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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3(월)

[현장] “3500만원 창업해 5000억 매출”…권원강 정신 깃든 '구미 교촌 1호점' 가보니

기사입력 : 2025-06-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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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 창업금 3500만원에서 연매출 5000억원 달성
구미시와 연계해 송정동에 '교촌1991로' 거리 조성
최고의 치킨 선보인다는 일념으로, '간장소스' 개발
창업주 권원강, 자서전 펴내…"하나라도 완벽해야"

경상북도 송정동에 위치한 교촌 1호점 매장. 교촌치킨 송정점 외관. /사진=교촌에프앤비이미지 확대보기
경상북도 송정동에 위치한 교촌 1호점 매장. 교촌치킨 송정점 외관. /사진=교촌에프앤비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8년간 운행하던 개인택시 면허를 팔고, 사업 자금 3500만 원을 모아 구미 송정동에 교촌을 창업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소스를 통해 최상의 치킨 요리를 구현하고자 했다. 내가 편하면 손님이 불편하다는 신조와 함께 고객을 기만하지 않고, 하나를 준비하더라도 제대로 됐다고 말할 때까지 완벽을 추구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BIG3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교촌치킨 창업주 권원강 회장의 말이다. 권 회장은 지난 3월 펴낸 자서전 ‘최고의 상술’에서 교촌치킨의 창업과 성공 과정을 담담히 풀어냈다. 그러면서 불혹이 넘은 나이에 시작한 치킨 사업을 디딤돌 삼아 교촌을 글로벌 K-푸드 산업의 일원으로 올려놓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9일 경상북도 구미시 교촌치킨 송정점을 찾았다. 이곳은 교촌의 34년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창업주가 처음 매장을 일궈낸 터전이다. 교촌은 최근 구미시와 손잡고 구미 시외버스터미널부터 동아백화점 앞까지 약 500m 구간을 문화거리로 조성했다. 구미시가 5억 원을, 교촌이 13억 원을 투입해 총 18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거리는 교촌 1호점을 기점으로 오색찬란하게 꾸며졌다. 구미시는 이를 최초의 명예도로명인 ‘교촌1991로’로 명명했다. 구미에서 태생한 교촌의 브랜드를 존중하면서 지역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교촌과 구미시는 디자인 구성에서 오랜 기간 소통을 이어왔다. 구미시는 향후 진행될 산업문화 투어에서 ‘교촌1991로’와 ‘교촌 1호점’을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일 계획이다.

‘교촌1991로’ 문화거리는 지난 2024년 1월 착공에 들어가 이달 공사를 마쳤다. 이 기간 교촌은 1호점 매장의 리뉴얼을 단행했고, 문화거리 내 6개 구역 10개 스팟(Spot)을 만들었다. 웰컴존과 치맥공원, 소스로드, 교촌구미로드, 교촌역사문화로드 등으로 구성됐다. 각종 조형물과 벤치, 이미지월 등 이색적인 볼거리로 가득하다. 그중 소스로드는 교촌의 시그니처 메뉴인 허니·간장·레드 색깔에 따라 버스정류장을 새롭게 단장했다. 교촌의 전매특허인 붓을 상징화한 조형물도 내보였다.

또한, 교촌 1호점에서는 다른 매장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메뉴가 마련됐다. 교촌의 세 가지 소스(허니·간장·레드)를 작은 종지로 담아 구미 특산물로 만든 양파튀김에 곁들여 먹는 ‘교촌구미플래터’, 치킨에 직접 붓질을 해 소스를 발라먹을 수 있는 ‘시그니처 소스팩’, 얇게 핀 닭가슴살과 쌀 알갱이를 함께 튀긴 ‘치룽지’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에서는 교촌의 브랜드를 접시나 키링 등으로 구현한 굿즈도 만나볼 수 있다. 교촌치킨 송정점은 현재 가맹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교촌의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매장으로 재단장했다.

임영환 교촌에프앤비 전략스토어팀장은 “‘교촌1991로’ 문화거리는 교촌의 초심이 다시 구미, 오직 구미로 연결되는 헤리티지 라인이 조성된 것”이라며 “다양한 체험 요소와 즐길 거리 그리고 주민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구미시 관광자원 사업의 일환으로 활용해 지역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했다.
교촌치킨 송정점에만 있는 '교촌구미플래터'와 '시그니처 소스팩' 모습. /사진=손원태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교촌치킨 송정점에만 있는 '교촌구미플래터'와 '시그니처 소스팩' 모습. /사진=손원태 기자
3500만원 창업금에서 5000억원 연매출 신화…권원강, '최고의 상술' 펴내
앞서 말했듯 교촌치킨 송정점은 창업주 권원강 회장과 교촌 브랜드의 역사가 깃든 곳이다. 당시 권 회장은 인도네시아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개인택시 운전사로 8년간 일했고, 그마저도 건강이 악화하면서 개인택시 면허를 3500만 원에 팔았다. 1951년생인 권 회장에게는 아내와 딸이 있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이기에 그는 1991년 3월 구미시 송정동에 ‘교촌통닭’을 창업한다.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권 회장은 대구에서 자랐지만, 사업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 구미에 매장을 냈다. 교촌이라는 이름도 단순히 외래어를 쓰기보다 향교(鄕校)라는 한자를 써 각인시키고자 했다. 향교가 있는 마을, 향교의 나무처럼 한자리에 뿌리내리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권 회장의 절박한 마음과 다르게 치킨 프랜차이즈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루 100마리를 파는 것도 어려웠다고 한다. 맛으로 승부를 봐야겠다는 결심에 이른 권 회장은 경상도 지역의 안동찜닭에 착안해 마늘과 생강 등을 입힌 간장소스를 개발해낸다. 배달도 오토바이를 대신해 낡은 프라이드 자동차를 고집했다. 오토바이로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면 치킨의 모양이 흐트러지고, 찬 겨울에는 금방 식는다는 이유에서다. 권 회장은 한여름에 자동차로 배달할 때도 에어컨을 틀지 않을 정도였다.

그의 노력 덕에 교촌은 서서히 입소문을 탔다. 구미에서 대구로, 이어 경상도로, 다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권 회장은 치킨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스가 골고루 배어있는지, 튀김옷 농도는 적절한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닭을 크게 자르면 튀기는 과정에서 퍽퍽해져 딱딱해졌는데, 이를 조각조각 잘라내면서 21개 부분육이라는 비율을 찾아냈다. 소스에서도 치킨 구석구석에 양념이 묻어날 수 있도록 붓질을 고안했다. 권 회장은 “내가 편하면 손님이 불편하다”라는 신조를 얻었고, 이는 교촌의 경영철학인 ‘진심 경영’으로 이어졌다.

교촌은 지난 2014년 BBQ로부터 bhc가 분리되면서 업계에서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교촌은 이후 2022년까지 8년간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왕좌를 지켰지만, 가맹점 간 출혈 경쟁이 심화하면서 내실 경영으로 무게추를 옮겼다. BBQ와 bhc가 공격적으로 출점을 늘려온 것과는 사뭇 다르다. 교촌은 지난 2022년 매출 5175억 원(연결 기준)으로 최대치를 찍은 이후 내실 경영에 집중하면서 이듬해엔 4450억 원으로 덩치가 20% 넘게 쪼그라들었다.

최근엔 매출이 다시 반등하고 있다. 2024년 교촌은 전년 대비 8.0% 증가한 480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교촌은 전년 1133억 원에서 10.0% 늘어난 1246억 원의 매출을 써냈다. 교촌의 매장은 전국 1359개로, 각각 2200여 개가 넘는 BBQ와 bhc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교촌 가맹점당 매출은 7억3000만 원으로, 4억~5억 원대인 BBQ와 bhc를 앞지른다. 본사와 가맹점의 동반성장을 추진한 결과다. 교촌은 현재 미국과 중국, 태국,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83개 매장을 뒀다. 3500만 원의 창업 자금으로 시작한 회사가 국내외에서 K-치킨 대표주자로 성장, 연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했다.
교촌 창업주 권원강 회장. /사진=교촌에프앤비이미지 확대보기
교촌 창업주 권원강 회장. /사진=교촌에프앤비
창업주 권원강 교촌 회장은 34년 전 창업 당시 마음으로, 경영 2막을 열었다.

권 회장은 지난해 4월 사옥을 오산에서 판교로 옮겼으며, 새 경영 철학으로 ‘진심 경영’을 내걸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권 회장의 진심이 담겨 있다. ‘진심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믿음 아래 교촌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K-푸드 산업의 일원으로 당당히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교촌은 현재 치킨 사업 외에도 소스와 맥주, 막걸리 사업장을 키우면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영역을 두드리고 있다.

권원강 교촌 회장은 자신의 자서전인 ‘최고의 상술’에서 “내가 지향하는 목표는 업계 1위가 아닌 최고의 치킨을 만드는 것에 있다”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과 품질, 시스템 등을 갖춘다면 업계 1위나 매출 1위는 저절로 따라오리라 믿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하나를 준비해도 ‘제대로 됐다!’고 생각하기 전까지 신메뉴를 내놓지 않는다”면서 “같은 것을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지, 더 맛있게 만들지, 더 신선하게 내놓을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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