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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8(월)

[김성민의 일본 위기 딥리뷰] 금융위기의 서주곡 자산가격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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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일본 위기 딥리뷰] 금융위기의 서주곡 자산가격 버블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위기는 경제 내의 자산의 질적 저하와 같은 경제 펀더멘털의 악화에 따라 주로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자산의 질적 저하는 자산가격의 버블 형성과 붕괴를 동반한다.

역사적으로 자산가격의 ‘붐과 붕괴(boom and bust)’는 해당 자산의 투자자는 물론 경제 전반에 걸쳐 엄청난 손실을 초래했다.

18세기의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Issac Newton)도 역사상 10대 버블 중의 하나인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의 주식에 투자해 1720년 버블의 붕괴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그는 처음에는 1711년에 설립된 남해회사의 주식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얻은 후 남해회사의 주가가 계속 오르자 그가 최초에 매입했던 가격보다 3배의 가격으로 다시 주식을 매입했다. 1720년 남해회사의 주식 버블이 붕괴되면서 현재가치 기준으로 약 4천만 파운드에 해당하는 막대한 손실을 본 뉴턴은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발생했던 선진국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것도 대부분 자산 버블의 형성과 붕괴였다. 1990년대 초에 발생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금융위기, 1990년대의 일본의 금융위기, 2007-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등 주요 금융위기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 버블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금융위기의 역사에 대한 고전은 MIT 경제학 교수이었던 찰스 킨들버거(Charles Kindleberger)가 쓴 ‘광기, 패닉, 붕괴(Manias, Panics and Crashes: A Hisrory of Financial Crises)’이다. 이 책은 1978년 1판이 발간된 후 원저자 킨들버거는 2003년에 작고했지만 계속 개정판이 나와 2023년 8판까지 출간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전형적인 금융위기의 패턴은 특정 자산에 대한 ‘광기(mania) → 패닉(panic) → 자산가격 폭락(crash)’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킨들버거는 이 책에서 주류 경제학에서 이단아로 취급되어 생존 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의 금융 불안정 이론(financial instability hypothesis)을 바탕으로 금융위기의 전개과정을 설명했다.

민스키는 전형적인 금융위기는 변위(displacement), 활황(boom), 도취(euphoria), 정점(peak), 붕괴(bust) 등 5개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단계인 변위는 자산이나 상품에 대한 투기를 부추기는 계기가 되는 외부에서 발생하는 외생적 충격을 의미한다.

변위를 발생시키는 원천에는 획기적인 기술의 개발 및 활용, 통화 및 재정 정책기조의 변화, 금융 자유화와 같은 경제정책의 큰 변화, 정치 상황의 급변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변위는 그 원천이 무엇인지에 관계없이 투자자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미래경제에 대한 예상을 완전히 낙관적으로 바꾸기에 충분한 강력한 외부 충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주택 가격과 대출의 버블을 촉발시킨 변위는 기준금리를 2000년의 6.5%에서 2003년 6월의 1%로 과감하게 인하했던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의 변화와 투자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들이 모기지를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의 성행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과 스칸디나비아 국가, 일부 아시아 국가, 멕시코의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가했던 변위는 금융 자유화 또는 금융규제 완화라고 볼 수 있다. 금융규제 완화는 국내 신용공급의 팽창과 해외 차입 증대를 통한 대출 급증을 통해 투기를 촉발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변위의 영향이 경제 전체로 확산되면 경제의 핵심 부문의 이익 창출 기회가 변화하면서 앞으로의 경제 전망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러한 기회를 포착한 기업이나 개인들은 보유한 현금과 차입을 통해 이익이 창출되는 기업에 투자한다. 이익이 창출된다고 생각되는 기업들에 대해 자금이 몰리고 대규모 투자와 생산이 늘어나게 되면서 경제적 붐으로 발전한다.

경제적 붐 단계에서는 주식 및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상승해 활황을 보이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부동산과 주식의 버블이 거의 동시에 발생하게 되는데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주식 가격의 상승을 견인하고 주식 가격의 상승은 다시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부동산과 주식 간의 상호 증강효과가 작용하게 된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의 상승, 부동산 및 건설업의 활황 등을 통해서 주식 가격의 상승을 견인하게 된다. 또한 주식 가격 상승으로 큰 돈을 번 투자자들이 투자 분산을 위한 부동산과 호화주택 구입이 늘어나면서 주식 가격의 상승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 올린다.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 경제는 더욱 활황을 보이게 된다.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 상승은 가계의 부를 증가시키는 자산 효과(wealth effect)를 통해 소비지출이 늘리는 한편 기업의 자본비용 하락을 통해 기업의 투자지출을 더욱 증가시키게 된다.

이러한 붐 단계는 곧바로 세 번째 단계인 도취 단계로 이어진다. 도취 단계로 넘어가는 데에는 미래의 수익을 과대평가해 가격이 상승할 것을 예상한 투자와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투기 수요도 가세된다. 자산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기업이나 가계 등 경제주체들은 주변의 다른 기업이나 사람들이 이러한 투기적 거래로 큰 돈을 벌게 된 것을 보고 이들의 거래를 모방하게 된다.

킨들버거는 “사람들에게는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을 보는 것보다 충격적인 사건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예일 대학의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도 자산 투기에 대한 열광을 심리 경제적 현상(psycho-economic phenomenon)으로 보고 있다.

심리학자 클라크 맥콜리(Clark McCauley)는 자산에 대한 열광이나 도취는 탐욕보다는 사회비교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을 기반으로 한 두려움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평가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데에 대한 두려움인 소위 포모(FOMO: fear of mississing out)는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FOFB: fear of fall behind)을 통해서 보다 정확히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 역시 경쟁자들에 비해 자신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리게 된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에 따라 자산가격의 상승이 가속화되는데 이러한 도취 국면에서는 보유한 현금이나 차입금으로 실물 자산이나 유동성이 낮은 금융자산을 대규모 매입한다. 이러한 자산가격 상승과 신용 공급의 증가는 자산가격 상승이 신용 공급을 늘리고 신용 공급 증가가 다시 자산가격을 높이는 상승작용을 통해 버블이 더욱 확대된다.

민스키는 도취 국면에 이르면 투기자들이 단기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차입을 더욱 늘려 자산을 매입하게 되면서 자산 버블을 정점 단계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나친 낙관론을 배경으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경제 성장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하게 된다.

정점 단계에 이르기 전에 중앙은행이 급증하는 신용 팽창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 개입할 수는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이러한 개입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중앙은행은 개입을 꺼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주저없이 금리를 인상하지만 자산가격 급등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을 극도로 절제하는 경향이 있다. 대신 중앙은행들은 투자자들의 과열을 진정시키는 목적으로 구두로 개입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특정 자산에 대한 도취 상태를 냉각시키기 위한 정책당국의 공개적인 경고는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96년 12월 6일 그린스펀(Alan Greenspan) 당시 미 연준 의장이 주식시장이 ‘비이성적으로 과열(irrational exuberance)’되었다고 닷콤 버블에 대해 경고했던 것을 들 수 있다.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후 1년 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6400에서 11000으로 상승했고 나스닥 지수는 1300에서 5000 이상으로 급등했다.

모든 버블은 3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정책당국자들이 버블이 안정적이어서 자체적으로 조정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투기를 쉽게 할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해준 금융혁신이 이루어진 점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신, 재앙에 대한 근시안적 견해, 군중심리 등 새로운 시대의 사고방식이 유행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버블 경제를 나타내는 3가지 증상으로는 (1) 자산가격의 급상승, (2) 경제 활동의 과열, (3) 통화량과 대출의 대폭 증가를 들 수 있다.

자산가격이 정점에 접근하게 되면 영리하거나 운이 좋은 소수의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하게 된다. 신규 투기자들의 매수와 차익 획득을 위한 매도가 균형을 이루게 되면서 가격의 상승은 멈추게 된다. 자산가격의 급상승이 멈추게 되면 다른 투자자들도 보다 조심스러운 행태로 바뀌게 된다.

정점 단계에서 ‘격변(revulsion)’ 또는 ‘패닉 및 붕괴(panic and crash)’라고 표현되는 본격적인 금융위기로 진입하기 전에 금융 불안(financial distress)이라는 단계를 거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 불안의 증상에는 신용공급의 위축에 따른 전반적인 차입 금리 상승, 신용스프레드의 확대에 따른 비우량 차입자의 금리 급등, 파산 증가, 자산가격 상승의 종료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출자들이 대출에 대한 과도한 노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동반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자산가격이 상승세를 멈추거나 하락세로 반전되면 투자자들은 재무적 곤경에 빠지게 된다. 앞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해 자산을 매입한 투자자가 많을수록 자산가격의 상승이 멈추면 즉각적으로 금융 불안으로 발전된다.

일부 차입의존도가 높은 투자자들은 투자 자산의 수익률이 차입금리보다 낮은 ‘네거티브 캐리(negative carry)’ 상황에 빠지게 되면 이들은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현금 확보가 어렵게 되면서 보유 자산을 급매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자산가격의 하락은 더욱 가속화된다.

금융 불안이 본격적인 금융위기라고 볼 수 있는 급변이나 패닉으로 발전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일본의 버블 붕괴 직후에 발생한 금융 불안은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되어 뱅크런이 발생하고 은행 국유화가 본격화된 1997-1998년까지 계속되었다.

대부분의 대형은행들이 시가평가를 적용하면 1990년대 전반에 걸쳐 사실상 파산상태에 처해 있었지만 자체 생존이 불가능한 좀비 기업들에 대해 계속 대출을 제공했다.

은행이 폐쇄되더라도 정부가 모든 예금을 전액 보상할 것으로 믿은 국내 예금자들은 예금을 대량 인출하지 않아 뱅크런이 발생되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부실은행 처리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 불안은 계속되었다.

금융 불안 상태에서 위기를 촉발하는 직접 원인은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무너뜨리거나 투자자들의 자산 매각을 촉발하는 파산, 특정 차입자에 대한 대출 거부, 사기행위의 발각, 자산을 대량 보유한 투자자의 매각을 촉진하는 새로운 정보 등 사소한 사건이다.

붕괴(crash)는 자산가격이 폭락하거나 중요한 은행이 도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리스 신화의 목신인 ‘판(Pan)’에서 유래한 패닉 또는 공황은 급변한 사태에 놀랍고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를 의미한다.

금융위기와 관련해 패닉은 유동성이 낮은 자산으로부터 유동성이 높은 현금이나 안전자산인 국채로 바꾸려는 행태가 갑자기 쇄도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금융위기는 붕괴나 패닉 중의 하나가 발생하거나 양자 모두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패닉 국면에서는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이나 주식과 같은 유동성이 낮은 금융자산을 현금으로 다시 바꾸고 부채를 상환하는 반대의 상황으로 전환되면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투자 자산으로부터 탈출이 쇄도하게 되면 해당 투자 자산의 가격이 급락하고 투자자들의 파산도 급증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민스키는 격변(revulsion)이라고 지칭했다. 투자 자산의 가치를 훼손하는 격변이 발생하면 은행은 이러한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중단하게 된다. 격변에 따른 투기 청산과정이 가끔 큰 혼란 없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라고 불리는 혼란스러운 패닉으로 발전된다.

패닉은 투기와 마찬가지로 패닉이 더 큰 패닉으로 발전되는 자체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부동산과 주식 가격의 버블 발생과 붕괴는 민스키의 이론에 가장 잘 부합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김성민 교수(전.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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