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무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가 지난해 4분기 6200억원 자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 대부분은 올해 4분기 가동할 헝가리 양극재 생산공장에 쓰일 예정이다. 헝가리 공장은 회사 첫 해외 생산거점으로 지난 2021년 발표됐다. 투자 과정에서 닥친 전기차 캐즘(수요둔화) 여파에도 계획대로 투자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에코프로는 이밖에 이동채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발표한 인도네시아 광물 제련, 전구체, 양극재 수직계열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이동채 전 회장의 승부사가 최종적으로 성공할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전기차 관련 업계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에코프로 역시 캐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는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이 3조1103억원으로 전년비 57% 급감했고, 영업손실 314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하반기 손실이 집중될 정도로 흐름이 좋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이 같은 실적 부진과 업황을 반영해 에코프로 신용등급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말 한국기업평가는 에코프로(A-)와 에코프로비엠(A)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달 11일에는 NICE신용평가도 두 회사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문제는 이로 인해 에코프로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다는 데 있다.
에코프로는 지난 18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총 400억원 규모로 발행되는 회사채 금리는 1.5년물 4.9%, 2녀물 5.2%로 결정됐다. 앞서 수요예측에서 제시한 희망금리 최상단 수준(1.5년물 4.4~5.0%, 2년물 4.5~5.2%)이다. 에코프로는 다소 냉랭한 시장 반응에 당초 최대 800억원을 증액발행하려던 계획을 접고 목표치만 채우기로 했다.
에코프로 입장에서는 “시장 우려가 과도하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4분기 에코프로 4사는 총 6159억원 규모 자본성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에코프로는 두 차례에 걸쳐 총 105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런 가운데 에코프로 경영진은 비장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책임 경영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 김종섭 에코프로에이치엔 대표,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 등 에코프로 상장사 대표 4인은 올해 급여 30%를 자사주로 받기로 했다.
에코프로는 “CEO들이 경영회의에서 급여 일부를 주식으로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했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올해에는 반드시 흑자전환을 통해 시장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지난 2022년 삼성SDI에서 에코프로로 영입된 인사다. 영입 직후 그룹을 이끌며 당시 법정구속된 이동채 전 회장 공백을 메웠다. 삼성물산 경영지원실, PWC·엑센츄어 경영컨설턴트 거쳐 삼성SDI 기획팀장(부사장)을 지낸 전문경영인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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