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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정상혁·이승열·조병규, 상생금융 늘리고 내부통제 강화 [은행 2024 경영전략]

기사입력 : 2024-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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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사진제공=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사진제공=각사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4대 시중은행장이 상생금융을 올해 최우선 경영 전략으로 추진한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금융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사회적 역할 확대에 부응하는 한편 ‘이자 장사’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고객과 함께하는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은 최근 몇 년간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를 막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부통제도 강화하고 나선다.

상생금융 전담 조직 확대…민생금융 지원방안 본격 실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상생금융 전담 조직을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은 ‘ESG본부’ 및 ‘ESG기획부’를 ‘ESG상생본부’, ‘ESG상생금융부’로 재편했다. 고객·사회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상생 경영 추진의 실행력을 강화해 상생 금융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 부응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기존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해 격상시킨 ‘상생금융부’를 신설했다. 이 부서는 신한금융그룹의 상생금융 활동을 지원하고 실행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프로젝트와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사회공헌사업을 실행한다.

하나은행은 전행적인 상생금융 통합 전략 마련과 신속한 실행을 위해 기업그룹 내 상생금융센터를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해 3월 상생금융부를 신설하고 11월 상생금융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한 바 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대출과 기준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뒤 내부 임직원들의 성과급이나 퇴직금을 늘리고 주주 배당 확대에만 몰두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작년 한 해도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서민과 소상공인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날로 커져가는 가운데 은행권은 역대급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쏟아졌다.

특히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은 지난해 초 ‘공공재’ 발언으로 은행을 압박하고 나선 이후 ‘독과점’, ‘갑질’, ‘종노릇’ 등 은행권을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상생금융 확대를 주문해왔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상반기 주요 시중은행을 방문해 상생금융 동참을 이끌어냈다. 당시 은행뿐 아니라 카드, 보험 등 금융권에서 수수료 및 금리 인하, 연체이자율 감면, 원금상환 지원, 채무감면 등의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했다.

주요 금융지주는 작년 연말에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경감하고 취약차주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상생금융 방안을 잇달아 내놨다.

은행권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2조원+α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은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된다. 해당 방안에는 공통 프로그램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금리 4%를 초과해 납부한 이자의 최대 90%, 최대 300만원까지 환급하는 방안이 담겼다.

은행권은 약 187만명의 개인사업자에게 총 재원 2조원의 약 80%인 1조6000억원 규모로 대출 이자 캐시백을 실시한다. 1인당 평균 85만원 수준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율 프로그램은 4000억원 규모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폭넓게 지원한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전기료, 임대료 등 이자환급 외 방식의 지원, 보증기관 또는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이외 취약계층 지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3067억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을 실시한다. 이자 납부 기간이 1년 미만인 고객에게도 올해 금리 4% 초과 이자 납부액에 대해 총한도 내 캐시백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지원으로 고객 26만명이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공통 프로그램인 개인사업자 이자 캐시백 1885억원 지원에 더해 청년, 자영업자, 서민 등을 대상으로 자율 프로그램 873억원 등 총 2758억원을 민생금융에 투입할 계획이다.

준법·감사·소비자보호 조직 강화…금융사고 예방 주력
은행권은 올해 내부통제 강화도 주요 전략으로 추진한다. 지난해 대규모 횡령, 불공정거래 행위 등 잇따른 금융사고로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연말 조직개편에서 복잡해지는 금융사고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영업점 준법·내부통제 관리 및 디지털 영역의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등 준법·감사 조직의 역할을 확대했다.

아울러 보이스피싱 등 비대면 금융사고로 인한 고객 피해 발생 시 신속한 관리와 보상이 이뤄지도록 ‘소비자보호그룹’ 역할을 확대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체계화했다.

신한은행은 고객 자산 심사·감리·사후관리 등 고객자산 관련 '3선 조직'에 해당하는 부서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내규 개정을 통해 준법감시인의 자격요건을 강화했다.

또 이사회의 독립적인 견제 기능 강화를 위해 이사회 직속의 이사회사무국을 신설했다. 각 영업그룹에도 자체적인 내부통제 기능을 부여해 현장에서부터 더욱 촘촘한 내부통제가 이뤄지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 내부통제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를 별도 평가 부문으로 분리하고, 평가 비중을 15.0%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 변경예고를 실시했다. 현행 내부통제 평가 비중은 5.3%다.

금융권에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부여하는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 제도도 올 하반기부터 도입된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올해 말까지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명시화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법이 시행되면 금융회사 대표이사는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를 작성해야 한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소관 업무에 대해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 임직원의 기준 준수여부 및 기준의 작동여부 등을 상시점검 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임원의 범위는 이사・감사・업무집행책임자등 지배구조법상 임원이다. 최고경영자(CEO), 최고리스크담당자(CRO), 최고고객책임자(CCO) 등 직책으로, 대형은행 기준 통상 20∼30명 수준이다.

특히 대표이사에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 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대형 회계법인 등의 외부 컨설팅과 자체 테스크포스팀(TFT) 등을 통해 책무구조도 도입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만기 도래가 이달부터 시작된 점도 은행권의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시스템 강화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을 대상으로 H지수 ELS 판매 실태와 관련한 현장검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은행권의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5조9000억원(24만8000계좌)이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검사를 통해 H지수 ELS 판매와 관련한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나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관련법의 형식적 요건 준수뿐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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