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달하고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국내 유통업체에서도 셀프계산대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고객은 신속한 계산과 줄을 서는 수고를 더는 장점이 있고, 업체 입장에서는 비싼 인건비를 줄이는 이점이 있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무작위 점검으로 불쾌감을 느낀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점들로 인해 최근 미국, 영국 등 서구에서는 오히려 셀프계산대를 철수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유통업체는 어떤 방식으로 셀프계산대를 운영하고 있을까. 기본적으로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하지만 운영방식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들이 셀프계산대를 자주 접하는 대형마트 3사와 균일가 생활용품점인 다이소, 대형 가구 유통업체 이케아 등을 중심으로 알아봤다.
국내 대형마트 중에서도 가장 늦게 도입했는데, 이마트에서 셀프계산대는 ‘스피드 계산대’라고 부른다. ‘빠른 계산’이라는 도입 목적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이름을 만들었다. ‘쓱데이’ 등 이마트가 전개하는 대규모 행사에서 발생하는 정체현상을 없애고 젊은 세대 소비자들 선호도를 반영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셀프계산대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셀프계산대 코너에는 전담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고객이 편리하게 계산할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역할을 한다. 셀프계산에 익숙하지 않거나 실수하는 고객을 도와준다. 도난 관리는 따로 하지 않는다는 게 이 회사 설명이다. 다만 고가 상품 등에는 도난 방지 레이블을 붙여 보안검색대를 지나면 소리가 나도록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전담 직원을 배치해 고객 응대를 돕고 있다.
또 CCTV 설치와 셀프계산대 주변에 과정이 담긴 안내문, 주의사항 안내문 등을 고지하는 게 큰 특징이다. 계산 실수 등이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전담 직원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도난을 고려한 일련의 검사는 하지 않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계산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과 시스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셀프계산대 UI(사용자환경)와 UX(사용자경험)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마트업계 중에서 가장 빠른 2005년에 셀프계산대를 도입했다. 구매 품목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처음 도입했다. 2021년부터는 노후화한 기기를 교체하고, 시스템 개선을 통해 고객 편의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고객 결제 과정을 돕고, 셀프계산대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는 전담 인력이 상주하는 방식이다. 계산 대기열 단축, 고객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 개선된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상품에는 보안택을 붙여 도난 방지를 관리하고 있다.
때때로 보안택이 제거되지 않은 상품이 보안검색대에 가까이 닿거나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경우에는 전담 인력이 확인 절차를 거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셀프계산을 힘들어 하는 중장년층 고객이나 수량 변경 등 어려움을 돕고, 편리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3조를 바라보는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어떨까. 2020년부터 셀프계산대 운영을 시작한 다이소는 현재 대부분 1개 유인계산대를 남겨놓고 셀프계산대를 메인 계산대로 운영하고 있다.
다이소 역시 전담 직원을 두고 있는데, 셀프계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거나 상품위치와 안내, 교환/환불 등 응대를 위한 역할을 한다. 도난 방지를 위해선 상품에 도난방지 레이블을 부착해 운영 중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계산대 담당 직원의 주된 업무는 도난 방지 역할보다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구매수량 조정이나 연령제한상품 구매허용 등 업무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가구 및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 이케아는 국내 유통기업과 조금 다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케아코리아는 셀프계산대 구역별로 담당 직원을 배치하고 셀프계산대 자체 시스템일 이용해 무작위 추출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무작위 추출검사는 계산대 화면에 무작위 추출검사를 시행한다는 메시지가 표시되면 직원이 고객 상품 바코드 스캔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셀프계산대 화면과 셀프계산대 주변에 부착된 안내문을 통해 무작위 추출검사가 시행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내문을 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고객이 많지 않다는 점은 허점으로 꼽힌다. 무작위 추출검사로 결제가 지연되는 불편함과 이로 인한 불쾌감 등을 느끼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케아코리아는 “보안검색대가 없기 때문에 직접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고객이 느낄 수 있는 불쾌함,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담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검사 응대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셀프계산 시스템 기능 개선, 인터페이스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고객에게 더욱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셀프계산대 부작용이 더 크다며 이를 없애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영국 수퍼마켓 체인 ‘부스’는 매장 28곳 중 2곳을 제외한 모든 매장에서 무인 계산대를 없애겠다고 밝혔고, 미국 월마트는 최근 뉴멕시코주 매장 3곳에서 무인 계산대를 없앴다. ▲시스템 오류 ▲개선되지 않는 계산 속도 ▲일자리 문제 ▲서비스 품질 ▲유통업체의 손실 발생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유통업계 상황은 다르다. 셀프계산대에서 발생하는 손실규모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지만, 여기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적을 뿐더러 국내 고객들 만족도가 높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인계산대로 변경되고 있는 트렌드는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트렌드에 맞춘 변화를 위한 변화보다는 우리나라 유통업계 채널 특성에 맞춰 고객 쇼핑 편의성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렌드를 지켜보고 고객 편의 측면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반영할 계획”이라면서도 “고객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나라처럼 줄이거나 없애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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