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은 1962년 삼락증권으로 출발해 60여년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증권사다. 특히, 기업공개(IPO)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IB 명가(名家)로 불렸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IB 비즈니스 영역이 결정되면서, 독립계 증권사인 대신 하우스는 성장 동력이 다소 약화된 게 사실이다. 대신증권은 이를 절치부심하며 자본력을 키우고 역동적인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4년 연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요건으로 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잘 하고 있는' IPO 등 ECM(주식자본시장)과 더불어, 대출(debt), 채권 등 DCM(부채자본시장)을 강화해서 IB 균형성장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박성준 부문장은 “바퀴가 잘 굴러가려면 크기가 똑같아야 한다”며 “엇박자 수레바퀴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대기업 커버리지를 강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커버리지 강화 총력…‘알짜’ IPO와 균형추 맞춘다
대신증권은 2024년 연초 조직개편 및 인사를 통해 IB부문 산하를 ▲IPO담당 ▲기업금융1담당 ▲기업금융2담당 ▲신기술금융본부로 구성했다. IPO조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커버리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업금융2담당을 신설한 게 특징적이다.업계 주요 IB 인력도 영입했다. 대신증권은 2024년 4월 한국투자증권 IB2본부장 출신의 이현규 IB부문 부부문장(전무)을 신규 선임했다. 박 부문장은 "자기자본의 증가 속도를 보면서 기업금융에서 확장성 개념의 조직개편을 했고, 커버리지 인력 수혈을 통해 대기업 신용공여 및 인수금융, 중견기업 자금조달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IPO 부문에서는 '알짜 실속' 하우스로 꼽힌다. 자기자본이 10위권이지만, ECM 중 IPO는 특히 톱5 안에 든다. 주요 딜을 보면, 대신증권은 지난 2022년 역대급 IPO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공동주관사에 이름을 올렸다. 또 2024년 에쿼티 쪽에서 대신증권은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박 부문장은 “2차전지는 반도체에 이어 국가 경쟁력 사업이다”며 “기업이 비상장일 때 자금 조달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상장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내 종투사 지정 신청 ‘준비 완료’
대신증권은 2024년 연내 '10호' 종투사 진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그룹 계열사 중간배당, 올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등으로 자기자본을 확대했다. 일단, 금융위원회에 종투사 지정 신청을 할 수 있는 요건인 '별도기준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한 상태다. 종투사가 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이 가능하다. 박 부문장은 "종투사가 금투업계 전체 영업수익 비중의 70~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대신은 그동안 2조원대 머물고 있었다"며 "성장하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자본 확대 속에서 과거 위상을 되찾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재산인 IB 인력 관련, 박 부문장은 “RM(Relationship Manager)이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부지런함이다”며 “스피드 앤 피드백(speed & feedback)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기업이 무슨 고민을 하는 지 공유가 되면 종합 솔루션이 가능하다"며 "유동화 시킬 지, 유상증자를 해야 할 지, 지배구조 개편을 해야 하는 지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시한다는 말도 했다. 박 부문장은 "치열한 경쟁 속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되기 위해 기업에 솔루션을 빨리 찾아줄 수 있어야 한다"며 "계속 커버리지를 넓히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자기자본이 늘어남에 따라 기본적인 DCM, ECM은 물론, 수익다각화 측면에서 구조화금융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박 부문장은 "북(book)이 늘어나게 되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산 유동화나 구조화 쪽에 대해 스터디하고 대체투자 관련 인력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수금융의 경우 아직 금리가 너무 높은 상태다"며 "사전에 접점을 만들어 놓고 향후 자기자본이 커지면 PE(사모펀드)들과 코업(co-up)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4차산업 태동기, 우주항공·AI 등 유망”
올해 IB 시장 전망과 기상도에 대해 박 부문장은 "투자에 적기다"며, 대체로 기회요인에 힘을 실었다. 일단, 미국 연준(Fed)의 금리인하가 시장에 선반영됐고, 주식시장은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에쿼티 쪽 관련, 박 부문장은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밸류가 떨어져있는 것이기 때문에, 바닥을 확인하고 종목 별로 상장사 중견 그룹들의 메자닌, 또 우량 기업의 유상증자, 대기업 자회사 IPO 등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밸류업 추진은 주주친화적으로, 외국인, 기관이 봤을 때 주주들에게 우호적이므로 투자의 적기다"며 "선별적으로 잘 고르면 메자닌 투자 등은 1~2년 뒤에 의미 있는 수익이 될 것이며, 비상장 투자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업종으로 박 부문장은 "4차 산업 태동기에 있고, 현금흐름(cash flow)이 있으면서 매출이 성장하는 업종으로, 우주항공, UAM(도심항공교통)에 주목하고, AI(인공지능)은 계속 관심 있게 봐야 하고, 자율주행도 보고 있다"고 제시했다.
목표에 대해 정통 대신맨인 박 부문장은 전통 강호였던 대신증권의 위상을 되찾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부문장은 "제가 입사할 때 당시만 해도 대신증권은 3~4위 할 만큼 리테일도, IB도 강했다"며 "전사적인 자기자본 확대도 시기가 맞아서 그 만큼 위상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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