 그만큼 경험이 축적돼 있어 조합설립 이후 인허가 단계에서 행정 지연이 적다는 점도 특징이다.

송파구는 정비사업 관련 내부 기준을 비교적 명확히 정리해 두고, 같은 유형의 사업에는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 민원 대응 역시 담당자 개인 판단에 맡기지 않고, 부서 차원의 통일된 기준으로 처리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송파구는 되는 사업만 모여있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며 “그만큼 지자체도 큰 변동없이 일관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발 주자로 분류되던 동작구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해 강남권 위상 회복에 힘쓰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인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정비사업 절차를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총 2만3610가구에 대해 인허가를 완료했고 7272가구의 착공을 마쳤다.

▲ 조성명 강남구청장이 관내 추진되고 있는 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 = 강남구이미지 확대보기
▲ 조성명 강남구청장이 관내 추진되고 있는 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 = 강남구
동작구가 정비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청이 자체 설계한 ‘동작구형 정비사업’ 모델이 있다. 주민설명회 방식과 절차 가이드를 표준화해 인허가 기간을 절반 이하로 줄였고, 공무원과 전문가가 직접 주민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동의율을 끌어올렸다.

재개발 분야에서는 성동구가 자주 언급된다. 정원오 구청장이 의지로 성동구는 정비구역 지정 신청 이전 단계부터 사전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운영한다.

정비계획 초안, 동의율 구조,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는 법적 요소를 구청이 미리 점검해 보완하도록 한다.

그 결과 서울시 심의 단계에서 반려되거나 계획을 다시 짜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다. 성수지구 내 조합들 사이에서는 “성동구는 사업을 함께 설계해주는 행정”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들 자치구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구청장이 정비사업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직접 챙기며, 전담 인력을 고정 배치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다. 보완 요구는 한 번에 정리하고, 갈등은 행정이 중재한다. 될 사업과 안 될 사업을 초기에 가르는 것도 특징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들어온 민원에만 처리하기 급급한 탁상행정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청이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서울시 제도는 다 같은데 실제 시간은 구청에서 결정된다. 정비사업이 빠른 곳은 행정이 브레이크가 아니라 엔진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정비사업의 속도 경쟁은 이제 입지나 용적률 이전에 자치구 행정 역량 경쟁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한편 서울시에 몰린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인허가권을 자치구로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 권한 등을 서울 25개 구청으로 위임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아울러 소규모 정비사업은 자치구에서 전담해 인허가 과정을 이원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대단지는 시가, 소규모 정비사업은 구가 정비계획을 맡는 이원화 구조다. 성동구에 따르면 시에서 정비사업장 1054개 중 1000가구 미만인 사업장은 839개로 79.6%를 차지한다.

다만 가구 수로 따지면 22만8591가구여서 전체(81만 6056가구) 중 28% 수준이다. 1000가구 미만인 사업장을 구가 맡더라도 시가 여전히 서울 정비사업 물량 중 72%를 책임지게 된다.

현재 시는 정비사업 관련 심의 분야에 따라 담당 과마다 하나의 위원회를 두고 있다. 용적률·건폐률에 관해서는 도시공간본부 도시계획과 산하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에서 필요한 교통·환경 등은 주택실 주거정비과 산하 정비사업통합심의 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식이다. 총 7개 위원회에 모든 정비사업 심의가 몰리다 보니 병목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정비사업에 수반한 편의시설·공공임대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통합 심의에서 개발 초기에 교통·환경 등 인프라 등을 고려하는데 구청장에게 권한이 위임되면 이 역할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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