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력 MD 출신 대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는 건국대 응용생물화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0년 편의점 한국미니스톱에 MD로 입사했다. 2006년 CJ올리브영으로 옮겨 MD팀장, MD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상품기획, 소싱, 판매 증진 등에서 역량을 키웠다. 이 대표는 CJ올리브영에서 15년간 근무하면서 이재현닫기이재현기사 모아보기 CJ그룹 회장 신임을 샀다. 지난 2022년 10월 그룹 최연소 여성 CEO에 올랐다. 대표에 오른 후 그는 전임 대표와 분명히 차별화한 행보를 보였다.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이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여성용품 카테고리인 ‘W케어’를 선보였다. 이어 먹는 화장품 콜라겐, 효소 등 이너뷰티 제품들을 매대에 올렸다. 샴페인과 같은 주류도 판매하면서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매장 기능을 키워나갔다. 올리브영을 화장품만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잡화, 샴페인 등도 사는 곳으로 바꿨다.
온·오프라인 시너지 승부수
올리브영은 지난 2017년 공식 온라인몰 론칭후 오프라인 쇼핑과 시너지 강화에 적극 나섰다. 했다. 이듬해 온라인몰에서 주문하면 배송지와 가까운 근처 매장에서 제품을 발송해주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선보였다.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물류거점으로 활용한 예다. 이어 주문 즉시 45분 내 상품을 발송해주는 ‘빠름 배송’ 서비스도 잇달아 마련했다. ‘오늘드림’은 현재 올리브영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아 온라인 매출 비중을 끌어올렸다. 첫해 온라인 매출은 약 600억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기준 온라인 매출은 약 7000억원으로, 매출 25%가 여기서 나왔다.
이 대표는 온라인몰 내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했다. 지난해 10월 SNS 서비스 ‘셔터’를 론칭했다. 셔터는 인스타그램과 같이 올리브영 멤버십 회원 누구나 짧은 문구와 사진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좋아요’나 ‘댓글’ 기능으로 나와 비슷한 유형의 피부 톤을 찾아 팔로우할 수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매거진’ 전문관을 만들어 제품 정보를 세세하게 담았다. 브랜드에 대한 심층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적인 TMI’, 신상품을 최초로 공개하는 ‘쇼케이스’, 신상품을 다양한 각도로 소개하는 ‘주관신상’ 등이 있다. 지난 1년간 콘텐츠 230편이 나왔으며, 누적 조회 수만 1070만 건을 기록했다. 앱 하나로 쇼핑을 넘어서 트렌드 기능까지 채운 셈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온라인몰 프리미엄 화장품 전문관인 ‘럭스에디트(Luxe Edit)’를 선보였다. 이곳에는 정통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인디(Indie) 라인 등 전 카테고리에서 34개 고급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말 그대로 국내외 고급 뷰티 브랜드를 다양하게 소개한다.
이 대표는 최근 2년간(2021~2022년) 프리미엄 화장품 매출이 연평균 36%씩 성장하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에 올리브영 신규 가입자 중 첫 구매고객으로 남성이 크게 늘자 톤업 선크림이나 립밤 등 맨즈케어 제품을 대거 늘리기도 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올리브영 앱 월평균 사용자 수는 47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40만명) 대비 38.7%나 증가한 수치다. 올리브영 앱 설치자 수도 2021년 385만명, 2022년 616만명, 2023년 1016만명으로 큰폭으로 뛰었다.
명동에 ‘영어 매장’ 지은 이유
이 대표는 한류를 타고 K뷰티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자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명동에 외국인 관광객 전용 특화 매장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론칭한 ‘올리브영 명동타운’이 그 곳이다. 약 350평 규모로, 올리브영 전체 매장 중 가장 크다. 하루 3000명이 찾는데, 방문객의 약 90%가 외국인이라고 한다. 외국인들 쇼핑 편의를 위해 출입구 벽면에 큐알코드를 부착했다. 이를 찍으면 앱으로 연결되면서 층별 제품 위치가 상세하게 나온다. 라벨은 모두 영어로 표기했지만 매장을 찾은 외국인들의 다양한 국적을 감안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서비스도 마련했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은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마스크팩이나 선크림 등을 진열대 전면에 배치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올리브영 명동권 매장 매출은 전년 대비 7배나 성장했다.
이 대표는 그만큼 K뷰티의 성장 가능성을 믿는다. 이에 올 초부터 올리브영 글로벌 사업 관련 인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여기에는 글로벌 커머스 사업부, 일본 제휴 담당, 글로벌 리테일 사업팀 등이 있다. 모두 올리브영이 중점적으로 보는 해외 시장이다. 글로벌 커머스 사업부는 해외 플랫폼 사업 전략을 수립한다. 일본 제휴 담당 부서는 일본 플랫폼과 현지 마케팅 등을 추진한다. 글로벌 리테일 사업팀은 아마존 등 기존에 확보한 대형 채널에 올리브영 PB(자체 브랜드) 제품을 입점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 대표는 일본 내 K뷰티 영향력을 전파하는 데 진심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최대 뷰티 플랫폼 ‘앳코스메(@cosme) 도쿄’에서 팝업을 열었다. 앳코스메는 일본에서만 30여개 매장과 온라인몰을 운영한다. 도쿄 하라주쿠에 있는 앳코스메 도쿄는 400평 규모 매장으로,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 뷰티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이 대표는 이곳에 바이오힐보, 웨이크메이크, 필리필리, 브링그린 등 자사 제품들을 대거 소개했다. 이에 일주일간 4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시를 이뤘다. 또한, 앳코스메 외에 일본 3대 뷰티숍인 ‘플라자(PLAZA)’, ‘로프트(LOFT)’ 등에도 이들 브랜드를 입점했다. 일본 최대 이커머스 ‘라쿠텐’과 ‘큐텐제펜’도 공략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일본 오프라인 부문 매출에서 올리브영 PB 제품들 매출은 약 150% 상승했다.
이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동 지역을 새로운 해외사업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웨이크메이크 등 PB 제품을 중동권 플랫폼에 입점했다. 중동에서 부는 K뷰티 열기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또한, 올리브영의 역직구 온라인몰인 ‘올리브영 글로벌몰’도 키우고 있다. 이용자 대부분은 북미나 호주 등 영어권에 있다.
과징금 리스크 해소...남은 건 IPO
이 대표는 지난 한 해 동안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낼 수 있다는 우려에 시달렸다. 올리브영은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갑질 논란을 벌였다는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이로 인해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물 수 있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실제 공정위는 조사를 통해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만약 올리브영의 독과점 지위가 인정되면 대규모유통업 적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최악의 경우 올리브영은 5800억원 규모 과징금을 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국내 뷰티 시장에서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고 이는 만큼, 올리브영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이 인정돼 과징금 규모는 18억9600만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공정위 리스크에서 벗어나 올리브영은 이제 IPO로 향하고 있다. 시장은 올리브영 기업가치를 최대 5조원까지 보고 있다. 이는 올리브영이 지난 2020년 IPO를 추진했던 당시 기업가치(1조8000억원)보다 3배가량 높아진 수치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아직 불안정하지만, 올리브영은 중저가 브랜드를 내세우며 지속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최초라는 타이틀과 함께 올리브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처럼 성공적인 IPO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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