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오는 4월부터 정액제 광고 서비스 울트라콜을 순차적으로 종료한다. ‘울트라콜’은 월 최소 8만 원(부가세 별도)을 내면 업주가 원하는 특정 지역의 고객에게 자신의 가게를 노출시키고 음식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액제 광고 상품이다. 일명 ‘깃발꽂기’라고 불려왔다.
지난달 20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이하 공플사),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 등은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본사에 방문했다. 이어 24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관련 협의단체와 방문해 “배민이 발표한 요금제 개편으로 자영업자가 더 큰 수수료 부담 위기에 몰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플사는 회사 앞에 천막을 세우고 지난달 말일까지 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외식업 현장에서는 또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업주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요금제 개편으로 인한 향후 배달장사 전략에 대한 의견을 서로 주고 받거나 기존 광고상품 종료로 발생하는 비용 절감 또는 다른 서비스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온라인 업주 커뮤니티에서 한 업주는 “단가가 낮으니 오히려 정률제가 이득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울트라콜로 나가는 월 비용만 수십만 원인데도 사실 광고 효용은 의문이었다. 깃발로 쓰던 비용을 수수료 낮은 포장주문 수 확대에 투자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배민이 자체배달인 배민1에 적용한 수수료 상생안 역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배민이 적용한 상생안에 따르면 매출 규모에 따라 기존 9.8%보다 낮은 2~7.8%의 수수료가 적용된다.
온라인이나 현장 업주들에 따르면 배민과 쿠팡이츠 모두 정률제로 수수료가 거의 같아진 상황이라 주문이 더 많이 들어오는 쪽으로 합치겠다는 업주부터 오히려 수수료가 가장 낮은 가게배달의 오픈리스트를 더 늘리겠다는 업주 등 다양한 입장이 생겨나고 있다.
한 업주는 “우리 가게는 매출 규모 상위 35%에 포함돼 배민1 수수료가 7.8%로 적용됐는데, 그냥 주문 수가 더 많은 배민1에 집중할지 아니면 깃발에 들어가던 비용을 가게배달 고객 배달팁 할인 등에 투자해 좀 더 낮은 수수료 혜택(오픈리스트 6.8%)을 볼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정 비용만 부담하면 노출이 보장되고, 주문 수가 늘어남에 따라 업주 이익폭이 늘어날 수 있는 울트라콜 상품 종료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정률제로 가게 되면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수수료 부담도 훨씬 높아진다. 이 때문에 커뮤니티 등에서는 업주들 간 입장 차가 댓글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민 측은 “이번 울트라콜 종료는 이미 자체배달, 정률제 위주로 체질이 바뀐 배달앱 시장에서 업주나 고객에게 더 이상 비용 만큼의 효용을 충분히 주지 못하는 상품·서비스 구조를 개편하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쿠팡이츠의 등장 이후 배달앱이 주문중개부터 배달까지 책임지는 ‘자체배달(Owned Delivery, 이하 OD)’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가게배달’ 울트라콜의 광고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동일 가게 중복노출 문제로 인한 고객 및 업주의 불편, 비효율 문제 역시 배민의 복잡한 상품 및 서비스 구조로 인한 고질병으로 거론돼왔다.
고객 입장에서는 같은 가게가 여러 개 노출되고 리뷰, 메뉴 구성 등이 모두 달라 헷갈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업주는 업주대로 이로 인한 고객 불만 및 문의에 대응해야 하고, 가게 관리 역시 업주가 시스템상에서 같은 가게더라도 개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배민이 쿠팡이츠의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요기요를 제치고 업계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월 이용자 수(MAU) 1000만을 돌파하면서 1위인 배민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올해 1월에도 배민은 결제추정액이 9334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6% 감소하며 1조 원대가 무너졌다. 반면 쿠팡이츠는 전년(2700억 원)보다 113.3% 신장한 5759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배달 100% 구조에 정률 요금제 하나만을 채택하는 쿠팡이츠에 비해 배민은 상품 및 서비스나 요금제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비효율이 축적되고 빠른 서비스 경쟁력 확대에도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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