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국내 5대 제약사(유한양행·종근당·GC녹십자·대웅제약·한미약품) 중 R&D 자산화 증가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종근당이다. 지난해 회사가 무형자산으로 잡은 개발비가 별도 기준 255억 원으로, 2023년 말(143억 원) 대비 78.3% 늘었다.
대웅제약 역시 R&D 자산화가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개발비 자산은 총 1570억 원으로 전년 말 1274억 원 대비 23.2% 올랐다.
자산화 전략은 ‘적응증 확대 개발’이다. 대웅제약은 매출 효자 신약인 ’펙수클루’와 ‘엔블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로 쪼개 자산화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지난해 자산화한 10개 신약 파이프라인 중 펙수클루 적응증 확대 개발 건만 총 5개다. ▲급성위염 및 만성위염 치료제 ‘DWP14012305’ ▲NSAID(진통소염제) 궤양 예방약 ‘DWP14012304’ ▲미란성 역류성 식도염 ‘DWP14012’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제 ‘DWP14012310’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DWP14012303’ 등이다. 이 중 DWP14012305과 DWP14012304는 임상 3상이 끝나 올해 발매를 기다리고 있다. 전년 대비 지난해 가치는 각각 6억 원에서 49억 원, 80억 원에서 102억 원으로 올랐다. DWP14012303은 개발을 중단해 자산 124억 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국산 36호 신약인 당뇨약 엔블로는 이미 개발이 완료된 단독요법 ‘DWP16001301’과 2제요법 ‘DWP16001302’ 외에도 ▲3제요법 ‘DWP16001303’ ▲인슐린 병용요법 ‘DWP16001305’ ▲메트포민 병용요법 ‘DWP16001304’ ▲신장애 치료제 ‘DWP16001309’ 등으로 나눠 추가 개발 중이다. 이들 4개 파이프라인은 작년 말 기준 자산가치가 총 5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270억 원에 비해 90.7% 증가했다. 특히 인슐린, 메트포민 등 병용요법 개발 프로젝트는 각각 100억 원 이상 자산이 늘며 성장을 견인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28개에 이르지만 대부분 전임상이거나 1·2상에 머물러 자산화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파이프라인을 자산화하려면 임상 3상 개시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
파이프라인 중 무형자산으로서 가장 가치가 높은 건 고지혈증 치료제 ‘에제티미브 수바스타틴 칼슘 정제’였다. 장부가는 166억 원이다. 현재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완료했고 중국 외 국가에 이미 출시된 제네릭인 만큼 향후 허가 가능성이 높다. 뒤이어 불내성 침습성 진균감염증 치료제 ‘포사코나졸’이 70억 원, 고혈압 1차 요법 복합제 ‘HIP0612’가 50억 원이다.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총 장부가는 116억 원으로 전년 말(69억 원)보다 68.1% 올랐다. 지난해 회사가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플러스’를 개발 중단하면서 24억 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음에도 자산 규모는 증가했다.
특히 비만약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추가된 게 이목을 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현재 국내에서 3상 진행 중이며 내년 중 상업화 예정이다.
개발비 자산화가 줄어든 곳도 있다. 바로 유한양행이다. 자산가치가 컸던 신약이 작년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면서 감가상각이 이뤄진 탓이다. 통상 개발이 완료된 무형자산은 실질적인 경제적 효익이 창출됨에 따라 감가상각이 진행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말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개발비가 131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말 1324억 원과 비교해 0.9%, 소폭 내려앉았다.
지난해 폐암 신약 ‘렉라자’가 판매 허가를 받고 상각이 시작된 영향이 컸다. 렉라자의 장부가는 지난해 말 기준 1073억 원으로 전년 1171억 원보다 감소했다. 렉라자의 상각누계액은 98억 원이다.
다만 유한양행은 개발비 자산 중 가장 존재감이 컸던 렉라자의 상각이 시작됐음에도 신규 개량신약 파이프라인들을 자산목록에 넣으면서 총 규모는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했다.
GC녹십자도 작년 면역결핍질환 치료제인 ‘알리글로’의 미국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무형자산 가치가 줄었다.
작년 말 기준 회사의 R&D 자산화 장부금액은 총 949억 원으로 2023년 말 976억 원보다 2.8% 적다. 알리글로 개발 완료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알리글로는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하반기 현지 발매됐다. 이에 6월 말 582억 원 수준에서 연말엔 567억 원까지 가치가 떨어졌다.
그에 비해 눈에 띄는 신규 프로젝트는 드물었다. 현재 회사가 개발 중인 자산은 희귀질환 치료제 등 기타제제 개발 사업 하나로 42억 원에 그친다. 이외 대부분의 무형자산은 이미 개발이 완료돼 추후 자산 하락은 계속될 전망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주요 제품군인 혈액제제 수익성 향상을 목표함과 동시에 희귀 질환 분야에서 신약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공급이 제한적인 희귀의약품의 독점적 시장에 진입해 기존 다국적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세계 무대를 장악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