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논현동에 있는 오뚜기 요리 교실 ‘오키친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곳은 오뚜기 고(故) 함태호 창업주가 실제 거주했던 곳으로, 함 창업주는 생전 자신의 자택을 회사에 기증했다. 이후 오뚜기는 지난 2007년 ‘함 하우스’를 개관했다. 당시에는 직원들의 교육 공간으로 사용됐다. 그러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K푸드 열풍이 불었고, 젊은 층에서는 재미와 경험을 좇는 트렌드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오키친 스튜디오의 쿠킹 클래스는 올해로 오픈 3주년을 맞았다. 쿠킹 클래스는 현재까지 총 495회 진행했으며, 누적 참여자가 2600여 명에 이른다. 오뚜기는 쿠킹 클래스 인기에 힘입어 부산에도 ‘오키친 쿠킹하우스’를 선보였다. 오뚜기가 자체 개발한 K푸드 레시피만 400여 건에 달한다. 오뚜기는 온라인에서도 이러한 쿠킹 클래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직접 둘러본 오키친 스튜디오 현장은 전반적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귀여운 얼굴을 한 오뚜기 공식 캐릭터 ‘옐로우즈(Yellows)’ 인형들이 입구에서부터 환한 미소로 반겼다. 공간은 오뚜기 브랜드 색깔인 노란빛으로 가득했다. 스튜디오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었다.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쿠킹존과 다양한 오브제로 꾸며진 다이닝존, 완성된 음식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포토존 등이다.
옐로우즈 인형들과 인사를 나눈 후 실내화로 갈아신었다. 실내화는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은 크록스인데, 오뚜기 진라면 모양을 한 지비츠로 장식돼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다이닝존에서는 앞치마에 어울릴 만한 와펜을 붙였다. 오뚜기 대표 브랜드인 토마토 케첩과 크림 스프, 3분 카레 등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이들 와펜을 앞치마에 부착한 후 다리미로 다리면 껌딱지처럼 달라붙는다. 이렇게 완성된 앞치마를 두르면 본격적으로 요리가 시작된다.
이날 쿠킹 클래스는 송가연 셰프와 함께 ‘추억의 전통시장 여행’ 콘셉트로 꾸며졌다. 전통시장에는 침샘을 자극하는 대표 길거리 음식이 있다. 바로 꽈배기와 햄버거다.
햄버거는 오뚜기 ‘오즈키친 떡갈비’와 ‘케요네스’, ‘데리야끼 소스’, ‘1등급 대란’, ‘아삭 오이 피클’ 그리고 ‘옥수수 마가린’만 있으면 된다. 예열한 팬에 마가린 소량을 두른 후 빵을 익혀 구수한 맛을 입혔다. 양배추는 잘게 썰어 케요네스로 버무렸다. 이어 햄버거 패티로 들어갈 떡갈비를 튀겼고, 건져낸 후 마가린 소량을 둘러 달걀을 익혔다. 조리한 재료들을 빵 사이로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어느새 햄버거의 외형을 갖추게 된다.

평소 마트에서 꽈배기나 호떡 등의 믹스를 보면 무심결에 장바구니에 넣곤 한다. 고물가 시대에다 레시피가 비교적 간단해 보여 집에서도 간식을 만들어 먹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몇 번의 도전을 거듭해도 결과는 항상 실패였다. 분명 레시피 순서대로 만들었는데도 모양도 맛도 딴판이었다. 결국 주방 수납장이나 팬트리에 넣어 두고서 유통기한이 지날 때까지 잊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이젠 오뚜기 쿠킹 클래스를 통해 제대로 된 조리법을 배웠다. 튀기는 온도나 시간에 따라 꽈배기의 바삭함이나 익힘 강도가 달랐다. 마찬가지로 햄버거도 마가린을 얼마나 두르느냐에 따라 단맛의 정도는 차이가 났다. 오뚜기가 자사 제품들을 활용해 K푸드 레시피를 만들고, 이를 쿠킹 클래스로 전파한 이유다.
쿠킹 클래스는 ‘월드퀴진 클래스’와 ‘시즈널 클래스’, ‘페어링 클래스’, ‘K푸드 클래스’ 등 네 가지로 구성된다. 우선 ‘월드퀴진 클래스’는 월 4회 열리며, 세계 각국의 대표 음식들을 직접 만든다. 최근엔 지난 6월 페루 대표 음식인 ‘아마리요 칠리 페이스트’와 소고기볶음, 감자튀김이 함께 어울린 ‘로모살타도’를 주제로 다뤘다.
‘시즈널 클래스’는 월 6회 진행되는 것으로,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등과 같은 기념일 맞춤형 메뉴들을 제안한다. ‘페어링 클래스’는 매달 1개 브랜드와 협업해 개최된다. 브랜드에 걸맞은 요리를 직접 체험해보고, 스토리까지 함께 곁들인다. ‘K푸드 클래스’는 외국인 상대로 열리는 프로그램이다. 불고기와 잡채, 김밥 등 한식 대표 메뉴들로 채운다. 영어 클래스와 일어 클래스로 나뉘며, 각각 월 1~2회씩 진행된다.
오뚜기는 오키친 스튜디오가 외국인 사이에서도 점차 입소문을 타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에는 MBC 에브리원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아리랑TV ‘1DAY 1KOREA K-FOOD’에서 오키친 스튜디오가 등장했을 정도다. 이에 오뚜기는 지난 5월 한식진흥원과 협력해 한식문화공간인 ‘이음’에서 외국인 50여 명을 초대해 ‘K푸드 쿠킹 클래스’를 열었다. 서울관광재단과도 오는 11월까지 월 1회 ‘K푸드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 2020년 11월 오키친 스튜디오 옆 공간에 복합문화공간인 ‘롤리폴리 꼬또’도 조성한 바 있다. 이곳은 붉은색 벽돌이 주는 아늑함이 특징으로, 케이브(cave)와 큐브(cube), 슬로프(slope), 캄포(campo), 홀(hall), 살라(sala) 그리고 쉐이드(shade) 등 7개 공간으로 꾸몄다. 오뚜기 제품들로 만든 다양한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오뚜기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조8228억 원으로, 전년(1조7428억 원) 대비 4.6% 성장했다. 이 기간 오뚜기 해외 매출은 전년 1659억 원에서 18.3% 오른 1963억 원을 나타냈다. K푸드 열풍과 함께 오뚜기 해외 실적도 조금씩 몸집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다만, 오뚜기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10.8%로, 동종 식품업체와 비교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오뚜기는 해외에서 미국과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 4곳에 법인을 뒀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식품기업 특성상 내수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로도 영향권을 넓혀야 한다.
이는 오뚜기가 창업주의 정신이 깃든 공간을 국내외 소비자들에 내어준 이유이기도 하다. 오뚜기는 소스와 장류 등과 같은 소재 외에도 밀키트나 라면 등과 같은 조리식품들을 아우른다. 이런 점에서 오키친 스튜디오는 오뚜기의 다양한 제품들을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레 녹일 통로가 된다. 무엇보다도 오뚜기 제품들로만 활용해 K푸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오뚜기가 갖는 가장 큰 경쟁력으로 다가온다.
오뚜기 측은 ”오키친 스튜디오가 해외 고객에게도 한식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하는 플랫폼이 되길 희망한다“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통해 우리나라의 식문화를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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