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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ETF’ 둘러싼 금투업계 동상이몽…득일까 실일까

기사입력 : 202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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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활성화·신규 수익원 확보에 긍정적
자원 비효율성·거래소 수익 부진 우려도

▲ 사진 = 통로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 사진 = 통로이미지
[한국금융신문 전한신 기자] 가상자산시장의 첫 업권법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오는 19일 시행되는 가운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관련,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ETF가 허용되면 투자자들에게 새 투자처를 제공하고 금융회사도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변동성이 높은 가상자산 특성상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 증대와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데 이어 홍콩, 영국, 호주 등에서도 관련 상품들을 잇달아 허용하고 있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도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가상자산 현물 ETF의 승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현행법상 금융투자 상품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자본시장법 제4조 제10호에서 규정하는 기초자산 ▲금융투자상품 ▲통화(해외 통화 포함) ▲일반상품(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광산물·에너지) ▲신용위험 ▲기타(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해 가격·이자율·지표·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에 가상자산이 포함되지 않아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5월 30일 개원한 제22대 국회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비트코인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 발행·상장·거래 허용’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를 둘러싼 업계의 시각은 제각각이다.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하고 금융회사도 새 먹거리를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선 득(得)으로 보지만,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 가상자산의 높은 변동성 등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나타나는 실(失)도 뚜렷하다는 것이다.

먼저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해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이다.

국내 ETF 시장 규모가 15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현물 ETF가 승인된다면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중개·발행·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서 이익을 얻고 가상자산 기반 상품 개발과 운용에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제도권 상품으로 들어오면 개인은 물론 기관도 투자 선택지가 확대돼 ETF 시장의 성장성은 가속화될 것이다”며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허용된다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력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뉘었다.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경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점과 비트코인 ETF 거래 중개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실제 미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직후 키움증권(대표 엄주성닫기엄주성기사 모아보기) 등 일부 증권사들은 거래를 지원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제지에 막혀 30분 만에 삭제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증권가 일각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는 경우 국내 증시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탈할 수 있어 브로커리지(위탁 매매)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또한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너무나 앞서 나간 이야기’라며 반박했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으로 국내 증시가 침체 된다면 앞서 먼저 허용했던 미국 증시도 침체 됐어야 한다”며 “자금은 시장 상황과 투자 매력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됐다고 해서 급작스럽게 빠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실제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허용된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쓴 것은 사실이지만, 뉴욕 증시 주요 지수들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이 점을 미뤄볼 때 증시 침체 관련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업계도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공존한다고 봤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으로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된다면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고 거래소 간 독과점 문제도 해소될 수 있으며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으로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거래소를 통해 직접 투자하는 현재와 달리 ETF가 허용될 경우 증권·자산운용사 등으로 자금이 빠질 수 있어 대부분의 수익이 거래 수수료를 통해 발생하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

전문가들도 현재 시점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연계 상품은 가상자산 가격이 오를 때에는 상당한 자본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해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높일 우려가 크다” 며 “반면, 가격이 내려갈 때에는 금융시장의 유동성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금융시장과 규제당국에 대한 신뢰를 감소시켜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도입 논의에 있어 우선 필요한 것은 도입 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해에 관해 충분한 연구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며 “현재 시점에서는 도입을 통해 얻는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전한신 한국금융신문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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