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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화폐전쟁-조 바이든] ②빈 살만에게 무시당한 바이든

기사입력 : 2024-01-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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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이미지 확대보기
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화폐전쟁은 기축통화란 절대반지를 둘러싼 쟁탈전이다. 두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국의 파운드화가 미국 달러에 반지를 내줬다.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쟁 후 달러는 금태환의 사슬을 벗고 석유를 새로운 짝으로 맞으며 명실상부 절대권력을 획득했다.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돈이 되는 마법이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지난 50년간 미국이 절대반지의 권능을 남발했다는 점이다. 찍어낸 국채가 33조 달러에 달하면서 달러도 많이 찍으면 인플레이션이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됐다. 50살이 넘어 노화가 진행되는 달러 패권의 자리를 중국 위안화가 위협하고 나서면서 독수리와 팬더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달러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또 다른 전선을 만들고 있다. 달러는 절대반지를 빼앗으려는 위안화와 절대반지 자체를 파괴하려는 비트코인을 상대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재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나한드라 모디 인도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화폐전쟁을 벌이는 주역들이다.

또 다른 전장에선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화폐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전쟁은 역사상 전례 없던 일이다.

빈 살만에게 무시당한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사진=위온 유튜브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사진=위온 유튜브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화폐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또 하게 될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철저히 실리주의자였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명분을 중시하는 성향 때문에 페트로달러 시스템에 예기치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우선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 대한 그의 적대감이 페트로달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간의 공조체제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빈 살만을 살인자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사우디 출신의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카슈끄지 살해사건의 주범이 빈 살만이며 이런 패륜아는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는 게 바이든의 생각이다. 그는 실제로 이같은 생각을 수시로 드러냈었다. 취임초기 빈 살만을 패싱하고 그와 전화통화조차 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빈 살만 왕세자 입장에서는 패권국가 미국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사실이 공식적으로 세계 만방에 알려진 셈이다. 바이든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이 빈 살만에게 지속적으로 유화 제스쳐를 보내고 있지만 빈 살만은 여전히 바이든에게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2022년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빈 살만이 증산 조치란 선물을 할 것인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빈 살만이 바이든 대통령과 경색된 관계를 풀기 위해 증산 발표를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귀국하기 위해 에어포스1을 탈 때까지 빈 살만의 증산 선물을 받지 못했다. 빈 살만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을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 MZ세대인 빈살만은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달리 미국이 무서운 줄 모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빈 살만이 시진핑과 석유 위안화 결제에 대해 논의하자 살만 국왕을 압박해 빈 살만을 가택연금시켰다. 빈 살만에게 당근도 채찍도 못쓰는 것으로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 사우디 외교에서도 트럼프에게 밀리는 셈이다.

이란 정책에 있어서도 바이든의 생각은 페트로달러 시스템에 상당히 위협적이다. 민주당 소속 바이든 대통은 선배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체제로의 복구를 공약했다. 이란이 핵동결을 하면 경제 제재를 풀어 이란 경제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이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은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페기가 국제 경찰 역할을 하는 미국이 할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트럼프가 짜놓은 중동의 역학관계 때문에 이란 핵합의로의 복귀를 추진할 수도 철회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됐다. 실제 바이든은 이란 핵합의 재개 문제를 놓고 상당 기간 어떤 조치도 하지 못했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반발 때문이다. 시아파 맏형 이란의 정상화는 시아파 맹주 사우디나 이스라엘 모두에게 애써 이뤄놓은 힘의 균형점을 깨는 것과 다름이 없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막바지에 극적으로 타결시킨 아브라람 협정을 다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중재로 2020년 9월 백악관에서 아랍에미레이트와 이스라엘간에 맺은 국교정상화 협정, 즉 동맹협정이다. 수니파 차남격인 아랍에미레이트가 사인했지만 이는 맏형 사우디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수니파와 이스라엘간의 평화협정으로 해석된다.

사우디를 동맹으로 얻은 이스라엘 입장에선 사우디와 이란을 동시에 적으로 상대할 때보다 훨씬 수월한 상태가 됐다. 이슬람권의 패권을 놓고 이란과 용쟁호투 대결을 벌이던 사우디 입장에서도 적의 적 이스라엘을 내 편으로 만들어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같은 새로운 균형을 바이든이 깨겠다고 공언한 것이니 달가울리 없다. 바이든 취임초 이란 방문 계획은 이스라엘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입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도 바이든의 그동안 행보 때문이다.

바이든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이란 핵합의 체제로의 복귀를 추진한다면 중동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 이란의 부활에 위협을 느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과거엔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인접국인 사우디가 이란 편을 들어 이스라엘에 반격을 가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했지만 아브라함 협정으로 사우디가 이스라엘 편이 된 이상 이같은 시나리오는 더이상 가능하지 않다.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불안은 달러 패권에 그때그때 다른 영향을 줬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은 달퍼 패권에 필요조건이지만, 역사를 보면 전쟁이 때로는 달러의 왕좌를 지키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소보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유가 상승을 촉발해 달러 패권에 가장 위협을 줬던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1999년 출범한 유로화는 3년 뒤 달러 가치를 능가하며 기축통화 패권자리를 위협했지만 2002년 이라크 전쟁 후 독일과 프랑스 경제의 침체로 힘을 잃었다.

중동 긴장이 악화해 이란 전쟁이 발발할 경우 달러 패권에 부정적이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도 악수가 된다. 유로화가 더이상 달러에 위협적이지 않은 데 최대 동맥 세력인 유로권 경제에 타격을 줄 이유도 없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만든 덫에 걸려 가장 중요한 대외 공약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의 대 러시아 정책도 달러 패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를 스위프트(SWIFT), 즉 달러 결제망에서 퇴출시킨 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밀월관계를 만드는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경쟁을 할 정도로 빠른 성장을 했지만 석유와 식량의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게 아킬레스 건이다. 무기와 자원, 식량읠 자급자족하거나 그와 준하는 상태가 아니면 패권 국가가 되기 힘들다. 달러패권이 가능했던 건 사우디와의 동맹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은 러시아의 힘을 간과했다. 러시아는 핵보유국이며 석유와 천연가스 최대 수출국중 하나다. 식량도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이런 러시아를 적으로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중국을 상대한다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을 절친처럼 대한 게 푸틴이 정말 좋아서는 아니었다.

김창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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