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독감백신 시장의 두 축, '전통 강자' GC녹십자와 '신흥 강자' SK바이오사이언스다.
이들의 경쟁은 특히 독감백신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GC녹십자의 대표 품목은 국내 첫 4가 독감백신인 '지씨플루'다.
지씨플루는 지난 2009년 3가로 상용화된 이후 2016년 4가로 출시됐다. 2023년 기준 누적 생산 물량 3억 도즈(dose)를 돌파한 제품이다. 한국인 3명 중 1명이 지씨플루를 맞은 셈이다.
2015년에 3가, 2016년엔 4가로 출시됐다. 스카이셀플루는 기존 유정란 방식 독감백신보다 생산 기간이 절반 수준으로 짧아 팬데믹이나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항생제나 보존제 투여도 필요없다.
이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스카이셀플루는 출시 2주 만에 국내 병·의원 7000여 군데에 121만 도즈를 판매하며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같은 기간 지씨플루는 생산실적이 829억 원에 그쳤다. 전통 백신명가로서 오랫동안 1위를 수성했던 GC녹십자의 자존심이 구겨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곧바로 판도가 역전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치료제에 집중하기 위해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다. GC녹십자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2021~2022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빠진 시장에서 지씨플루는 각각 1527억 원, 1166억 원어치를 만들어 내며 다시 업계 생산실적 1위를 탈환했다.
이후 2023년 8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약 3년 만에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재개하면서 긴장감을 다시 고조시켰다.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엔데믹으로 코로나19 백신 수혜가 끝나면서 매출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하자 지씨플루로 실적 공백을 메우려는 계획이었다.
두 회사는 2023년 이후부터 NIP 계약 물량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NIP 계약 물량은 독감백신 매출을 좌우하는 요소다. 스카이셀플루는 복귀와 동시에 2023~2024 절기 NIP 입찰에서 242만 도즈를 확보, 계약 물량 1위를 기록했다.
GC녹십자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에 밀려 전년(497만 도즈)보다 공급 물량이 65%나 줄어든 174만 도즈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24~2025 절기엔 GC녹십자가 다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추월했다. 당시 회사의 NIP 계약 물량은 265만 도즈로, SK바이오사이언스(255만 도즈)를 1만 도즈 차이로 앞섰다.
최근 두 기업은 독감백신 수출에 집중하면서 전쟁 영역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지씨플루를 전 세계 63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그 중 태국은 GC녹십자에게 '큰손'이다.
회사는 지난해 태국 국영 제약사인 GPO가 진행한 2025년 입찰에서 407만 도즈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입찰 물량 407만 도즈 전량을 GC녹십자가 확보한 것이다. 회사는 2024년 입찰에서도 전 물량을 계약한 바 있다.
이로써 GC녹십자는 2014년 태국 독감백신시장에 진출한 뒤 누적 수주량 1000만 도즈를 돌파하게 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부터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중남미 지역의 다수 국가들과 계약을 맺으며 스카이셀플루 수출을 본격화했다.
회사는 지난해 태국 수출 이후 올 상반기엔 동남아·중남미 등의 국가에 총 75만 도즈의 스카이셀플루를 공급한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된 백신들이 WHO PQ(세계보건기구 사전적격심사) 인증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공격적으로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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