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8일부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나선다. 내년 2월 17일까지 장내 매수 방식으로 매입해 소각할 계획인 자사주는 보통주 5014만4628주(주당 5만3500원, 총 2조6827억3759만원), 우선주 691만2036주(주당 4만5900원, 총 3172억6245만원)로 총 규모는 3조원이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나선 배경은 연일 하락하던 주가 회복을 위한 방안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7월 11일 종가 기준 8만8800원으로 올해 최고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 핵심 경쟁력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한수 아래로 여겼던 SK하이닉스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등 실적과 미래 경쟁력에서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특히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 발표 전날인 14일에는 종가 기준 연중 최저가인 4만9900을 기록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5만원선까지 무너졌다. 삼성전자 주가각 4만원 대로 떨어진 것은 2020년 6월 15일 이후 약 4년 5개월 만이다. 주가 부진이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김동원닫기김동원기사 모아보기 KB증권 연구원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자사주 매입 후 과거 주가 추이 사례를 감안하면 단기 상승세를 실현하며 반등 계기로 분명 작용했다”면서도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여부가 중장기 주가의 상승 폭을 결정하는 직접적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주가 회복의 열쇠인 반도체 경쟁력 회복은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의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납품을 위한 퀄테스트(성능시험)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 “테스트의 중요한 부분은 넘어섰다”며 “4분기 중 납품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후에도 HBM 주도권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와의 HBM4(6세대) 상용화 경쟁은 물론, TSMC와 점차 벌어지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회복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로서 삼성전자의 실적을 지탱하고 있는 스마트폰, 가전 등 부문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특히 올해 세계 최초 AI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 ‘비스포크 AI 가전’ 등을 필두로 온디바이스 AI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만큼 갤럭시 AI 생태계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전역에서 모인 인플루언서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비스포크 AI 콤보'를 소개하고 본격적인 유럽 AI 가전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동남아에서 비스포크 AI 콤보 테크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판매처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애플이 신형 아이폰16 시리즈와 아이폰15 시리즈에 ‘애플인텔리전스’를 업데이트하며 추격 중인 AI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기술력 우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기술 인재를 영업하며 서비스와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모바일경험(MX) 사업부 개발실 임원으로 이성진 상무, 조영상 상무를 영입했다.
이성진 상무는 포항공대 박사 출신으로 아마존에서 기술 분야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한 이력이 특징이다. 카이스트 박사 출신의 조영상 상무는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이들 모두 갤럭시 AI 고도화 업무를 수행한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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