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앞서 전날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에는 적격과 부적격 의견이 모두 병기됐다.
티메프 사태는 김 신임 위원장의 취임과 동시에 터진 사태인 만큼 이 사태 수습이 위원장의 첫 당국 운영 능력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티메프 정산 및 환불지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당국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와중 금융위가 최근 각 정부 부처와 금융 유관기관이 공동으로 마련한 금융지원 정책을 총괄하고 있어, 김 신임 위원장이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이번 티메프 사태가 금융시장 안정과 시장·소비자 신뢰 제고와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태를 얼마나 조기에 수습하냐에 따라 당국이 시장 안정 임무와 관련한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위는 해당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5600억원+α 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아울러서 대출 만기연장 및 기술보증지원을 통해 금융애로 해소를 지원한다.
신임 위원장 최우선 목표는 '부채 의존도 해소'
김 신임 위원장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점은 국내 가계부채 현황이다. 그는 지속해서 당국의 최우선 목표로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강조했다. 가계부채 의존도를 낮춰야 글로벌 경제에 위기가 발생해도 국내 경제 시스템으로 위기가 전이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7월 5일 금융위원장 후보 시절 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건물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금융권에) 리스크가 쌓인 이유는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채 비율을 보면 외국에 비해 상당히 높고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경제 성장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다. 조사 대상이 된 59개국 가운데 4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를 넘었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닫기이창용광고보고 기사보기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성장이나 금융안정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이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에 적용되는 비중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61.1%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와 57.0%로 떨어졌지면 여전히 절반 이상이 변동금리에 적용되어 있다. 고금리 장기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 은행들이 당국의 기조에 따라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어 연체율 추가 상승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 신임 위원장은 DSR 규제 강화를 통해 가계부채 비중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전세대출이 DSR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이 점부터 손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규제 확대가 소비자들에게 급격한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단계적·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를 주담대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22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선 "기본적으로 갚을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대출하거나 빌리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제도적으로는 DSR을 어떻게 내실화하고 총량 부분에 있어서는 각 은행이 연간계획을 따르는지 감독당국이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차원에서 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투세 폐지 강조 및 금감원과의 협력 강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김 위원장에게 던져진 숙제다. 그는 금투세가 자본시장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폐지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신임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청문회에서 '금투세 폐지를 어떻게 관철할 것인지'를 묻는 권선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당시 도입될 때는 조세 부분에 대한 '소득이 있는 것에 과세해야 한다'는 점을 중시했는데, 개인투자자가 과거 약 600만명에서 지금은 14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투자도 직접 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런 여건을 감안했을 때 금투세는 자본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폐지와 관련해) 깊이 고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가 부자감세라는 주장에 대해선 "금투세는 세금을 내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식을 매도하고 나가게 되면 금액상으로는 세금을 내지 않는 대상의 투자자도 다 영향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과의 불협화음이 잦아들지도 금융권이 집중하고 있는 사안이다. 김주현닫기김주현광고보고 기사보기 전 금융위원장이 이복현 금감원장의 활약에 가려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에 김 신임 위원장이 금융위 수장으로 오면서 금융위 권위를 되찾을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김 신임 위원장은 지난 청문회에서 "과거에 (이 원장이)했던 발언에 대해 제가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앞으로는 잘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달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김 신임 위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는 지적에 "기재부 1차관으로 근무했을 당시 그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은 제도적으로 협력하며 같이 가야 하는 기관이다. 금감원과 협력해 금융시장 안정과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신임 위원장은 1971년 경남 마산 출신이다. 사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을 시작했다. 재정경제원(현 기재부) 금융정책실, 금융정책국 등을 거쳤다.
기재부에서는 자금시장과장,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혁신성장추진기획단장, 경제정책국장 등을 거쳤다.
윤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다. 지난해 8월부터는 거시경제 정책과 세제를 총괄하는 기재부 1차관을 역임했다.
이용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le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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