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AI, 플랫폼 등 IT 분야 R&D에 약 5679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2022년(약 5600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으며, 최근 3년간 역대 최대 규모 투자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에도 약 509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엔씨소프트 투자 확대는 코로나19 특수 이후 게임업계가 급격한 실적 악화에 빠진 가운데 눈에 띄는 행보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연결기준 매출 2조3088억원, 영업이익375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4%, 54.5%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매출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으로 각각 30.7%, 75.4% 줄어드는 등 어닝쇼크에 빠졌다.
엔씨소프트가 실적 악화에도 IT 투자에 소홀하지 않는 이유는 김택진 공동대표 의지 덕분이다. 김택진 대표는 게임 개발력 강화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에서도 가장 선도적으로 AI, 플랫폼 등 미래 기술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 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8월 게임사로는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를 공개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이후 두 번째다. 글로벌 게임사 가운데 자체 LLM을 개발한 곳은 엔씨소프트가 처음이다. 올해는 기존 AI센터와 NLP팀 등 AI R&D 조직을 ‘리서치본부’로 통합해 김택진 대표 직속으로 재편했다.
플랫폼 부분에서도 엔터테인먼트 팬덤 사업을 노린 메타버스 플랫폼 ‘유니버스’, 모바일 게임의 PC 플레이를 지원하는 크로스플레이 플랫폼 ‘퍼플’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6일 오픈소스 모델 기반 튜닝 LLM ‘Llama-VARCO LLM(라마 바르코 LLM)’을 공개했다. 이는 LLM 커스터마이징 오픈소스 ‘Llama 3.1’에 바르코 등 자체 기술력을 더해 한국어 성능을 향상시킨 튜닝 모델이다. 소규모·고성능이 특징으로 한국어 LLM 사고력을 특정하는 ‘Logickor’ 벤치마크에서 파라미터 100억 개 이하 동급 공개모델 중 1위 성능을 기록했다.
이밖에 엔씨소프트는 올해 다국어를 지원하는 향상된 성능의 ‘VARCO LLM 2.0’을 선보였으며, 지난달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LLM 성능을 검증하는 평가모델 ‘VARCO Judge LLM’을 공개했다.
플랫폼 사업에서는 기존 크로스플레이 플랫폼 ‘퍼플’을 글로벌 게임사 소니와 함께 종합 게임 플랫폼으로 확대한다. 이번 사업 확장으로 퍼플을 엔씨소프트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사의 PC 타이틀도 즐길 수 있는 통합 게임 플랫폼으로 재탄생 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주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임 플랫폼 ‘스팀’과 유사한 형태다. 현재 퍼플에서는 소니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비롯해 ▲마블스 스파이더맨 리마스터 ▲마블스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 등 대표작 PC 버전을 즐길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추후 다양한 국내외 게임사들과 협력해 입점작들을 확대해 간다는 방침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실적 악화에도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며 “본업인 게임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AI,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기술 리더십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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