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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LF 구본걸, 부동산에 발목 잡히나

기사입력 : 2024-03-1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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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여파 코람코자산신탁 실적 악화
식품 이어 부동산금융업 부진 ‘경고등’

‘승부사' LF 구본걸, 부동산에 발목 잡히나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구본걸 LF 회장 승부사 기질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구 회장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차남인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 장남이다. 지난 2007년 LG상사 패션사업부문을 LG그룹에서 들고 나와 설립한 회사가 LF다.

구 회장은 그간 패션기업 LF 변신을 주도하며 성장가도를 질주했다. 식품에 이어 부동산금융으로 외형을 2조원대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키웠다.

그런 구 회장에게 황색 경고등이 켜졌다. 신사업 확장을 위해 야심차게 진출한 부동산사업이 돌연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부문은 한때 LF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 핵심 사업인데, 부동산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오히려 구 회장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해 LF 실적은 시장의 이런 우려를 잘 보여주고 있다. LF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9007억원으로, 전년(1조9685억원) 대비 3.4%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1851억원)보다 무려 66.5%나 급감한 62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이처럼 줄어든 이유는 부동산금융 계열사 코람코자산신탁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구 회장이 치열해지는 패션 시장에서 안정적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9년 1898억원을 들여 인수한 부동산금융 기업이다. 지분은 인수 당시 50.74%에서 현재 67.1%까지 늘렸다.

구 회장 선구안은 빛을 발하는 듯 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영업이익이 2020년 270억원에서 2021년 428억원, 2022년 906억원으로 매년 2배가량 급성장했다.

이 기간 LF 영업이익도 2020년 771억원에서 2021년 1589억원, 2022년 1852억원으로 덩달아 뛰어올랐다. 2022년에는 LF 영업이익에서 코람코자산신탁이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코람코자산신탁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람코자산신탁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90.6%나 줄었다.

이로 인해 LF 영업이익도 66.5%나 급감했다. LF 매출에서 부동산 사업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비중이 큰 탓에 이런 실적이 나왔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주로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 수수료가 주된 수입원이다.

부동산 투자가 활발하면 수익성이 좋지만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 불황이 심해지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 소송 비용만 380억원이나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줄긴 했지만 다행히 적자를 내진 않았다. 올해 상황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앞서 구 회장은 패션사업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식품사업에 적극 진출했다. LG그룹에서 혈혈단신 떨어져 나오면서 100억원들 들여 식품기업 LF푸드를 세웠다.

LF푸드는 씨푸드뷔페 ‘마키노차야’를 인수한 후 이듬해 일본식 라멘점 ‘하코야’ 등을 론칭했다. 이어 2017년 일본 식자재 유통업체 ‘모노링크’와 유럽 식자재 유통업체 ‘구르메F&B코리아’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외식사업에서 식자재 유통으로 사업 규모를 키웠다.

패션기업에서 생활문화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구 회장 야심은 그러나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며 고꾸라졌다. 2019년 매출 1552억원에서 2020년 1048억원, 2021년 1132억원, 2022년 1356억원 등 역성장을 그렸다.

결국 구 회장은 2021년 3월 LF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오규식 부회장, 김상균 사장 투톱 전문경영인(CEO) 체제가 열렸다.

식품사업 부진과 부동산금융사업이 위기인 상황에서 구 회장은 장남 구성모 매니저에 대한 오너 4세 경영 승계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 매니저는 1993년생으로, 지난해 9월 LF 신규투자팀에 입사했다. LF 미래 사업을 찾아내 육성하는 임무를 맡았다.

구 매니저는 LF 2인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구 매니저는 아버지 구 회장에 이어 LF 2대 주주에 올랐다.

현재 LF 최대 주주는 558만7800주(19.11%)를 보유한 구 회장이다. 비상장 조경회사 고려디앤엘이 325만4500주(11.13%)로 2대 주주인데, 이 회사는 구 매니저가 최대 주주다.

여기에 구 매니저 개인 지분 34만4259주(1.18%)를 더하면 그의 LF 지분은 고려디앤엘과 합해 359만8759주(12.31%)로 늘어난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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