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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롯데쇼핑 사외이사들 ‘반대표’는 찻잔속 태풍? [2024 이사회 톺아보기]

기사입력 : 2024-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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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안건에 사외이사 과반 ‘이례적’ 반대표
김상현 부회장이 의장 겸직…독립성 떨어져

1년전 롯데쇼핑 사외이사들 ‘반대표’는 찻잔속 태풍? [2024 이사회 톺아보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지난해 3월 29일 롯데쇼핑 이사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주요 안건들이 이견 없이 원안대로 통과되고 있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 ‘대구 수성 롯데복합몰 개발계획 및 합의서 체결의 건’ 사외이사 5명 중 과반인 3명이 이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조금 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이 회의장에 감돌았다. 이날 롯데쇼핑 이사회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대구 수성 롯데복합몰 개발계획 안건은 롯데쇼핑이 지난 2014년 수성알파시티 내 7만7049㎡ 부지를 분양받고, 2025년 연면적 25만314㎡ 규모 복합쇼핑몰 완공을 목표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21년 5월 터파기 공사를 시작했는데, 2년 여 가량 터파기 작업만 계속하면서 사업 중단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그러자 홍준표 대구 시장이 강경대응에 나섰다. 홍 시장은 지난해 2월 말 “롯데몰 같은 사업 지연을 방치해서는 안 되고 정책적 수단이 수반돼야 기업이 움직인다”면서 “완공 시기를 명시하는 등 구속력 있는 협약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롯데몰 부지에 대한 종합합산과세 대상 지정과 부지 환수 절차 등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홍 시장 불호령이 떨어지자 롯데쇼핑이 화들짝 놀랐다. 홍 시장 지시 후 약 20일 만에 대구시와 롯데쇼핑 사이에 수성알파시티 롯데복합쇼핑몰 건립 신속추진 합의서가 체결됐다.

주요 내용은 롯데복합쇼핑몰 공사를 2026년 6월 말까지 끝내고 같은 해 9월 말까지 영업을 시작한다는 점과 롯데쇼핑 측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업추진 일정이 장기간 지체할 경우 지연보상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이행담보 조항 명문화였다.

사실 롯데쇼핑 대구 복합쇼핑몰 사업이 늦어지고 있었던 이유는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쇼핑몰 콘셉트 변경 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부진이 큰 영향을 끼쳤다.

사외이사 5명 중 3명이 반대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사항을 고려했을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롯데쇼핑 매출액은 전년 보다 0.6% 감소한 15조47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62억원으로 86% 상승했다. 하지만 순손실이 2021년 2730억원에서 2022년 3187억원으로 늘면서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구 수성 롯데복합몰 개발계획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반대 3명이 있었지만 총 9명(사내이사 4명·사외이사 5명) 이사 중 6명 과반이 찬성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사외이사 5명 중 과반인 3명이 반대의사를 밝혔다”면서 “통상 국내 대기업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대부분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조상철 변호사, 김도성 서강대 교수, 심수옥 성균관대 교수 등 3인이다. 조 변호사와 김 교수는 조건부 승인 의사를 밝혔고, 심 교수는 보류 의사를 밝혔다. 무조건적 반대는 아닌 셈인데, 롯데쇼핑 공시자료에 따르면 작성양식상 이들 의견을 반대의견으로 표기했다.

이들 사외이사는 여전히 이사회 소속이다. 특히 반대표를 던진 심수옥 교수와 조상철 변호사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다.

롯데쇼핑 이사회를 살펴보면 사외이사 비율은 55.6%다. 국내 평균인 51%보다 높다. 다만 이사회 독립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체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롯데쇼핑 이사회 의장은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이 맡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사외이사 의장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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