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소 생소한 용어들이 등장하는 이 보도자료의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가 개시된다. 둘째, 해당 서비스는 IRP계좌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셋째, 가입 한도는 IRP계좌당 연간 900만원이다. 그렇다면 이 내용들은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이 서비스의 시행이 내 퇴직연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금융 투자와 관련된 조언과 자산 관리를 제공하는 자동화된 투자 서비스를 의미한다. 주로 개인 투자자와 소규모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며, 전통적인 금융 전문가나 자산관리사를 대신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화된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용자의 투자 목표, 위험 선호도, 재정 상황 등을 분석해 최적화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관리한다. 전통적인 투자 관리 서비스에 비해 수수료가 낮으며, 소규모 자산으로도 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특징도 있다.
또한 알고리즘을 통해 동작하므로,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의 시장 데이터, 통계 분석,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투자 결정을 내리며, 인간의 감정을 배제한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특징도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이러한 특징과 여러 장점들이 매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및 데이터 분석기관인 ‘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2019년 $0.83조에서 2021년 $1.4조를 돌파한 이후 연평균 18% 수준으로 지속 성장해 2026년에는 $3.1조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일임서비스가 허용된 퇴직연금은 IRP이다. IRP는 개인형퇴직연금을 의미하며, 근로자가 퇴직으로 수령한 퇴직급여를 바로 사용하지 않고 보관 및 운용 하다가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 퇴직급여 통합계좌이다. 이직이나 퇴직을 경험한 근로자들은 기존 회사에서 쌓아뒀던 퇴직급여를 IRP계좌로 받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실제 은퇴하는 시기까지 퇴직급여를 끊김없이 운용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IRP이다. 회사에서 받은 퇴직급여 이외에 추가적으로 납입하는 돈에 대해서 연간 최대 900만원(연금저축 납입금액 및 DC형 퇴직연금 추가 납입금액과 합산)까지 13.2% 또는 16.5%의 세액공제를 해주기 때문에 요즘에는 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들도 많이 가입하고 있다.
IRP계좌에서 가입 가능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 한도는 연간 900만원이며, 매년 900만원씩 증액된다. 또한 일임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잔존 한도는 다음 해로 이월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1년차에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500만원 가입했다면, 2년차에는 1,300만원(=잔존한도 400만원+2년차 한도 900만원)이 되는 식이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도 한정되어 있다. 현재까지는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17개 회사만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디셈버앤컴퍼니,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업라이즈투자자문, 콴텍투자일임, 쿼터백자산운용, 퀀팃투자자문, 파운트투자자문,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다.
회사마다 서비스 제공 시기가 다른데, 2025년 4월말 기준으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파운트투자자문, 한국투자신탁운용, 쿼터백자산운용, 디셈버앤컴퍼니,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7개사만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런칭할 예정이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가 제공하는 핵심 기능은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구성 및 자동 자산배분, 그리고 리밸런싱이다. 본인의 나이, 위험성향, 투자목표, 현재 자산 수준, 월간 납입금, 기여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로보어드바이저가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선정하여 운용해주고 정기적으로 자산배분을 재조정해주는 것이다.
포트폴리오는 ETF 혹은 일반 펀드로 구성되며, 구체적인 포트폴리오 구성 알고리즘은 서비스 제공 회사마다 다르다. 투자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리포트를 제공하는 등의 부가적인 기능도 있다.
서비스는 현재 본인의 IRP 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금융기관을 통해서 신청하면 된다. 다만 모든 금융기관이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제공하더라도 어떤 회사의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를 제공할 지는 금융회사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A금융회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만 제공하고, B금융회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 이 두 개 회사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 및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제일 뒷 장에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의 명단이 나오니 참조하는 것이 좋다. 현재는 16개 금융기관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만약 내 IRP계좌가 개설된 금융기관에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 가입이 불가능하거나, 내가 원하는 회사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때는 IRP계좌를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금융기관으로 옮기면 된다. 절차도 간단하다. 옮겨가고 싶은 금융회사에서 계좌를 개설한 뒤 이전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는 이제 시작되는 서비스이므로 아직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일단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을 가장 많이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으로는 가입할 수 없다는 부분이 가장 아쉽다. 연간 가입 한도가 900만원인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직 등으로 인해 목돈을 IRP계좌에 납입할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그 금액의 일부만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에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향후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정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가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IRP 투자자들은 내 위험 성향 등의 정보만 제공하면, 알아서 맞춤형 운용을 해주는 로봇 투자 비서를 두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봇이라고 다 같은 로봇은 아니다. 성능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느 로봇을 골라야 할까? 어떤 로보어드바이저가 내 퇴직연금 수익률을 가장 안정적으로 높여줄 수 있을까?
아직 서비스가 시작 초기이기 때문에 정답을 알 수 는 없다. 다만 TDF 등 유사한 금융상품에 대한 운용 경험, 글로벌 자산배분 및 로보어드바이저 분야에 대한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선택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치선 미래에셋자산운용 지식콘텐츠팀 수석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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