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위원회 소속 계열사별 실적 등을 고려한다면 AI 메모리 투자 계획의 메인은 단연 SK하이닉스다. 다만 SK하이닉스도 20조원대 CAPEX는 한 번도 도달해 보지 못한 영역이다. SK하이닉스의 재무와 투자 전략을 담당하는 김우현 CFO(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이유다. 김우현 부사장은 올해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 강화 등을 위해 CAPEX 확대를 시사한 상태다.
2021년 말 SK하이닉스 CFO에 선임된 김우현 부사장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반도체 시장이 다운사이클을 맞이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연결기준 연간 매출 매출 44조6216억원, 영업이익 6조8094억원을 기록했지만, 4분기만 놓고 본다면 매출 7조6720억원, 영업손실 1조8984억원으로 2012년 이후 약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김우현 부사장의 본격적인 임기가 시작된 2023년 SK하이닉스는 연결기준 매출 32조7700억원, 영업손실 7조7300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에 빠졌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HBM 등 AI 향 메모리의 성과를 바탕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하면서 현금 흐름까지 개선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매출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도 AI 시장 확대에 힘입어 HBM 효과가 이어지는 만큼 견조한 실적 성장세가 전망된다.
김우현 부사장의 다음 과제는 그룹 차원의 AI 메모리 주도권 강화를 위한 투자 전략이다. 앞서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위원회는 반도체 위원회를 신설하고 매년 20조원씩 2028년까지 약 100억원을 AI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다만 SK하이닉스도 김우현 부사장 재임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20조원의 CAPEX를 단행한 적이 없다. SK하이닉스가 집행한 역대 최대 CAPEX는 메모리 호황기인 2022년 연결기준 약 19조7000억원 수준이다. 2023년에는 실적악화로 약 6조6000억원을 집행했으며, 2024년 다시 약 18조원으로 확대됐다.
김우현 부사장은 올해 CAPEX를 전년 대비 약 60%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HBM 주도권 추격을 위해 투자 확대를 선언한 만큼 공격적인 투자 확대로 주도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직 삼성전자가 올해 CAPEX를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마이크론은 올해 약 20조원을 배팅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CAPEX 확대로 SK하이닉스의 현금 유동성이 다시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24조원에 당기순이익이 약 18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미 CAPEX 비중이 70%대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HBM의 매출 비중이 높고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가 유효한 만큼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우현 부사장도 지난 연간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체 D램 메모리 중 HBM 비중이 40%이상까지 상승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며 “메모리 산업이 고성능 고객 맞춤형 시장으로 변하면서 시황 조정기에도 메모리 업체가 안정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SK하이닉스의 투자금은 하반기 완공이 계획된 청주 신규팹 M15X의 HBM3E 코어 다이 생산 용량 확대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상용화를 계획 중인 차세대 HBM4(6세대) 12단 생산 공정에 투입될 전망이다.
김우현 부사장은 “HBM 적기 대응 등을 위한 올해 투자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더 확대될 것”이라며 “투자금은 HBM의 안정적 공급을 비롯해 고객사에 공급 계약을 완료한 제품 등을 위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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