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사람들에게 꿈속 폴과 실제 폴 간 경계가 사라지고, 이는 곧 와전된 소문으로 변질된다. 이로 인해 폴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영화는 이미 우리 일상에 스며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떠오르게 한다. 지구 건너편에 살고 있어도 손가락 터치 한 번만으로 그들 일상을 무한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과 같은 SNS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폴의 아내, 직장 동료가 아니기에 진실을 알지는 못한다. 단순히 보이는 것이 전부인지, 사실과 다르진 않은지, 사실이 아닌 의견에 불과한지 알 수 없다.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리터러시(Literacy)’라고 한다. 즉, 문해력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디어 리터러시는 더욱 중요한 주제가 됐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이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오감으로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제와 비슷한 간접적 경험·학습을 할 수 있게 됐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올바른 것을 선별해 취하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터넷, SNS를 지나 이제 AI(인공지능) 시대가 열리고 있다.
SNS가 그랬던 것처럼, AI 역시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스며들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전국 중·고등학생 57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7.9%가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미래 고객 선점 차원에서 13세 미만 어린이도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거나 어린이 전용 AI를 선보이고 있다. xAI ‘베이비 그록’, 구글 ‘제미나이’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AI 대답이 100% 사실이 아니라는 데 있다. AI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엉뚱한 AI 대답 때문에 낭패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팩트 체크, 크로스 체크를 하지 않으면 거짓을 사실인 양 받아들이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AI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처럼 AI 답변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AI 리터러시’ 교육이 절실하다. 이미 세계 각국은 AI 개발만큼 AI 리터러시 교육도 중요시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과 중국은 AI 기초 교육 과정 의무화를 논의하고, AI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온라인 강의, AI 교육 백서 제작 등 AI 교육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AI 리터러시 교육은 아직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 관련 교육 경험’을 4점 척도(전혀 받아본 적 없다 1점∼자주 받았다 4점)로 측정한 항목에서 대부분 낮은 점수가 나왔다.
정부는 ‘세계 3대 AI 강국’을 내세우면서 기술력, 데이터, 인프라 모두 자주성을 바탕으로 하는 ‘소버린 AI’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 당당히 겨룰 수 있는 한국형 AI 개발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AI가 만들어져도 국민이 올바르게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 AI 기술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AI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투자를 서둘러야 할 때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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