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리그테이블 중하위권으로 평가받던 흥국증권이 이번 거래를 계기로 브랜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실적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향후 중소형 증권사 전략 수립에도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금융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흥국증권은 올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대표주관 업무를 두 차례 진행했다. 두 건 모두 삼척블루파워 발행으로, 각각 4월과 8월에 진행됐다. 4월에는 1500억원, 8월에는 600억원 규모였다. 모두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overbooking)에 성공하면서 8월 발행분은 최종 900억원으로 증액됐다.
특히 8월 발행은 3년 단일물 기준 -16bp로 금리가 결정됐다. 발행사 측은 발행물량을 전월 대비 대폭 줄이는 전략을 선택하며 투자자 관심을 집중시켰다. 단순 경쟁률 수치(4월 1.35배, 8월 2.2배)만 보면 압도적 흥행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 삼척블루파워의 공모채 이력과 비교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삼척블루파워는 그간 공모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미매각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6월 일시적 완판 성공 이후에도 9월 재차 수요 부진을 경험했다. 발행사 이력이 불안정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흥행은 투자자 신뢰 회복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들어 채권시장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발행사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반면, A급 이하 비우량채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이어졌다.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시장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흥국증권이 대표주관사로서 두 차례 연속 발행을 맡았다는 점은 단순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중소형 증권사로서 위험도가 높은 딜을 수행하면서 트랙 레코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존 주관사 교체와 난이도 높은 딜
4월 삼척블루파워 발행에서 눈에 띈 점은 주관사단 교체였다. 2019년 총액인수확약(LOC)을 체결했던 6개 증권사(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들은 작년 말 약정 종료 후 대부분 삼척블루파워를 떠났다.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시선을 의식한 조치였다. 결과적으로 기존 대표주관사 중 남은 곳은 키움증권뿐이었고, 새 주관사단으로 흥국증권, DB증권, 부국증권이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소형 증권사들은 한층 더 세밀한 영업 전략과 투자자 설득 작업이 요구됐다.
흥국증권과 같은 중소형 하우스에게 이번 거래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맏형 격인 키움증권은 1,500억원 중 1,100억원을 소화했지만 여전히 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규모다. 그럼에도 키움증권과 흥국증권, DB증권, 부국증권은 각자의 판매 및 인수 전략을 활용하며 성공적으로 딜을 완수했다.
흥국증권, 공격적 영업 드라이브 성과
흥국증권은 부국증권, DB증권과 비교해도 주관 능력 등에서 뒤처진다. 특히 부국증권은 10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어 흥국증권과 격차가 상당하다.흥국증권은 부국증권, DB증권과 비교하면 규모와 브랜드 인지도에서 뒤처지지만 차별화된 전략을 펼쳤다. 흥국증권은 회사채 인수 부서가 단순 중개뿐 아니라 판매까지 직접 담당하고 있다. 소형 하우스의 한계를 전략적 장점으로 활용한 것이다.
또한 흥국증권은 대규모 주관사단이 고착화되면서 부동산 중심에서 채권 중심 비즈니스로 빠르게 옮겨갔다. BBB급 인수(한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이전과 달리 상당히 공격적인 성향을 띄기 시작했다.
흥국증권이 삼척블루파워 대표주관 업무를 다시 맡게 된 배경 역시 이러한 맥락과 연결된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딜이었지만, 회사는 이를 통해 네트워크와 트랙 레코드를 강화하며 향후 DCM 시장에서 브랜드 각인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삼척블루파워의 연이은 공모채 발행 흥행은 중소형 증권사로서는 최고 난이도 거래를 완수한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성과는 향후 중소형 증권사들이 비우량 채권 발행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사례로 참고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자금조달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됐고,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라며 “중소형사는 공격적 영업과 네트워크 확보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흥국증권의 삼척블루파워 주관 성공은 시장에서 분명히 주목을 받았으며,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하위권 증권사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흥국증권 입장에서는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추가 DCM 딜에서 대표주관사 기회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형 증권사의 전략은 단순한 규모 경쟁이 아닌, 리스크 관리와 네트워크 활용 능력, 그리고 시장 신뢰 회복 여부가 핵심이다.
이번 딜 성공으로 흥국증권은 삼척블루파워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향후 비우량 채권 발행에서도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사례는 중소형 증권사가 DCM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공격적 영업과 네트워크 확보, 그리고 트랙 레코드 구축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중소형사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시사하고 있다.
이번 성과를 계기로 흥국증권은 단순 실적 기록을 넘어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하위권 증권사로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번 사례는 투자자들에게도 중소형 증권사 거래 참여에 대한 신뢰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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