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는 이사회 구성원 8명 중 절반인 4명이 사내이사로, 이 중 3명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오너 일가로 채워졌다.
대상홀딩스는 순수지주회사로서 별도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다.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전반적인 전략 수립과 계열사 관리, 신규투자 검토 등을 주로 다룬다. 대상홀딩스는 그룹 핵심 사업사이자 식품 계열사인 대상을 지배한다. 대상은 종가와 청정원 등 다수의 식품 브랜드를 보유한 상장사다. 그 외 대상홀딩스는 42개의 비상장사를 거느린다.
이처럼 대상홀딩스는 대상그룹 종갓집 격으로 사업 전반을 통솔하고 관리한다. 대상홀딩스는 지난 2005년 8월 대상에서 투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세워졌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이사회는 오너 입김에 여전히 취약하다.
대상홀딩스는 임창욱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아내와 장녀가 이사회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핵심 계열사인 대상은 차녀가 이사회 사내이사로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대상그룹 오너 일가 모두 지주사와 계열사 등기 임원으로,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오너의 책임경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및 감시 기능에 대한 우려 또한 따라온다.
구체적으로 대상홀딩스 이사회는 4명의 사내이사 중 임 명예회장과 박현주닫기


그는 지난 1996년 식품 브랜드 청정원을 만들었고, 순창 고추장과 햇살담은 간장 등 다수의 히트작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기존 ‘미원’ 이미지가 강했던 대상그룹을 종합식품기업으로 바꿔놨다. 하지만, 이듬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후 대상그룹은 현재까지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이어왔다.
오너 일가가 아닌 사내이사로는 최성수 대상홀딩스 대표이사가 있다. 최 대표는 지난 1986년 대상그룹 평사원으로 입사해 40년 동안 회사에 몸담았다.
그는 대상에서 해외사업본부장과 식품BU 글로벌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11월 지주사 대상홀딩스 이사회로 자리를 옮겼고, 현재 지주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로는 그룹 내부 인사인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와 오연택 유통CIC 대표가 있다. 두 사람 모두 대상그룹 곳간을 책임지는 재무팀장을 거쳤다.
임정배 대표는 지주사와 함께 대상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대상 이사회에서는 의장직을 맡고 있다.
이렇듯 대상홀딩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 총 6명이 오너 영향권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들 6명 모두 이사회 전문성으로 경영 총괄을 내세웠다.
사외이사로는 임창규 세무법인 오늘 대표와 양동운 법무법인 남산 변호사 2명으로 구성됐다. 임창규 세무사는 광주지방국세청장을 지냈으며, 양동운 변호사는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전문가로 활약했다. 두 사람은 이사회에서 세무와 법무 분야의 자문을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홀딩스는 그간 이사회 내 별도 위원회를 두지 않았다가 지난해 6월에서야 내부거래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마저도 오너 일가를 포함한 4명의 사내이사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각 위원회는 사외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3명씩 꾸려졌다. 기타비상무이사에서 오연택 대표는 내부거래위원회에, 임정배 대표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들어갔다.
감사위원회와 같은 내부감사기구는 여전히 없으며, 상근감사 1명이 감사 업무를 보고 있다. 대상홀딩스 이사회가 오너 일가 입김에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다만,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상홀딩스도 이사회를 개편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상장사 이사 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독립이사로 채워야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회사 경영에 대한 이사회 독립성과 견제,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다. 개정 상법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대상홀딩스 이사회도 현재 8명의 이사 중 최소 3명을 독립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대상그룹은 지난해 자산총액이 4조4186억 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이상) 지정도 앞두고 있다. 이 경우 공정위는 그룹 최상단에서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총수로 지정한다. 이에 대상그룹 임 명예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 부회장과 임상민 부사장의 자매 경영 구도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대상홀딩스 지배구조를 보면 임상민 부사장의 지분이 36.71%(1329만2630주)로, 언니 임세령 부회장의 지분 20.41%(738만9242주)를 앞지른다.
그러나 직급에서는 임세령 부회장이 동생 임상민 부사장보다 높다. 더구나 아버지 임 명예회장이 지분 4.09%(148만2347주)를, 어머니 박현주 부회장이 지분 3.87%(140만2922주)를 갖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대상은 지난해 매출이 연결 기준 4조2551억 원으로, 국내 식품기업 중에서는 CJ제일제당과 동원F&B에 이은 3위 규모다. 대상의 종가 김치는 지난 1987년 출시된 국내 첫 포장김치로, 40년 가까이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켰다.
최근에는 K푸드 열풍과 함께 김치를 찾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면서 대상 종가도 해외로 뻗어갔다. 종가 김치는 전 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김치 수출액(1억6400만 달러)의 절반 이상인 9400만 달러가 종가에서 나왔다. 대상은 현재 미국에 이어 폴란드에 대규모 김치공장을 짓고 있다.
대상그룹 두 자매도 지주사와 계열사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경영 최일선에 뛰어들었다. 언니 임세령 부회장은 마케팅담당 중역을, 동생 임상민 부사장은 전략담당 중역을 맡으면서 역할 분담 중이다. 종가 김치를 주축으로 한 해외 사업에 힘을 쏟으면서 바이오와 전분당 등의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중역은 직급과 상관이 없는 직책”이라며 “마케팅담당 중역은 브랜드나 제품의 브랜딩과 마케팅 활동 전반을 책임지고, 전략담당 중역은 회사의 경영 전략 수립이나 신사업 그리고 M&A 등을 이끈다”고 설명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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