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20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업무성과 및 올해의 과제·비전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먼저 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해 전국을 휩쓴 대규모 전세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NICE평가정보와 손잡고 전세사기 예방에 나섰다. 양사는 전세사기 등 부실 임대차거래 방지 및 전국민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나서기로 하고 지난해 2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회와 NICE평가정보는 부동산임대차 계약 체결시 공인중개사들이 사용하는 ‘한방부동산거래정보망’에서 집주인의 국세 등 세금 체납 및 채무 정보, 금융기관 장기연체 여부 등을 조회할 수 있는 ‘신용인증 송부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협회는 전세사기는 사후조치가 아닌 사전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NICE평가정보와의 협약을 통해 임대인 동의하에 ‘임대인 신용정보’를 계약 체결시 공인중개사사무소 계약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종혁 협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공인중개사협회의 지도점검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협회가 소속 회원들에 대한 지도점검 권한이 있었던 1991년부터 98년까지 8년간 협회에서 적발해 행정조치 요청한 수는 4만9398건으로 연평균 6천여건에 달해 현재연 평균 1천여건과 비교해도 6배 이상의 월등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1991년 당시 전국 개업공인중개사수가 5만9천여명으로 현재의 1/2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산술적 효과는 10배 이상으로 더욱 크다는 설명이다.
이종혁 협회장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업계의 자정 노력은 강조하면서도 정작 손발은 묶어놓은 상황”이라면서 “사후대책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사전적인 불법 세력 감시기능을 통한 자정기능 강화를 위해 협회에 관리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공인중개사 전문성 높여줄 교육 강화…연내 부동산 가격지수도 신규 공개
올해 협회는 미국부동산협회의 전문교육을 벤치마킹해 한국 실정에 맞게 개발한 교육프로그램을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협회는 공인중개사들에 대한 전문성 향상을 위해 자체기구인 부동산교육원을 통해 민간자격사 검정과정과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협회가 기존에 개업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법정교육인 실무교육과 직무교육, 연수교육, 그리고 전문교육과는 별도로 운영하는 이번 민간자격사 프로그램은 ▲부동산 권리분석사 ▲부동산 분양상담사 ▲부동산 임대관리사 ▲부동산 정보분석사 ▲풍수상담사 ▲주거용부동산 분석사 ▲상업용부동산 분석사 ▲토지개발분석사 등 총 8개 분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지한 자격사들을 대상으로 분야별로 보다 전문적인 지식 함양을 목표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중개업무 수행에는 부동산컨설팅 자료 제공부터 대출·세금·하자 업무까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고 실제 미국부동산협회(NAR)등에서는 회원 전문성 제고를 위해 부동산유형과 업무를 주거용, 상업용, 토지 등 종별에 따라 세분화하고 자체적으로 별도의 전문교육과 자격부여를 진행하며 중개 서비스의 질적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NAR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문교육을 밴치마킹해 한국 실정에 맞게 실무중심의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한 협회는 이번 민간자격사 교육 운영을 위해 지난 2022년 9월부터 내부 민간자격사 운영규정에 교육 훈련 과정을 추가하는 한편, 각 자격사별로 현장 전문 강사진 구성에 공을 들였다.
협회 이종혁 회장은 “중개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주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며 “전세사기 등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문제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만큼 중개사들의 전문성 유무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는 물론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게임 체인저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협회는 올해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는 즉시 실거래가를 자동으로 DB화하고 이를 활용해 각종 데이터를 분석, 부동산시장 향후 흐름까지 추정할 수 있는 ‘부동산 가격지수 시스템’도 선보인다.
지난해 7월 개발에 들어간 이 시스템은 올해 5월 완료 예정이며, 6월 첫 분석 보고서 공개에 이어 12월에는 본격적인 부동산 가격지수를 공표할 계획이다.
협회가 개발 발표예정인 ‘가격지수 시스템’은 개업공인중개사 80%가 부동산 계약시 이용하고 있는 한방 거래정보망 시스템에 등록된 계약서 데이터를 즉시 DB화하기 때문에 실시간 거래내역이 통계에 반영된다. 기존에 제공되던 실거래가 정보가 최대 한 달 기간의 차이로 반영되던 것에 비해 즉각적인 반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실제 작성된 계약서를 근거로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고,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거래를 데이터화 할 수 있다. 아울러 허위 실거래가 신고 등 거래가격 이상 징후 포착이 가능해 공공 데이터로서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협회는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가격지수 시스템’을 통해 지금까지 국내에 제공되지 않았던 각종 부동산 관련 정보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부동산의 지역, 유형별 ▲거래량 ▲가격변동 추이 ▲거래 완료 비율 ▲거래 완료 기간 분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매수인과 매도인의 ▲연령 ▲개인/법인 여부 ▲내국인/외국인 구분 ▲공동 소유 여부도 조회하고 변동 추이도 확인할 수 있다.
이종혁 회장은 “지금까지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거래시장의 1차적 데이터 생산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아쉽게도 이들을 가치있게 활용하지 못했다”며 “협회는 4차산업혁명에 맞춰 공인중개사의 생산데이터를 재가공한 유의미한 공익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투명한 시장조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없었던 상가 등 비주거용 부동산 관련 빅데이터를 투자자와 기업, 기관이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협회에서 수집한 중개사고 데이터와 가격지수 시스템을 통해 확인된 매물과 임대인 정보 등은 전세사기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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