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
제이웨이브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효성분 탐색부터 후보물질 발굴 등 신약 개발 전 주기에 쓰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500여 종의 세포주와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각종 질환 동물 모델의 유전체 정보와 4만여 개 합성 화합물까지 방대한 생물·화학 정보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통적인 신약 개발에서 10년 이상, 수조 원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AI 플랫폼으로 대폭 절감할 수 있다"며 "AI로 혁신신약뿐 아니라 같은 계열 내 최고 약물(Best-in-Class)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자체 AI 신약 개발 시스템 'ADO'(AI based Design space Optimization System)를 도입했다. 이는 백신 공정의 실험설계 과정에서 AI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성공 가능성을 예측한다.
사측은 "ADO는 연구원이 직접 분석하기 어려운 공정 설계상 다양한 변수들을 AI를 활용해 예측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회사는 ADO를 통해 실험설계 기간이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되는 기대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외 CJ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자사 AI 플랫폼 '이지엠 플랫폼'을 고도화,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이지엠은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과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플랫폼이다.
여러 회사가 신약 개발 데이터를 공유하는 AI 플랫폼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3월부터 추진 중인 AI 민관 협력 플랫폼 'K-멜로디'가 대표적이다.
K-멜로디는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 10개사와 엔비디아 등 총 17개 기업이 참여한 유럽연합 신약 개발 플랫폼 '멜로디'를 벤치마킹한 사업이다. 약물 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ADMET) 예측 모델인 'FAM'(Federated ADMET Model) 개발을 목표로, 2028년 12월까지 총 5년간 348억 원이 투입된다.
K-멜로디가 기업들이 자체 구축한 플랫폼과 다른 건 '연합학습' 방식이란 점이다. 기업과 기관이 신약 개발 데이터를 모으고, 공유된 데이터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모으는 게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K-멜로디를 통해 신약 개발 시간이 15년에서 7년으로 단축될 뿐만 아니라 개발 비용도 2~3조 원 이상에서 약 6000억 원 수준으로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선 연합학습 AI 신약 개발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회사의 기밀이자 자산인 신약 개발 데이터를 다른 제약사들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준희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은 "AI 신약 개발에 있어 중요한 건 데이터 공급"이라며 "제약사들이 회사 자산인 데이터를 공유하는 걸 원하지 않아 양질의 데이터들이 각 회사에 분산돼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특히 AI 학습을 위해 실패한 데이터도 아주 중요한데, 이를 기록하는 경우가 잘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연합학습 AI 신약 개발이 활성화되려면 촘촘한 보상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신약 개발은 이제 태동기"라며 "AI는 데이터 학습이 핵심인 만큼 제약사 간 협력이 더욱 효율적인 건 공감하지만,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데이터 공유와 신약 개발 기여도에 따른 확실한 보상체계 확립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세계 시장 규모는 2022년 6억980만 달러(약 8000억 원)에서 매년 연평균 45.7% 성장해 2027년에는 40억350만 달러(약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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