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가 준비하는 AI의 미래다.
KB, 금융권 최초 'AI 상담 에이전트' 개발 중···AI 조직도 확대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26일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지주 디지털·IT 부문장으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를 선임했다. 이 대표는 재임 기간 동안 KB페이를 비롯한 디지털 분야에서 큰 성과를 보인 인물이다.
기존의 AI 센터도 AI 1센터와 AI 2센터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AI 1센터장은 국민은행 최초의 1980년생 상무 김병집 전(前) LG AI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맡는다. 2센터장에는 엔씨소프트 출신 이경종 상무가 임명됐다.
국민은행이 이처럼 파격적인 개편과 인사를 단행한 것은 고도의 생셩형 AI 활용 서비스를 통한 초격차 달성을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우선 금융권 최초로 '생성형AI 금융상담 에이전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AI 상담 에이전트를 망분리 규제 예외를 적용받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현재 서비스 중인 AI 챗봇은 질문이나 요청에 대한 답변만 가능했고, 복잡한 언어에 대한 이해화 자율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것에 더해, 질문이나 요청의 의도를 파악하고 다음 단계까지 제안한다.
일례로 회의실 예약에 대해 질문하면 예약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예약과 참석자에 대한 메일링까지 지원하는 형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업무를 사람 대신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기존 서비스보다 훨씬 상위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망분리 규제 완화로 고성능 상용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국민은행은 더욱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내년 상반기 내부직원용 금융상담 에이전트를 공개하고, 이후 점차 활용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그룹 내 생성형AI 활용을 위한 공동 플랫폼 구축 작업도 진행 중이다. 내년 2월 시범 서비스를 열고, 테스트를 거쳐 4월 최종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에 공동 AI 플랫폼 구축의 주요 목표는 ▲생성형AI 적용에 공통으로 필요한 기술 제공 ▲최신 기술 공동확보 및 활용 지식의 공동자산화 ▲금융 분야 생성형AI 기술 사용에 대한 규제 보안성 문제 공동해결 등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부 업무의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생성형AI를 적용한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업무를 최소화하는 등 업무 방식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지주도 디지털부문이 포함된 '미래성장부문'의 부문장으로 이승열 부회장을 선임하며 AI 서비스 강화를 예고 했다.
하나은행을 리딩뱅크로 이끈 이 부회장의 리더십으로 디지털·AI 사업도 전격적으로 추진할 복안이다.
하나은행 역시 기존의 AI‧디지털그룹에 디지털 전략 기능과 신사업 추진 컨트롤타워 역할을 더한 ‘디지털혁신그룹’을 신설했다.
디지털혁신그룹 산하에 ‘데이터본부’를 만들어 부서간 시너지를 강화하고, 혁신과제를 이행할 실무 집단을 구성했다.
신한 'AI 드라이븐 파이낸스' 지향···전 업무에 AI 기술 접목
신한은행의 AI 지향점은 모든 업무에 AI·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AI 드라이븐 파이낸스'다. 금융위의 혁시금융서비스로 지정된 'AI 행원' 등이 업무를 우선 처리하고 직원이 검증만 수행하는 '생성형AI 퍼스트'가 핵심이다.
고객과의 대화를 95% 이상 인식할 수 있는 AI 은행원을 고도화 해 단순 업무 처리부터 고객 맞춤형 상담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신한은행의 목표다.
지난 2021년부터 무인형 점포에 배치되기 시작한 신한은행의 AI 행원은, 현재 미래형 영업점인 'AI브랜치'에서 입출금 계좌, 예·적금 신규 개설 등 64개의 창구 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 1월에는 'AI투자메이트' 서비스도 출시한다. 투자·금융지식에 대한 질의응답(Q&A) 서비스로, 과거 수익률과 시장 흐름 정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AI 서비스 개발과 고도화를 위해 최근 조직 개편에서도 기존 디지털솔루션그룹을 '디지털솔루션본부'와 '디지털혁신단'으로 재편, 고객솔루션그룹 산하에 통합했다.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디지털·AI 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다.
신한은행 측은 "생성형AI를 활용해 AI행원은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고, 나아가 고령층·외국인 등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업무를 지원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우리, 임직원 위한 'AI 상담 시스템'···통합 IT센터 건립도
지난 4월 예적금 상품 상담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AI뱅커' 서비스를 선보인 우리은행은 대출 상담도 비대면에서 가능하도록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대출 신청 중 발생하는 질문에 대해 '개인 맞춤형'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상환 방법에 따라 대출 금액이 달라지는가'와 같은 질문에 '예/아니오'가 아닌 '원금균등분할상환 방식이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보다 대출 금액이 많습니다'라는 답변이 가능하다.
임직원을 위한 업무 통합검색·상담 시스템인 'AI 지식상담 시스템'도 한층 더 고도할 방침이다.
'AI 지식상담'은 규정·공문 등을 학습한 생성형 AI가 임직원의 문의사항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고객 상담업무 등에서의 효율성을 개선해 왔다.
앞으로는 업무상담 뿐만 아니라 실제 영업현장에서의 고객관리활동 등으로 활용 범위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6월부터 'AI 지식상담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 질문자의 의도에 맞는 설명 자료와 문서를 정확히 추려내 답변하도록 구현했고 고객 상담 내용에 대한 자동 분류와 요약 서비스도 도입했다.
영업점 고객관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 분석 리포트 자동생성, 고객센터 상담 어시스턴트, 민원 정보 연계 등 비지니스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특히 기업 분석 리포트 자동생성 서비스의 경우 생성형 AI기술을 활용해 기업 리포트를 작성하고, 방대한 기업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므로 기업대출 담당자의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우리금융그룹의 미래형 통합 IT(정보기술)센터 '디지털 유니버스'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디지털 유니버스'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금융그룹의 디지털 금융허브다.
오는 2026년 착공, 2028년 준공이 목표인 디지털 유니버스에는 ▲그룹 IT 개발과 운영 시설 ▲금융 연구개발(R&D)센터 ▲교육 시설 등 IT 핵심 전략시설이 구축될 예정이다.
금융위 망분리 규제 예외로 AI 서비스 '봇물'
은행들이 이처럼 다양한 AI 서비스를 구상하고, 디지털 분야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금융위원회의 '망분리 규제 완화'가 있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 등 최근 지정된 47건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지정된 혁신금융서비스는 총 500건에 달한다.
망분리 규제는 금융회사의 내부망(업무망)과 외부망(인터넷)을 분리해 해킹·데이터 유출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이후 재택·원격 근무 수요가 급증하고, 금융의 디지털화로 비대면 서비스 등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규제 완화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23년부터 정책 시범사업을 시작한 금융위원회는 규제 샌드박스와 혁신금융서비스 선정을 통해 금융권의 디지털·AI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GPT 등 외부 상용 AI 모델을 활용한 금융권의 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해졌고, 올해 말부터는 금융권 IT 개발자가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가명 처리된 개인 신용정보를 활용하는 것도 허용됐다.
금융위원회 측은 "내년 상반기에는 '금융권 AI 플랫폼'도 구축할 예정"이라며 "금융 분야에 적합한 성능과 안전성을 지닌 오픈소스 AI 모델, 데이터 등을 전문가 그룹이 선별해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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