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은 지난 2월 23일 이사회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홀딩스UA, 효성토요타, 비나물류법인, 광주일보 등 6개사를 거느리는 신설 지주사를 설립하는 안을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HS효성을 총괄하는 조현상 부회장은 고(故) 조석래닫기조석래기사 모아보기 효성 명예회장 셋째 아들이다. 조 부회장은 연세대 교육학과를 다니다가 교환학생 자격으로 떠난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하다가 외환위기 여파로 구조조정을 결정한 아버지 조 명예회장 부름을 받고 효성그룹에 들어왔다.
지난 2000년 효성 구조조정TFT 경영혁신팀에 합류해 사내 컨설턴트로 일했다. 이후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은 형 조현준닫기조현준기사 모아보기 회장과 함께 형제 경영을 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조 부회장은 오랜 기간 몸담아온 효성첨단소재를 통해 사실상 독자적 경영 활동을 해왔다”며 “계열분리도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 경영 앞두고 글로벌 존재감 부각
실제 조현상 부회장은 인적분할을 결정한 시점을 전후로 대외활동 빈도를 부쩍 늘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효성을 포함해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GS, HD현대, 코오롱, 고려아연 등이 회원사로 있다. 이전 총회까지는 조현준 회장이 참석했다.
조현상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효성첨단소재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탄소섬유 비전을 강조했다.
조 부회장은 “탄소섬유는 수소를 안정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수소 모빌리티 분야 핵심 소재”라며 “향후 수소 차량 증가 등 시장 성장에 발맞춰 생산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상 부회장은 범세계적 경제문제를 다루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도 꾸준히 찾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매년 방문하고 있다.
올해 1월 다보스포럼 현장을 방문한 조 부회장은 “연초부터 전세계 지정학적 상황과 맞물려 공급망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소재 생산과 수출을 담당하는 기업으로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해 공급망 다변화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7일 한국 캄보디아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효성첨단소재는 주력 제품인 타이어코드를 캄보디아에 수출하고 있다.
조현상 부회장은 캄보디아 훈 마넷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 베트남에서의 성공에 이어,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며 “캄보디아는 우호적 비즈니스 환경과 발전 잠재력이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에 훈 마넷 총리는 “새롭게 출발하는 HS효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캄보디아 진출과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계열분리 조건 충족...자금 확보도 훈풍
조현상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효성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있는 점도 향후 계열분리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다.공정거래법은 친족이 계열분리를 하려면 상호 보유한 상장사 지분율을 3% 아래로 낮춰야 한다.
조현상 부회장은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계열사 효성중공업 지분을 지난해말 기준으로 4.9% 정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조 부회장은 꾸준히 효성중공업 보유주식을 매각해 이달 21일까지 지분율을 1.2%까지 낮췄다.
절묘한 매각 타이밍은 행운이었다. 효성중공업이 AI(인공지능) 열풍으로 인한 미국 변압기 수요 급증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올해 1주당 15만7700원에 시작한 효성중공업 주가는 이달 20일 기준으로 41만6000원으로 무려 2.6배 치솟았다.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중공업 지분 3.6%를 매도하며 1230억원 가량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은 지분 1.2% 가치도 47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밖에도 조현상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주)효성 지분 21.4% 일부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받을 유산도 남았다. 조 명예회장이 남긴 주요 계열사 지분은 (주)효성 10.1%, 효성첨단소재 10.3%, 효성중공업 10.6%, 효성티앤씨 9.1% 등이다.
조 명예회장은 생전 의절했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에게 법정상속분 이상 재산을 물려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따라 조현상 부회장이 받을 몫이 얼마나 될지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조 명예회장 지분이 현재 효성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지분 정리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조 부회장 계열분리 추진도 그만큼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슈퍼섬유’ 탄소섬유·아라미드 투자 속도
효성첨단소재는 조현상 부회장의 HS효성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로, 핵심 기업이다. 이 회사는 탄탄한 기존 사업과 성장성이 기대되는 미래 포트폴리오를 겸비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지난해 석유화학 업계 전반 불황에도 자동차 타이어에 들어가는 보강재 타이어코드 수요 회복세에 매출이 전년보다 16.6% 증가한 3조2023억원을 기록했다. 효성첨단소재는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회사다.
이렇게 놓고 보면 효성티앤씨(매출 7조5269억원), 효성중공업(4조3006억원) 등 형 조현준 회장이 지휘하는 계열사들보다 비록 덩치는 작아도 조현상 부회장이 무게감 있는 ‘알짜’ 계열사들을 챙겼다는 평가다.
조현상 부회장이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세일즈에 열을 올리고 있는 탄소섬유는 효성첨단소재 새로운 무기다.
탄소섬유는 탄소로 만든 실이라고 보면 된다. 강철 와이어보다 무게는 4분의 1이면서 강도는 10배나 더 강하다. 수소·전기차, 항공, 풍력발전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신소재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전주공장 증설을 통해 탄소섬유 연간 생산능력을 2000톤에서 4000톤으로 확대한 것을 시작으로, 증설 투자를 꾸준히 단행하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2만4000톤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탄소섬유 시장은 도레이·미쓰비씨·데이진 등 일본 업체가 세계 1~3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생산능력은 9000톤으로 시장점유율은 10%, 세계 5위 수준이다. 2028년 투자가 완료되면 ‘톱3’ 기업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조 부회장이 미래 성장을 위해 육성하고 있는 또 다른 신소재는 아라미드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단단하면서 고온에 강하다. 회사 핵심 사업인 타이어코드에 혼용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라미드를 섞은 고강도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회전 저항을 줄여 나아가 자동차 연비를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저감할 수 있어 친환경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에 장밋빛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신소재 사업 리스크 요인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 부상이다.
지난해 30%를 웃돌던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부문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한자릿수대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효성첨단소재 분석리포트를 낸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저가 제품 증설 공급 확대 영향으로 탄소섬유 이익 눈높이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생산능력 확대로 인한 매출 성장세와 영업이익 흐름은 완만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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