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SEC가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출시를 승인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앞서 법원이 SEC가 그레이스케일의 상장지수상품(ETP) 상장·거래를 불승인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그는 “이같은 상황과 승인처분에 대한 추가 논의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거래를 승인하는 게 지속 가능한 길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이번 승인이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과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특히 비트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되게 되면서 그동안 회계규정이나 각종 규제 등을 이유로 쉽게 매입할 수 없었던 기관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대규모 신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영국계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올해에만 최대 1000억달러(한화 약 131조원)가 유입될 것이다”며 “현물 ETF 승인은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를 일반화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승인됨에 따라 알트코인 대장주인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 시기는 5월 23일이다.
다만, 이더리움 현물 ETF는 비트코인과 다른 쟁점 사항이 존재하므로 승인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더리움은 지분증명방식(PoS)의 블록체인이므로 펀드가 이더리움 현물을 보유할 경우 중앙집중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유럽에서는 이미 스테이킹이 활성화된 이더리움 현물 ETP가 발행됐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하려면 제도적으로 선결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며 “현물 ETF에 대한 투자 수요가 있는 만큼 이번에 승인 받은 상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금융당국이 제도화에도 속도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변동성 통제와 벨류에이션 산정이 어려워 단기간내에 국내 시장에서 현물 ETF가 나온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운용사 대부분이 현물 ETF 상장을 희망하지만, 투자자 보호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트코인이 제도권 상품으로 들어오면서 개인은 물론 기관도 투자 선택지가 확대돼 ETF 시장의 성장성은 가속화될 것이다”며 “향후에도 ETF 시장은 다양한 알파(초과 성과) 전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더욱 많은 선택지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11일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으로 이날 가상자산 가격은 물론 국내 관련주들의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오전 한때 6500만원을 돌파했으며 이더리움도 향후 현물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해 10%대 상승이라는 강세를 보였다. 국내 주식 중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우리기술투자와 한화투자증권이 각각 전일 대비 29.98%, 29.99% 오르면서 나란히 상한가를 보였다. 이밖에 위지트(+29.89%)와 티사이언티픽(+20.35%)도 강세를 보였다.
전한신 한국금융신문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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