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 후 손보 빅4 지위를 흔든건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이다. 메리츠화재는 분기 순익에서 삼성화재를 제치고 1위를 하며 수익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DB손해보험도 IFRS17 도입 이후 부동의 2위 현대해상을 순익면에서 제치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전사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DB손보와의 2위 경쟁이 계속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이익률 강점 메리츠화재…'치고 빠지는 전략' 묘수
메리츠화재가 높은 순익을 보이는건 투자이익률 영향이 크다. 메리츠화재 작년 투자이익율은 4.3%로 DB손보(3%). 현대해상(3.71%)보다 높을 뿐 아니라 1위인 삼성화재(2.8%)를 상회한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메리츠증권과 협업하면서 부동산PF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불거진 금융권 부동산PF 리스크에 대해서도 선순위 중심이라며 부실 위험에 선을 그었다. 투자손익에서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리츠화재 작년 투자손익은 609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4%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성장 전략으로 '치고 빠지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2015년 김용범닫기김용범기사 모아보기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적극적인 프라이싱 전략을 취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보험이다. 자동차보험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손해율이 100%가 넘어 적자 사업으로 꼽혀왔다.
코로나 팬데믹에 접어들면서 수익성 중심 '치고 빠지는 전략'은 극대화됐다. 팬데믹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화돼 흑자로 전환하자 메리츠화재는 소극적이던 자동차보험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비사업자인 메리츠화재는 '컨닝 공시'로 고객을 확보하려다 금감원 제동으로 하지 못했다.
김용범 부회장은 2022년 삼프로TV에 출연해 “퇴직연금은 원가가 100인데 90에 파는 사업이라고 생각해 7년 반 동안 1원도 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금리가 오르면서 기회가 생겨 다시 진입해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라며 “프라이싱이야말로 금융기관이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밝혔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도 김용범 부회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도 자동차 보험 시장에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2023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 이후 계속 이어진 사고율 감소 추세를 반영해 빠른 가격 하락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올해 자동차보험 M/S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자동차 보험료 인하율도 3%대로 손보사 중 가장 높게 책정했다. 메리츠화재는 장기보험 시장에서도 수익성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보험 시장을 딥마진 시장, 역마진 시장으로 나누며 딥마진 시장을 공략한다고 밝혔다.
김중현 대표는 "인더머니 시장에 침투해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반면 역마진 시장은 플러스마진 범위 내에서만 대응할 계획"이라며 채널 영업력 확대를 위해 설계사, 설계매니저 등 고객 접점 인력을 지속증가하고 시장 센싱 프라이싱 정확도, 타임투마켓 속도를 높이기 위한 상품인력, 분석 인력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년 보험손익에서는 장기보험 손익이 당기순익을 사실상 주도했다. 메리츠화재 보험손익은 1조4971억원으로 이 준 장기보험 손익이 1조4717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장기손익에서 CSM 상각이 1조698억원을 기록했다. 장기보험과 연금 손해율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4분기 장기보험과 연금 합산 손해율은 75.5%로 80% 아래를 기록했다.
CSM 우위 장기보험 영업력 DB손보>메리츠화재
IFRS17 이후 메리츠화재가 순익을 치고 올라왔지만 매출, CSM면에서는 메리츠화재가 DB손보를 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작년 순익에서도 DB손보가 괌·하와이 손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순익에서는 삼성화재는 제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작년 DB손보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장기보험 모두 수익이 난 반면, 일반보험에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DB손보 보험손익은 1조5500억원으로 이 중 장기보험은 1조3513억원, 자동차보험은 3210억원, 일반보험은 -1224억원을 기록했다.
DB손보는 IFRS17 이후 CSM에서 두각을 보였다. 작년 DB손보 CSM은 12조1524억원으로 손보 빅5 중에는 삼성화재(13조3030억원) 다음으로 CSM이 높게 나타났다. 메리츠화재가 10조4687억원, 현대해상이 9조786억원, KB손해보험이 8조5180억원이라는 점에서 삼성화재와 CSM이 가장 비슷한건 DB손보가 유일하다. DB손보는 업계에서 상품 트렌드에 빨리 대응하는 것으로 높게 평가받는다.
2022년 DB손보가 개발한 중대 교통사고 불송치 단계에서 변호사 선임비용을 보장하는 '자동차사고 변호사선임비용(타인사망 및 중대법규위반 사고에 대해 경찰조사포함)(실손)'은 3개월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당시 이 특약은 인기몰이를 해 DB손보 운전자보험 실적이 급증하기도 했다.
작년에도 DB손보는 요양실손보험 보장으로 업계 관심을 받았다. 업계 최초로 요양원 비용을 쓴 만큼 실손 보장해주는 ‘요양실손보장보험’은 요양서비스 이용 시 발생하는 실제 비용을 100세까지 보장한다. 독창성을 인정 받아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이 상품은 8월 출시 이후 12월까지 2만6000명이 가입했다.
매출액도 증가했다. DB손보 4분기(10~12월) 매출액은 426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2% 증가했다. 작년 전체 매출액은 17조78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1% 증가했다. 질병보험 월납 신규보험료도 증가했다. 작년 질병보험 월납신규보험료는 830억원으로 작년(700억원) 대비 18.6% 증가했다. 월평균 보장성 신규보험료는 128억원을 기록했다.
장기인보험 신계약(월납환산) 에서도 DB손보가 메리츠화재 보다 500억원 가량 높게 나타났다. DB손해보험 장기인보험 월납환산 신계약은 1541억원, 메리츠화재는 1069억원을 기록했다.
유지율에서도 DB손보가 메리츠화재보다 높게 나타났다. IFRS17에서는 유지율이 높을 수록 수익이 높게 나타난다. 13회차 DB손보 유지율은 88.9%, 메리츠화재는 84.7%, 25회차는 DB손보가 76.3%, 메리츠화재가 68.8%를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이제 손보 빅4에서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DB손보 3강 구도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하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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