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새 출발’을 선언한 지 불과 2년만에 그룹 안팎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재무 리스크 탈출에 성공한 박정원닫기박정원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이번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을 적자 기업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시켜야 하는데, 그룹이 제시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터무니없는 주식교환 비율에 일반 주주뿐만 아니라 금융당국도 등을 돌렸다.
투자자들은 “오너 이익만 챙긴다” “알짜회사에 투자했다가 억지로 로봇 테마주로 갈아타게 됐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이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고 투자자들이 이번 구조개편이 어떤 의사결정 경과를 거친 건지, 실질적 목적이 무엇인지, 캐시플로가 있는 두산밥캣의 상당한 자금이 다른 곳에 쓰인다고 할 때 재무적 위험은 충분히 분석됐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좋았다. 박정원 회장이 ‘오너 4세 경영’ 문을 연 지 1년 만에 그룹 전 계열사는 흑자전환했다. 1년 동안 사업부를 매각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 2017년 두산 연결 매출은 16조4107억원, 영업이익은 91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199% 증가했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두산건설도 각각 영업이익 7912억원, 4908억원, 12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2020년 초 두산중공업 자금난이 본격화하면서 두산그룹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 탈석탄·탈원전 정책 여파와 자회사 두산건설에 대한 자금지원 부담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되자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결국 두산중공업은 지난 2020년 3월 산업은행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그해 6월 두산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며 총 3조원 규모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
드라마틱하게 재기에 성공한 두산그룹은 ‘뉴(New) 두산’ 카드를 꺼내들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고 첨단 미래 기술을 융합해 지능형 기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와 첨단소재 사업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현재 총 22개 계열사로 이뤄져 있는데, 이중 두산에너빌리티(38.4%)와 두산밥캣(51.1%)이 그룹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할 만큼 초핵심 계열사다.
원전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최근 체코 원전 수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해외 원전 추가 수출 기대감으로 사업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 가스터빈과 수소, 해상풍력, 소형모듈원전(SMR)은 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건설·조경·농업·물류 분야 소형장비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신사업으로는 기존 제품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무인화 및 자동화 기술을 접목하려고 한다.
두산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과 협동로봇을 만든다. 지난해 10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적자를 내고 있으며, 분기별로도 마이너스다. 두산그룹은 이런 두산로보틱스를 두산밥캣과 1대 0.63 비율로 주식을 교환하려고 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8월 양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했다. 그러면서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와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며 “추후 시장과의 소통과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양사 간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겠다”고 밝혔다.
향후 박정원 회장 과제는 주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있다. 앞서 두산그룹이 23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는 평이 쏟아졌다.
이번에도 무리한 사업구조 개편이 아닌 주주와 당국의 지지를 얻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을 도모한다면 추락한 그룹 이미지가 다시 한번 더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모른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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