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내 완성차업체가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경차는 12만3679대로, 2022년(13만3023대)보다 7% 줄었다. 다만 지난해 쉐보레 스파크의 단종으로 시판 중인 경차 종류가 3종으로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판매량이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경차는 기아 레이(5만930대), 현대차 캐스퍼(4만5451대), 기아 모닝(2만5879대) 순이다.
레이는 2020년 2만8500여대, 2021년 3만5800여대, 2022년 4만4500여대로 판매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와 반대로 모닝은 2020년 3만8700대, 2021년 3만500여대, 2022년 2만9300여대로 하락세를 보였다. 캐스퍼도 2022년 4만8000대를 찍은 이후,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지난해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해 4만5000대선을 지켰다.
레이가 나홀로 판매 역주행에 성공한 비결을 무엇일까.
단순히 신차 효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레이는 지난 2022년 2차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나오긴 했지만 전반적인 상품성은 2011년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독특한 박스카 형태의 차량인데다가 국내 경차 요건을 맞추려면 차량 크기, 플랫폼, 엔진 등에 변화를 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트렌드 변화에 맞춘 다양한 상품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레이 판매량 가운데 밴(16%), 전기차(23%) 등 전략적으로 출시한 모델이 39%를 차지했다.
모닝도 밴 모델이 있지만 비중은 5%에 불과하다. 단순 이동이 아닌 다양한 용도로 차량을 쓰고 싶은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공간활용이 유리한 레이를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기아는 2022년 레이 1인승 밴 모델을 출시했다. 이는 기존 2인승 밴에서 조수석을 덜어내고 화물공간을 확장한 모델이다. 최대 화물 적재용량은 1628L, 적재무게는 315kg로 각각 30%, 26%씩 확장했다.
레이 1인승 밴은 쉐보레 다마스의 빈 자리를 노렸다. 다마스는 골목을 누빌 수 있는 좁은 차폭과 넉넉한 화물공간으로 '소상공인의 발'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해 2021년을 끝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다마스가 단종된 이듬해 레이 1인승 밴이 출시된 것이다. 그해 코로나 사태 이후 개인 배달 수요가 폭발하기도 했다. 다마스의 대체재이자 성장하는 배달시장을 잡기 위해 기아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레이 EV(전기차)는 지난해 추가됐다. 2018년 단종됐다가 5년 만에 부활이다.
레이EV는 주행능력이 장점이다. 최고출력은 약 87마력, 최대토크 15kgf·m 힘을 낸다. 일반 가솔린 모델은 76마력, 9.7kgf·m. 전기차 토크가 55%나 높다. 경차는 규제 때문에 엔진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기 힘든데, 경차를 타고 정차후 출발시 답답함을 느꼈다면 전기차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레이EV에는 기존 경차에 보기 힘들었던 고급 사양도 들어간다. 일반 모델은 4.2인치 또는 8인치 계기판이 들어가는데, 레이EV는 10.25인치 계기판을 장착했다. 또 변속기 레버가 운전대 옆으로 이동한 컬럼 타입으로 들어가, 운전석·조수석 사이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주행가능거리는 고려해야 할 요소다. 레이EV에는 CATL이 만든 35kWh급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들어간다. 주행거리는 상온 210km, 저온 167km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면 배터리를 추가로 사용하기에 주행거리를 더욱 떨어진다. 장거리 보단 도심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 충전은 10%에서 80%까지 40분 걸리는 150kW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캐스퍼도 올해 여름경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양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캐스퍼는 레저 수요를 노린 SUV를 표방하는 만큼 레이EV보단 주행가능거리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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