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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7(월)

‘아 옛날이여’ 설화수, 무한 변신으로 ‘럭셔리’ 재시동

기사입력 : 202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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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수,국내 최초 한방화장품에 단일 매출 1조 써
중국발 한한령, 코로나로 약세…중소 K뷰티 약진도
제품군 늘리고, 기능 개선…전방위 리브랜딩 나서

▲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이미지 확대보기
▲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주력 브랜드이자 럭셔리 라인인 ‘설화수’ 리브랜딩에 한껏 힘을 주는 모습이다.

설화수는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의 모든 기술력과 정체성을 담아낸 집합체다. 다만, 국내 소비 침체 장기화와 함께 중저가 K뷰티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점차 그 위세가 흔들리고 있다.

설화수의 기원을 알아보려면 아모레퍼시픽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모레퍼시픽 선대 회장이자 창업주인 서성환 명예회장이 어머니 윤독정 여사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 설화수이기 때문이다.

윤 여사는 지난 1932년 인삼으로 유명한 개성에서 동백기름을 제조했다. 서 명예회장은 어머니로부터 자연에서 나고 자란 원료로 만든 화장품을 시장에 팔았고, 1945년 아모레퍼시픽 전신인 ‘태평양화학공업’을 세웠다.

그러던 서 명예회장은 인삼의 효능을 먹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피부에 바르는 데 써보기로 한다. 그때까지 인삼이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 적은 없었다. 서 명예회장은 인삼의 머리부터 뿌리 끝까지 연구하면서 모든 추출물을 뽑아 그 효능을 연구했다.

1966년 마침내 설화수의 모태가 된 ‘ABC 인삼 크림’이 세상에 나왔다. 이후 1973년에는 인삼 사포닌 효능 성분을 추출하며, 화장품 ‘진생삼미’를 선보였다. 진생삼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유럽, 남미 등에 수출하면서 최초의 ‘한방 K뷰티’로 이름을 알렸다.

서 명예회장은 인삼 외 여러 한방 식물에서도 피부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추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1987년 인삼과 여러 한방 식물에서 추출해 만든 ‘설화(雪花)’가 탄생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7년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 스킨케어 라인인 ‘설화수(雪花秀)’를 내놓았다. 눈 속에서 피어난 매화라는 뜻으로,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을 담았다고 한다.

여기에는 아모레퍼시픽만의 식물 고유 품종 DNA 바코딩 기술과 피부 노화를 막는 인삼 사포닌 공정 등도 녹아있다. 관련 특허 출원만 국내 310여 건, 글로벌 410여 건이다.

설화수는 ‘윤조에센스’, ‘자음생크림’ 출시와 함께 스킨로션 단계에서 클렌징, 에센스, 선크림, 마스크팩, 립밤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갔다. 전 세계 13개 국가에서 800여 개 매장을 마련했다.

2015년 한때 국내 화장품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단일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는 기록도 썼다. 인삼 성분을 활용한 한방화장품이 중국 소비자들에 인기를 끌면서 면세점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2017년 들어 중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사태로 한한령(限韓令)이 터지면서 1조 매출이 깨지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간 이어지고,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을 위주로 중소 K뷰티 브랜드가 부상하면서 설화수의 입지가 차츰 좁아졌다. 최근에는 소비 침체 여파로 ‘설화수=비싸다’라는 인식마저 팽배해지는 상황이다.

이는 최근 3년간 설화수 관련 실적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아모레퍼시픽 국내 매출은 2022년 2조5813억 원에서 2023년 2조2108억 원, 2024년 2조1570억 원으로 줄었다.

이 중 설화수 매출 비중은 2022년 36%에서 2023년 32%, 2024년 31%로 내리막을 탔다. 이를 토대로 설화수 매출액을 따져보면 2022년 9300억 원, 2023년 7100억 원, 2024년 67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설화수가 부진에 빠지면서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럭셔리 부문 매출도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2022년 1조4440억 원, 2023년 1조2067억 원, 2024년 1조2367억 원이다. 그나마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소폭 오른 것은 아이오페와 홀리추얼 등의 브랜드가 럭셔리 부문으로 편입된 영향이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으로선 설화수 리브랜딩에 전사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국내를 중심으로 설화수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였다.

1997년 설화수 론칭 후 모델을 쓰지 않던 아모레퍼시픽은 2018년 중국의 한한령과 함께 배우 송혜교를 모델로 내세웠다. 2022년에는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을 발탁했다.

최근에는 방송인 최화정과 가수 겸 배우 임윤아를 모델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와 동시에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제품군을 확대하고, 안티에이징 기능 강화에 주력했다.

우선 지난해 초 설화수 선케어 라인인 상백크림을 공개했다. 나이아신아마이드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피부톤을 맑게 하면서 UVA와 UVB 자외선 외 적외선과 미세먼지까지 차단한 기능성 제품이다.

이어 인삼꽃 추출물이 들어간 비누 ‘설화수 시그니처 진생 페이셜 솝’도 선보였다. 아울러 입술 주름을 개선해주는 ‘윤조립밤’을 내놓았고, 기미와 잡티를 가려주는 ‘퍼펙팅 쿠션’ 등을 업그레이드했다. 설화수를 스킨로션 단계에서 메이크업 영역으로 넓힌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신년이 되자마자 설화수 스테디셀러 제품인 ‘에센셜 라인’을 새롭게 꾸렸다. 설화수 에센셜 라인은 자음수와 자음유액, 탄력크림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독자 성분인 자음단과 3종 보습 장벽 성분을 더했다. ‘진정-보습-장벽’의 3중 케어로 이어져 피부 보습과 탄력은 물론 항산화와 항당화 효과를 내면서 노화 방지 기능을 높였다.

또한, 최근에는 인삼 열매에서 나오는 진생베리 추출액으로 만든 ‘진설크림 리치’를 공개했다. 인삼 열매의 안티에이징 성분인 진생베리는 바르는 순간 피부에 깊숙이 작용해 외부 자극으로 쌓인 노폐물을 관리하고, 노화로부터 예방한다. 안티에이징 기능 강화에 힘준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관련 오프라인 체험관도 마련했다. 서울 도산공원과 북촌에 만들었는데, 이곳에서는 설화수 제품 체험과 도슨트 투어가 제공된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설화수 팝업을 열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초에는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 조선시대 최고 스파였던 ‘인삼장(人蔘莊)’을 콘셉트로, 팝업을 선보였다. 설화수의 모태인 인삼을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 이해도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당시 설화수 모델이었던 로제도 함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는 끊임없는 인삼 연구 기반의 혁신과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으로 구현한 제품”이라며 “브랜드 스토리를 발신해 오프라인 고객경험을 제고하고, 리뉴얼로 브랜드 경쟁력과 입지를 공고화해 설화수의 가치를 전 세계 알리겠다”고 밝혔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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