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금융 산업의 풍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지금, 이 말은 더 이상 수사적 표현에 머물지 않는다. 금융의 판도는 이제 ‘AI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존재에 의해 새롭게 짜이고 있다.
반면 옆 창구에선 AI 상담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질문에 답하고, 몇 초 만에 대출 가능 여부와 최적의 금리를 안내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장면이지만, 이제는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AI는 단순한 보조 기술을 넘어, 금융의 중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전략을 제안하는 ‘AI 에이전트’는 한국 금융 산업의 새로운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금융신문이 주요 금융사 CEO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70% 이상이 “AI 활용을 더욱 고도화하겠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은 AI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AI 기반 신용 평가 모델을 통해 대출 심사 속도를 대폭 개선했고, 신한은행은 AI PB 서비스로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나아가 소비 습관과 금융 거래 내역을 종합 분석해 고객에게 꼭 맞는 금융 전략을 제안한다. 환전을 자주 하는 고객에겐 여행자 보험을, 신혼부부에겐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먼저 추천한다. 금융이 이제는 고객을 찾아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중소기업 금융 분야에서도 AI 도입이 활발하다. 기업의 매출과 지출 흐름을 분석해 담보 중심의 심사를 넘어선 데이터 기반 대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예전에는 수십 분이 걸리던 상담이 이제는 몇 분 안에 끝난다. AI가 금융의 본질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금융사들의 전략도 AI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KB금융은 8개 계열사 전반에 생성형 AI 플랫폼을 도입할 계획이며, 신한금융은 ‘AI 셰어드 플랫폼’을 통해 조직 내부 전반에 AI를 확산시키고 있다.
하나금융은 자체 AI 생태계 조성에 주력 중이고, NH농협은 모바일 앱과 AI 연계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AI 정책은 대선 주자들의 핵심 공약으로도 부상했다. 주요 후보들은 AI 인재 양성, 초거대 AI 투자, 클라우드 규제 완화, 공공 데이터 개방 확대 등을 앞다퉈 제시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를 천명하고 있다. 금융권 역시 이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제도와 규제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기본법을 제정했지만, 규제와 책임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AI 생성물에 워터마크를 삽입하고 사용자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은 오남용 방지에는 효과가 있지만, 자칫 기술 활성화를 제약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AI 거버넌스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은 아직 미미하다. 무엇보다 AI 인프라 구축에 가장 큰 걸림돌은 클라우드 사용을 제약하는 망 분리 규제다. AI의 진정한 활용을 위해선 유연한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가 필수지만, 현실은 아직 기술은 준비됐으나 활용은 제약받는 상태다.
AI 확산의 이면에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이스피싱 대응,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 등은 물론, 설명 가능한 AI(XAI), 윤리 기준 확립, 알고리즘 편향 해소, 금융 상품의 불완전 판매 방지 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특히 AI가 비사실적 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은 금융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기술적·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5월 20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2025 한국금융미래포럼’은 단순한 기술 소개 자리를 넘어선다. ‘비욘드 AI, K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AI 에이전트 시대의 금융 전략, 핀테크 혁신 3.0, 연금개혁 등 미래 금융 산업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의 중심에 AI가 들어서는 시대, 한국 금융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 그 단초를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AI는 결국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미래를 바꾸는 힘은 기술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미 한국의 AI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예컨대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로부터 수조 원 규모의 투자 제안을 받은 바 있다.
금융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2030년, 한국 금융의 주인공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선택의 순간은,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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