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사외이사진 평균보수에 ‘억 소리’가 날 지경이다. 자기자본 톱25 증권사의 경우 최대 9200만원대, 운용자산(AUM) 상위 10개 자산운용사의 경우 최대 8300만원대다.
반면, 성과보수에 대한 심의 및 평가 등을 맡는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 활동을 보면 대체로 찬성 가결 일색이다. 보수위 구성을 보면 사외이사만으로 돼 있든, 사내·사외이사가 섞여 있든 차이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경영진에 견제구를 날려야 할 사외이사 활동이 대체로 보수적이고 소극적이었다.
삼성증권·운용, 사외이사 ‘연봉킹’ 깃발
28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사업보고서 및 지배구조연차보고서, 한국금융신문 이사회 인물뱅크 등을 종합하면, 2023년 기준 국내 25개 증권사 중 사외이사 1인당 평균보수(자기자본 상위 기준, 12월 결산법인 대상) 1위는 삼성증권(9200만원)으로 집계됐다. 3인 사외이사의 보수 총액이 각각 9500만원, 9300만원, 8600만원대로 업계 평균 대비 높은데, 특히 월 급여 비중이 컸다. 이어 한화투자증권(8500만원), 현대차증권(7900만원)도 사외이사 보수 상위를 기록했다.25곳의 증권사 사외이사 평균보수(인원 120명, 총액 52억6100만원)는 4712만원으로 집계됐다. 1억원에 근접한 보수와, 1000만원대 초반의 보수를 합쳐서 계산하게 되면 평균의 오류가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운용자산(AUM) 상위 10개 자산운용사의 사외이사 1인당 평균보수(인원 44명, 총액 18억5300만원)의 경우, 4870만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에 이어 운용사도 삼성이 최상위다. 삼성자산운용의 사외이사 1인당 평균보수는 8300만원으로 1위였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경우, 평균 2300만원으로 10개사 중 가장 낮았다. 역시 운용사도 사외이사 평균 보수 격차가 컸다.
사외이사 총수는 사외이사만 맡은 경우와, 감사위원회 위원을 겸임하는 사외이사까지 합한 수치로 계산했다. 상근감사(사내이사)는 제외다. 증권사 별로 당해년도 퇴직자, 신규 선임자의 보수는 각각 개별로 모두 반영했다.
보수위, 경영진 견제구 미흡…‘셀프 의결’ 문제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이른바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도 상법에 따라 이사회 내 위원회로 보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기업 별로 명칭은 약간씩 다르기도 하지만, 보수위는 보수의 결정 및 지급방식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 및 의결한다. 금융회사가 임직원이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지 아니하도록 보수체계를 마련하도록 하고, 성과보수는 일정기간 이상 이연(移延) 지급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이사회 평가는 개별 이사, 이사회, 이사회 내 위원회 수준으로 수행되며, 그 결과에 따라 보수 및 재선임 여부를 결정하도록 권장된다. 금투업계 총 31개사(증권사 21곳, 자산운용사 10곳)의 2023년 기준 이사회 내 보수위 이사진 구성을 살펴보면, 사외이사와 함께 사내이사가 혼합된 형태의 보수위는 68%(21곳), 사외이사만으로 보수위를 구성한 곳은 32%(10곳)로 나타났다. 사내이사의 경우 대표이사(CEO)가 포함된 경우가 곳곳 있었다. 또 일부는 계열 증권사에 대해 금융지주 임원이 와서 보수위 멤버로 참여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사외이사만으로 꾸려진 곳은 ▲증권 8곳(미래에셋, NH, KB, 메리츠, 대신, 교보, 유안타, 유진) ▲운용 2곳(NH-Amundi, 키움)이었다. 반면, 사내·사외이사가 섞인 보수위는 ▲ 증권 13곳(한투, 삼성, 하나, 신한, 키움, 한화, 하이, 현대차, IBK, 이베스트, DB, 다올, SK) ▲ 운용 8곳(삼성, 미래에셋, KB, 신한, 한화, 한투, 교보악사, 우리)으로 집계됐다.
보수위는 어떤 형태든 장단점이 있다. 보수위 회의 결과가 찬성 원안 가결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보면, 경영진이 섞였을 때 엄정한 보수 평가가 미흡할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만으로 보수위가 구성됐다고 하더라도 독립성 확보와 직결될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사외이사 보수에 대해 자체적인 '셀프 의결' 성격이 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개별 기업 별로 보면, 보수 평가를 반영한 사례들도 관찰된다. 실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증권업계 '약한 고리'로 떠오른 가운데 성과 평가에 반영한 경우 등이다.
하이투자증권의 보수위는 총 5명으로, 사외이사와 함께 비상임이사로 지주사인 DGB금융지주 임원이 포함된 방식으로 운영됐다. 2023년 총 5회 보수위가 열렸는데, '본사영업 성과급제 운영기준 변경안', ‘부동산PF 미지급 성과급 유보안’에 대해 각각 조건부 가결했다. 이는 각각 '신규조직의 일정기간 간접비 면제는 재검토하는 것', '2023년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성과급은 지급을 원칙으로 하되 세부사항은 별도로 정할 것'을 전제로 했다. 아울러 하이투자증권은 ‘2023년 상반기 영업본부 성과보상 지급안’의 경우, 보수위 멤버 전원 반대로 부결시키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2023년에 3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수위가 활동했는데, 3차 회의 때 ‘2023년 회기 단기성과 보수 기준안’에 대해 수정가결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사내 등기이사의 성과보수 산식 수정'을 전제로 의결했다.
4차 보수위 회의 때 ‘퇴직공로금 지급안’이 모두 찬성으로 원안 가결되기도 했는데,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퇴직금을 포함한 보수 총액 105억원의 증권업계 '보수킹'이 나온 바 있다.
“사외이사 직무·책임에 맞는 합리적 보수 책정돼야”
박동빈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사외이사 보수 현황' 리포트(2021년 6월)에서 "기업에서는 이사회의 실질적인 기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각 사외이사의 직무와 책임에 맞는 합리적인 보수를 책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주주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보수 책정이 중요하다. 임자영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원은 '이사보수한도 승인 제도의 한계 및 개선방향'(2022년 12월) 리포트에서 "이사에 지급되는 보수는 설계 방식에 따라 대리인 문제를 완화하는 지배구조적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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