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 가운데 한국은 단 한 곳, 리벨리온만이 이름을 올렸다. AI를 비롯한 딥테크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한 시점에서 한국이 여전히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최근 코스닥 시장의 침체와 제한적인 M&A 환경은 투자 회수(Exit)를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스타트업과 VC 간의 선순환 구조를 크게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수 중심의 시장 구조, 회수 여건의 제약, 글로벌 중심과의 거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한국 벤처 생태계의 역동성은 지속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M&A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설계하며, 해외 VC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성장을 도모한다.
하바나랩스(Habana Labs), 모빌아이(Mobileye)처럼 인텔(Intel)에 인수된 사례는 기술력과 글로벌 시장의 접점을 성공적으로 연결한 대표적 성과다. 대만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본과의 연계를 강화했으며, 최근에는 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로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구글(Google)이 이스라엘의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Wiz)를 약 23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은 글로벌 기술 산업에서 M&A가 얼마나 빠르고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적극적인 참여와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최근 다양한 글로벌 연계를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올해 1월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UKF(United Korean Founders)’ 행사에 패널로 참석해, 글로벌 VC와의 공동 투자 및 M&A 연계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자리는 실리콘밸리의 한인 창업자와 투자자 1,400여 명이 모여, 다양한 사업모델과 기술을 소개하고, 한인 스타트업의 글로벌 전략을 활발하게 논의한 자리였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세계 시장과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은 다방면에서 형성되고 있으며, 이제 중요한 것은 이를 실질적인 성과로 전환할 수 있는 실행력이다.
한국 벤처캐피탈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글로벌 네트워크의 실질적 확장이다. 해외 선두 VC와의 공동 투자 및 협업을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글로벌 생태계와의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과감한 투자 전략 전환이다. 기술력 기반의 초기 딥테크 스타트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미래 산업을 선점해야 한다. 특히 AI, 반도체, 바이오/헬쓰케어, 클린테크 등 첨단 분야에 대한 집중이 요구된다.
셋째, 투자 환경의 유연성 강화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와 펀드조성 여건을 개선하고, 해외 자본이 국내 스타트업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오픈 마인드와 제도 개선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글로벌 연계가 가능할 것이다.
AI와 딥테크 중심의 글로벌 경쟁은 수년전부터 시작됐고, 그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아시아의 주요 경쟁국인, 일본은 제도적 유연성과 정책 변화로 다시금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중국은 딥시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이 이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시점에 적극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는 국내에 머무는 로컬 지향성 투자에서 벗어나, 글로벌 생태계와 폭 넓은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 벤처캐피탈이 글로벌 시장과 보다 적극적으로 연결되어야만 스타트업도 성장하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가 기회이다. 지금이 시작점이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한국소재부품투자기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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