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은 지난 2016년 한국 최초로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문을 두드린 뒤 지난해엔 램시마로 국내 1호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탄생시킨 이 분야 선두주자다.
두 기업은 동지이면서 라이벌인 '오월동주(吳越同舟)' 관계에 놓여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가장 많은 시밀러 허가를 따내는 등 국내 바이오 기업의 입지를 함께 넓히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같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밀러를 출시하면서 치밀한 파이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들 기업이 현재까지 FDA 허가를 받은 개수 역시 각각 10개로 같다.
지난 2023년 애브비가 독점권을 상실한 뒤 9개 바이오시밀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각각 '유플라이마', '하드리마'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출시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휴미라가 지난해 5월 기준 현지 점유율 87.1%를 차지하면서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가 5.1%를 기록해 시밀러 중에선 가장 높은 파이를 가져갔다. 그 뒤로 ▲산도스의 '하이리모즈'(4.3%) ▲암젠 '암제비타'(2.3%)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0.5%) 등이 쫓고 있다.
유플라이마는 점유율 0.1% 내외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우위를 점한 비결은 가격 경쟁력이다. 하드리마는 오리지널 대비 85% 저렴한 데 비해 유플라이마의 할인율은 5%에 그쳤다.
셀트리온은 가격을 높이는 대신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 충분한 리베이트를 제공해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지 병원 등은 좀 더 저렴한 하드리마를 선호한 걸로 보인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저용량과 고용량을 모두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힌 반면 셀트리온은 고농도 제품만 내놨다.
두 기업은 현재 상호교환성 허가 절차를 밟고 있어 추후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상호교환성 지위를 획득하면 약국에서 대체처방이 가능해진다.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선 셀트리온이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나란히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인 '아이덴젤트'와 '아필리부'를 국내 출시했다. 아필리부가 지난해 5월 출시한 뒤 한 달 만에 매출 10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으나, 셀트리온이 추후 아필리부보다 2만 원 저렴한 아이덴젤트를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최근엔 오리지널사인 리제네론·바이엘과의 특허 소송 결과가 갈리면서 셀트리온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리제네론·바이엘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각각 아일리아 특허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법원은 셀트리온의 손을 잡아준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소송에선 바이엘 측 주장을 인용 결정했다.
이에 셀트리온은 아이덴젤트 판매를 지속할 수 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존 재고 이후 아필리부를 팔 수 없는 상태다.
최근 가장 눈길이 쏠리는 건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시밀러다. 스텔라라는 지난해 전세계 매출액 103억6100만 달러(약 15조 원)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로, 같은 기간 미국에서만 약 10조 원어치가 팔렸다. 지난 2009년 존슨앤존슨(J&J)이 개발했지만 올해 독점권이 상실될 예정이다.
이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스텔라라 시밀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FDA 허가를 받은 뒤 이달 14일 미국 시장에 스텔라라 시밀러 '스테키마'를 출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보다 한발 앞선 지난달 '피즈치바'를 내놨다.
셀트리온은 현지법인 '셀트리온USA'를 통해 미국에서 스테키마를 직접 판매하는 전략을 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수료를 절감하고 도매가격(WAC)을 낮게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파트너사인 스위스 산도스가 피즈치바의 미국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한다. 기존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유럽 제약사 유통망을 활용하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에서 또 한 번 맞붙을 전망이다. '프롤리아(성분명 데노수맙)' 바이오시밀러인 '스토보클로'와 'SB16'의 경쟁이다.
셀트리온제약은 대웅제약과 손잡고 스토보클로 판매에 나서기로 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한미약품과 SB16 공동 판매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프롤리아 매출 규모는 작년 기준 전 세계 약 6조5000억 원, 국내 1800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동지인 동시에 경쟁자”라며 “의약품 특허 만료가 늘어남에 따라 두 회사의 바이오시밀러 경쟁도 격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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